영화연극이야기 36

<오컬트 스릴러 호러영화, 파묘의 귀신이야기>

김수남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4/04/08 [21:51]

영화연극이야기 36

<오컬트 스릴러 호러영화, 파묘의 귀신이야기>

김수남 논설위원 | 입력 : 2024/04/08 [21:51]

▲     ©충청의오늘

 

한국공포영화의 지평을 새롭게 구축한 장재현 감독의 <파묘>는 오컬트 스타일의 귀신이야기이다. 그는 각종 단편영화제에서 많은 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후, <특수본>(2011),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그리고 첫 공포 단편영화, <12번째 보조사제>(2014)로 전주국제영화제 단편경쟁 부분에서 감독상을 수상한다. 첫 장편 공포영화, <검은 사제들>(2015)은 <12번째 보조사제>를 발전시킨 이야기이다. 이 영화로 흥행과 호평을 함께 한 장감독은 <사바하>(2019>를 연출한 후 4년 만에 <파묘>를 발표한다. <파묘>의 기본스토리는 단순하다. 어마한 부를 누리며 살아 온 후손들이 악지에 조부를 매장한 사실을 모르다가, 그 연유로 해코지 당하는 귀신이야기이다. 그저 그런 귀신이야기에 덛붙혀 일제가 우리 국토에 민족정기를 끊고자 우리 산하에 쇠말뚝을 곳곳에 박은 만행을 첨가하여 시기에 맞지않은 반일영화를 만들었다. <파묘>는  초자연적, 신비적인 영혼 재래를 소제로 한 오컬트 영화(occult film)를 스릴러 추리영화의 퓨전장르로 확대시켜 과거 공포영화의 정수를 벗어난 포스트모던영화이다.

 

영화 <파묘>의 줄거리는 후손들에게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자 무당, 화림(김고은 분)은 묘자리가 불편해서 그런 것이라 말한다. 후손이 파묘를 의뢰하자 화림은 상덕(최민식 분)과 장의사(유해진 분)을 찾아간다. 상덕은 묏자리를 보고자 산에 오르다가 산꼭대기 악지에 묏자리가 자리잡은 것을 확인한다. 큰 돈이 걸려 있는 파묘지만 불안감으로 포기하려 하자 화림은 이장할 때 동시에 굿하며 파묘하자고 설득한다. 그러나 파묘 이후, 관에서 나온 악령은 화림을 공격하여 기절시키고 파묘 현장의 일꾼은 동티난다. 결국 파묘한 장손도 죽는 불길한 사건에 풍수사 상덕은 다시 무덤을 찾아가 땅을 더 파헤치자 수직으로 세워진 관이 또 나와 첩장(이중 무덤)이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상덕은 일본인 주지스님인 풍수사가 친일파였던 의뢰인의 조부에게 왜 악지를 추천하였는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그 사연은 도굴꾼들이 절에 남기고 간 쇠말뚝이 독립운동가의 것(사진자료)이라는 사실에서 일제가 백두대간마다 한민족의 정기를 끊기 위해 쇠말뚝을 박은 역사적 사실을 상기한다. 독립운동가들이 뽑고 다닌 쇠말뚝이 파묘자리에도 있을 것이라 추측한 상덕은 그 쇠말뚝을 감추기 위해 첩장이 만들어졌고 한반도의 척추에 해당하는 곳이 바로 그 파묘자리라고 확신했다. 무당 화림은 일본 무당이 적에게 목이 날아간 일본장수의 몸통에 그가 쓰던 불이 붙었던 칼을 집어 넣은 후, 날아간 머리를 다시 이어 붙여 요괴로 만들고 갑옷을 입혀 관에 넣어 세로로 땅 속에 묻었는데, 그 요괴의 몸통 자체가 쇠말뚝 역할로 정령이 된 것이라 말한다. 쇠말뚝을 뽑기 위해 쇠말뚝 정령과 싸우는 상덕일행은 음양오행을 활용한다. 물과 불은 상극이고 쇠의 상극은 나무로 보고, '말피(물)가 묻은 나무'로 '불에 탄 칼(쇠)'의 요괴를 찔러 물리친다. 즉 백두대간의 허리를 끊은 쇠말뚝을 뽑아낼 수 있었다. 

<파묘>이야기는 명당 묏자리에 대한 한국민의 잘못된 화두를 떠 올린다. 명당자리에 집착하는 왜곡된 풍수사상은 후손들의 성공을 가늠하는 미신아닌 믿음을 주었으나, 어느 조상이 묏자리를 잘못 잡았다고 후손들을 괴롭히겠는가? 명당자리의 의미는 기가 좋은 자연의 기운을 받은 조상의 영혼이 후손들을 위해 좋은 기운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은 있으나, 명당자리가 아니라고 후손들을 괴롭히는 조상은 있을 수 없다. 한국 최초 귀신이야기를 쓴 소설은 <설공찬전(薛公瓒傳)>은 저승에서 혼령이 돌아와 남의 몸에 들어가 저승 소식을 전해 준다는 내용으로 당대 정치와 사회문화, 유교이념의 한계를 비판하는 내용과 더불어 불교의 윤회사상을 언급하였다. 우리 민담의 귀신이야기는 한이 맺힌 복수의 악령으로 묘사되었다. 널리 알려진 귀신이야기인 <장화홍련전>에서 귀신은 억울하게 죽은 자매가 한을 풀기 위해 고을사또의 잠자리에 나타나 하소연하지만, 사또들은 지레 겁을 먹고 임관된 사또마다 첫 날밤을 넘기지 못하고 죽는다. 그러나 귀신을 불쌍히 여기는 사또가 부임하여 귀신자매의 한을 풀어주었다는 이야기는  귀신은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도와주어야 할 약한 존재임을 교훈으로 전한다. 무당의 무(巫)자는  “하늘과 땅 사이에는 죽은 자와 산자가 공존한다.”는 뜻이다. 귀신과 사람은 같은 공간에 공존하고 무당은 귀신의 기를 느끼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귀신이 전하는 뜻과 달리 민중을 현혹시켰고, 풍수지리가도 묘지 터가 나쁘면 조상이 후손을 해친다고 협박하는 영화 <파묘>는 부정적인 귀신이야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영화 <파묘>의 스토리는 꽤 탄탄하고 배우들의 연기도 돋보인다. 이색적인 공포 씬도 공감을 자아내는 흥미로운 영화 <파묘>는 관람객 1000만 동원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김수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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