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야기 19

<노년의 아픔과 노화의 징후는 다르다>

김수남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4/02/13 [09:30]

건강이야기 19

<노년의 아픔과 노화의 징후는 다르다>

김수남 논설위원 | 입력 : 2024/02/13 [09:30]

건강이야기 19

 < 노년의 아픔과 노화의 징후는 다르다>

 

 

노령화를 이해한다면, ‘증상이 있으니, 나는 환자이고 따라서 약을 먹어야지’, ‘몸이 한창 때하고 많이 달라서 약을 처방 받아야 해’ 등의 생각을 떨쳐낼 수 없다. 평생 병원 신세 안 질것 같던 자신감은 사라지고 사소한 신체 문제도 죄다 질병으로 여기는 '병원 의존형'이 되어가는 '메디컬리제이션(medicalization)'은 노령화 초기에 나타나는 심리적 현상이며 고령화시대에 일반화된 사회적 현상이다. 노화의 징후로 나타나는 많은 증상들은 대개 병이 아니다. 여러 증상에 적절히 순응하면서 무거워진 몸을 자주 움직여 주기만 해도 한결 가뿐해지는 '노화의 징후'와 '노년의 아픔'은 비슷해도 다르다. 은퇴 후, 몇 년 간은 경제적 여유도 있고 건강도 자신이 있어 왠만한 몸의 불편감은 대수롭지않게 넘겼지만, 70대에 들어서면서 여기저기 증상이 생길 때마다 병원의 순례는 일반적이다. 이유 없이 배가 더부룩하고 관절이 쑤시거나 어깨가 시리다든가 눈이 자주 흐릿해지고 가는 귀가 먹고 소변보기도 불편해지는 등 특별한 이상은 없는데 질병검사만 늘어간다. 

▲     ©충청의오늘

 

나이 들면 주로 호흡에 쓰는 근육과 횡격막이 약해져 평소보다 움직임이 빨라지면 숨이 찬다. 그래도 걷기를 일상화하고 운동량을 조금 늘려가도 숨찬 증세는 개선될 수 있다. 미세먼지 많은 날 기침이 자주 나온다는 호소는 오히려 청신호로 미세먼지에 반응하여 기침한다는 것은 호흡 근육이 제대로 살아 있다는 징표이다. 즉 만성적 기침이 아니면 병원갈 필요가 없다. 위장 역시 음식을 조금만 많이 먹어도 부대끼고 기름진 고기를 소화하기 어렵고 젖당 분해 효소도 덜 생산돼 유제품 섭취는 설사를 유발하며 대장기능은 식이섬유 섭취가 줄면서 변비가 오기 쉽다. 이런 모든 불편함은 고령 친화적 생활습관으로 견딜 수 있는 노후 징후들이다. 그러나 노화 현상을 모르거나 간과하면 노년의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나이 들면 음식을 삼킬 때마다 인후가 기도을 닫는 조화로움이 둔해져 자주 사레가 들린다. 골 감소증은 어느 정도는 감소해야지만 목 골다공증이 오면 자기도 모르게 머리가 앞으로 숙여져 기도를 덮는 인후를 압박하게 되어 아무 생각없이 한 입에 쏙 들어가는 인절미로 기도가 막혀 죽을 수도 있다. 불필요한 약 복용이나 건강 보조 약물이 몸을 그르칠 수도 있는 노령에는 간 효소의 효율성이 떨어지면서 약물의 체내 존량이 많아져 약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다. 고령화시대의 사회문제의 하나로 노년의 노화징후와 이에 따른 여러 부작용 현상들을 논의하여야 할 때가 늦었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가 되었다.

 

일반 건강상식과 달리 새로운 건강이론도 대두되고 있다. 혈압, 혈당, 코레스톨, 체중이 높아야 장수하고 치매도 없다는 연구결과로 대사증후군에 대해서 과도하게 관리하는 고령층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고령층의 과도한 건강관리에 일부의사가 편승하고 있으나 선진국의 많은 의사들은 고령층의 과도한 건강관리에 대해서 반대하고 있다. 노년건강 관리에 유효한 정보로 일본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65~74세를 ‘준고령인’이라 하고 75세 이상을 ‘고령인’으로 하자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일산 백병원의 가정 의학과 양윤준 교수는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75세 이후 부터 신체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고 80세 부터는 앓는 질환이 갑자기 늘어난다"며 "75세 전후로 신체상태와 건강 관리법이 확연히 다르다"고 주장한다. 혈압·혈당 관리의 경우, 65세-74세 노인은 혈압· 혈당 목표치를 중•장년층과 비슷한 수준으로 강하게 잡아야 하지만, 75세 이후부터는 느슨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권한다. 고령환자의 적절한 목표 혈압수치에 대한 결론은 아직 확실치 않지만 진료 현장에서는 나이가 많을수록 목표 혈압을 중장년층 보다 높게 정하는 추세로 65~74세는 140/90(㎜Hg) 미만, 75歲 이상은 150/90. 또는 160/100 미만으로 관리한다. 고령 환자의 혈압을 너무 강하게 관리하면 저혈압 등 부작용으로 더 위험할 수 있다고 한다. 콜레스테롤도 고령일수록 적절히 높게 관리하는 것이 오히려 유병률이 낮아지고 체중 감량, 운동 역시 74세까지는 강도 높게 관리해아 좋지만 75세 이후로는 느슨하게 관리 하도록 권한다. 당뇨관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분당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임수 교수는 집안일, 목욕같은 일상생활을 혼자서 무리없이 할 수 있다면 건강한 노인이고 누군가의 도움이 약간 필요 하면 쇠약한 노인, 혼자서는 불가능하면 매우 쇠약한 노인으로 구분하여 일상생활 수행능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나이를 75세 전후로 본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노인 68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60~69세의 경우 비만일 때 치매 위험이 정상 체중보다 70% 높지만 70세 이상에선 오히려 3%으로 떨어지고 80세 이상에서 비만일 때 치매 위험은 정상체중보다 22%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 언급한 내용의 결론은 75세 이후로는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과 과체중 등에 집착해서 먹고 싶고 마시고 싶은 것들을 참는 것보다 즐겁게 섭취하는 것이 건강하게 지내는 방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수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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