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영화의 저력을 세계영화계에 알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한국영화 최초로 제 92회 아카데미상 감독상을 수상하였고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 게임>은 제79회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오영수)과 에미상 남우주연상(이정재)을 수상하였다.(윤소정도 <미나리>에서 아카데미 조연상 수상) 그러나 한국계 미국영화인이 수상한 작품과 한국영화인이 수상한 작품의 가치관은 분명 차별화가 된다. 유감스럽지만 한국인이 만든 <기생충>과 <오징어게임>은 그들의 수상을 자랑할 만한 일이 아니다. 한마디로 한국인의 정체성을 왜곡시킨 한국영화요 드라마였다. <기생충>은 서민의 삶을 리얼하게 잘 만든 영화이지만, 장마에 침수되어 목까지 차오르는 반지하주택을 2000년대가 아닌 2020년대의 현실에서 서민의 당연한 몫으로 과장되게 표현하였고, 부모자식이 모여 자랑스럽게 사기치면서 있는 자의 것을 훔치는 것은 죄가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그들의 죄를 은폐하기 위해 같은 약자를 살인하는 공모도 서슴치 않는 한국서민의 잘못된 정서를 왜곡시켜 전달하였다. 못사는 서민을 ‘기생충’으로 상징한 영화가 서민의 삶을 적나라하고 리얼하게 표출하였다고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한 소식에 환호하며 자신들을 ‘기생충’으로 언급한 영화평에 대해선 그 누구도 관심없는 이 현실이 바로 블랙코미디이다. <오징어게임> 역시 물질만능주의 사회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반영한 드라마로 부자가 가난한 사람을 상대로 목숨을 건 게임판을 벌이는 전형적인 클리쎼게임이지만 이를 반전시키는 묘미가 충격적으로 외국관객의 극찬을 받았다. 우리의 전통놀이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줄다리기”, “구슬치기”, “징검다리 건너기”, “ 오징어 게임” 등을 잔혹한 목숨을 건 게임장면으로 만든 영화 <오징어게임>은 감독의 주제의식과는 달리 엽기문화를 창조하여 한국인의 놀이문화 정서를 왜곡시켰다.
이민사회에서 동양인의 정체성을 심도있고 리얼하게 부각시킨 <성난 사람들>은 원제 ‘beef’로 불평 혹은 불만이라는 뜻으로 그동안 순하고 얌전한 아시아계 이민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엎었다. 한국계 이성진 감독은 실제 당했던 난폭 운전에서 플롯을 착안하여 현대인의 보편적인 정서를 그려다는 이 작품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나온 가장 활기차고 놀랍고 통찰력 있는 데뷔작으로 개인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구체적인 분노에 대한 연구”라고 평했다. 한국적 소재를 바탕으로 이민자의 삶을 구체적인 묘사와 함께 그들의 정체성을 들어내는데 일조한 소품들도 공감대를 일으킨다. 등장인물들은 라면에 계란을 풀어 끓여 먹고, 설렁탕을 시켜 놓곤 깍두기를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시며 새로 지은 집에는 LG 가전을 들이고 뿌듯해 한다. 굳이 미국인처럼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는 이성진 감독은 “내 정체성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것을 쓰니 모두가 함께 즐기더”라고 말했다.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이나 중국베트남계 배우 엘리 웡의 연기는 이민자의 정체성을 미국관객에게 공감있게 전달할 수 있는 촌스러운 토종배우의 진면목으로 승부수를 두었다. 봉준호나 황동혁 감독은 이성진 감독의 정체성에 대한 철학과 신념을 교훈삼아야 할 것이며, 서구적인 세련된 연기에 집착하는 한국배우들 역시 자신들의 연기관을 재고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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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남 논설위원
ks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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