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극이야기 6

< 송강호의 “75회 칸느영화제” 연기상수상작 “브로커”의 의의>

김수남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2/06/20 [09:30]

영화, 연극이야기 6

< 송강호의 “75회 칸느영화제” 연기상수상작 “브로커”의 의의>

김수남 논설위원 | 입력 : 2022/06/20 [09:30]

  © 충청의오늘


올해 “칸느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브로커>의 송강호 남우주연상과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상 등 한국 영화 2편이 동시 수상하여 한국 영화의 위상을 또 한번 세계영화계에 과시하였다. 두편 동시 수상은 “75회 칸느영화제” 사상 첫 대기록이다. 필자의 솔직한 평가는 <브로커>는 송강호 남우주연상 뿐만아니라 감독상과 작품상인 황금종려상도 수상할만한 역작으로 본다. 적어도 봉준호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아키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것과 비교한다면 <브로커>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충분히 수상할만한 작품이다. 사실 봉준호의 <기생충>은 한국영화라기 보다 할리우드적 영화정서를 한국으로 옮겨 온 번안영화로 평가되는 한국인의 정서를 왜곡시킨 한국영화이다. 반면에 <브로커>는 한국 사회의 부정적인 단면을 한국인은 물론 세계인의 정서에 긍정적인 반응을 일으킨 작품이다. 일본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브로커>는 한국영화라 하기에 어색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감독은 이미 2018년 “칸느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어느가족(좀도둑질 가족)>으로  21년 만에 일본영화의 쾌거를 이루었지만 일본의 보수집단들은 <어느가족>에 대해 축하메세지보다 작품의 내용을 비난하였다. <어느가족>이 일본의 대가족 제도를 붕괴시키는 선동적인 작품이라는 이유를 내세우지만 히로카즈 감독의 사회적 시각은 사실이었다. 대가족제도를 고수하려는 일본인의 취향에 반한 영화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온 히로카즈는 국민여론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탄압받았다. 봉준호의 할리우드적 <기생충>에 대한 열렬한 한국관객의 지지와는 너무 비교가 되는 일본관객의 “칸느영화제” 수상작에 대한 국수주의적 가치관의 일면을 보여준다.


<브로커>는 일본인이 감독했지만 한국 가족의 정서를 왜곡시키고 한국사회 단면을 부정적으로 확대시킨 <기생충>과는 다르게 한국사회의 부정적인 단면을 솔직히 반영시킨 점을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특히 송강호의 연기는 뻔뻔함과 인간적인 면의 이중성이 융합되어 작품에 따라 적절하게 한 쪽을 강하게 들어내는 개성적 연기파로서 <브로커>에서 보여준 그의 연기는 한 차원 다르게 이중적 연기패턴이 자연스럽게 융화되어 명연기를 성취하였다. 가능한 몽타주를 거부하고 사실주의 영상을 추구하는 감독의 의지가 들어나는 촬영과 이에 걸맞는 일관성있는 송강호의 자연스런 연기가 일품이다. <브로커>의 <베이비박스>라는 단어는 한국인에게 생소하지 않다. 문제는 버려지는 아이의 생명을 구한다는 긍정적인 일면 뒤에 숨겨진 비인권적인 진실을 대다수 국민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빚 때문에 아내와 어린 딸과 헤어져 세탁소를 운영하는 상현(송강호)은 교회에서 <베이비박스>를 관리하는 고아출신인 동수(강동원)와 공모하여 버려진 아이를 빼돌려 돈받고 입양시키는 인신매매인 브로커를 부업으로 살아간다. 본의아니게 소영(아이유)은 자신이 버린 아이를 인신매매하려는 브로커에 개입하였지만 불륜으로 사생아를 낳은 친부를 죽이고 도망다니는 신세이다. 브로커를 쫓는 여형사(배두나)와 동료(이주영)는 소영이 살인자로 수배되었음을 확인하고 소영을 포섭하여 브로커의 현장을 덮쳐 그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려고 공모하고 그들을 쫓는다. 그 과정에서 브로커와 형사들의 부정적인 사회악 속에 담겨진 또 다른 인간적 일면들이 들어난다. 브로커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인신매매가 아니라 진실로 아이를 원하는 양부모를 만나 버려진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 특히 고아인 동수는 소영이 아이를 버리면서 ‘다시 찾으러 온다’는 메모의 진실을 믿지않으면서도 자신의 친모가 자기를 찾아 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좋은 조건의 입양도 거부하고 오랫동안 보육원 생활을 하였다. 뒤 늦게 브로커 일행의 일정에 불쑥 동참한 축구스타의 꿈을 가진 보육원의 어린 해진 역시 버려진 아이의 아픈 마음을 전한다. 소영은 자신과 아이의 행복을 위해 브로커를 현행범으로 잡도록 공모한 형사의 법과 정의의 인간적 고뇌를 믿고 일행을 배신한다. 결국 동수가 현행범으로 잡히고 소영도 자수한다. 배두나는 소영과 약속대로 소영의 아들을 돌보면서 소영이 원하는 양부모 희망자와 수시로 만나는 사이 소영은 출소하여 주유소 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브로커>는 인시매매꾼, 그들을 쫓았던 형사, 진실로 아이를 입양하려는 입양부모 등 모두가 소영과 아이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으로 사회에서 소외받은 사람에 대한 사회구성원 모두의 책임을 각성시키는 영화이다.

김수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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