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극이야기 2

<정의가 바로 사회질서다 “캉메이커”>

김수남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2/02/07 [09:30]

영화, 연극이야기 2

<정의가 바로 사회질서다 “캉메이커”>

김수남 논설위원 | 입력 : 2022/02/07 [09:30]

  © 충청의오늘


  영화 <킹메이커>는 박정희군부 정권시절 세상을 바꾸고자 한 정치인 '김운범(설경구)'을 동경했던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가 승리를 위해 수당방법을 가리지 않는 선거 전략을 펼치는 과정을 흥미롭고 실감있게 묘사한다. 김운범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서창대는 당시 그림자라는 별명을 얻은 선거참모 '엄창록'을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이다. <킹메이커>는 정도로 정치하고자 노력하는 김운범과 서창대와의 갈등을 영화화하였다. 서창대의 실제인물, 엄창록에 관한 기록은 많지않지만 그는 국회의원선거에서 4번이나 고배를 마신 김대중 전 대통령을 국회의원에 당선시킨 이후 꽤 오랜 세월 정치에 관여했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 전 김대중을 떠난 후 이후부턴 (김대중을 등지고 박정희를 당선시킨 것으로 추측) 둘이 정치를 함께한 적이 없었다.  

 

  <킹메이커>의 변성현 감독은 전작 누아르액션영화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에서 어둡고 잔인한 액션영화의 분위기를 '멜로' 영화로 포장했듯이 이번 <킹메이커>의 정치, 역사물에서도 '사람 냄새나는' 영화로 부각시켰다. 이 영화가 선거철 붐을 타서가 아니라 우리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인간적인 정서를 강조한 영화라 흥행에 성공했을 것이다. 오프닝 자막에서 언급하듯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허구‘라고 했지만 영화를 보고난 느낌은 ’허구같은 실화‘라고 믿고싶다. 시대적 배경만 빌려왔을 뿐 역사적 사실보다는 알려지지 않은 '그림자' 서창대라는 인물의 서사에 변성현 감독은 관심을 갖고 사람냄새나는 이야기를 요즈음 사람에게 전하고자 하였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전작과 달리 영화의 미장센은 미니말적이고 화면도 군중신이나 상황신 관계없이 큰사이즈를 많이 담아 군더더기없이 산뜻한 영상을 배경으로 내용전달에 신경을 썼다. 호흡이 잘 맞는 연기자들의 캐스팅도 크게 도움이 되지만 연기의 안정성이 돋보여 내용전달이 ’허구가 아닌 사실‘처럼 우리 가슴에 여운을 남겼다. 

 

  엄창록(서창대)이라는 인물이 김대중(김운범) 전 대통령과 같이 부정한 세상을 바꾸고 대의를 이루고자 했는지, 아니면 단순히 킹메이커로서 '이기는 것'만을 중요시하여 마타도어를 일삼았던 선거협잡꾼인지는 명확하게 알 수 없다. 김대중이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의는 바로 사회질서이다”라고 말했다는 말에 엄창록은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스승 플라톤은 “정당한 목적에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라고 대꾸했을 때 김대중은 “그 양반 그렇게 안봤는데....”라고 말끝을 흐린다. 이 대화에서 엄창록을 마타도어를 일삼는 협잡꾼이라고 판단하기가 쉽지않다. 그러나 오늘의 선거풍토에 일침을 가하는 두 사람의 또 다른 대화는 단순하지만 명료하게 두 사람의 속뜻을 읽을 수 있다. 엄창록은 선거에서 어떻게 이길 것인가 방법 만 생각할 것을 김대중에게 요구하지만 김대중은 선거에서 이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왜 선거를 이겨야 하는지 그 목적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대화이후 불가능한 자민당 대통령 후보 지명을 성공시킨 엄창록과 결별한 김대중은 각자의 길을 간다. 

 

 <킹메이커>는 인물 중심으로 전개되어 역사 고증영화와는 거리가 있지만 승리에 집착하느라 감정적인 갈등과 양극화를 부추기고 국민들을 가볍게 보는 선동적 선거전략은 지금 현재 상황과도 직결되어 국민들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정치가 쇼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하지만 '정치'하는 자리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해 주고 국가를 올바르게 이끌어야 하는 자리라는 것을 <킹메이커>는 교훈으로 남긴다. 김운범은 그 자리에 올려준 건 당신들만의 게임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올려준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올려주는 자리라는 걸 상기시킨다.

  <킹메이커>에서 흥미로운 사실은 진위여부는 명확치 않지만 영호남 동서진영의 갈라치기는 경상도의 인구가 호남보다 많은 이점을 활용하여 김대중을 누르고 박정희를 당선시키기 위한 선거전략으로 공화당 즉 엄창록과 정보부가 꾸민 음모의 결과였음도 밝혀진다.

 

김수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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