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아트(해프닝, 이벤트 등)2

<전자무당, 백남준의 “무속의 세계화”>

김수남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2/01/31 [09:30]

퍼포먼스아트(해프닝, 이벤트 등)2

<전자무당, 백남준의 “무속의 세계화”>

김수남 논설위원 | 입력 : 2022/01/31 [09:30]

▲ 김수남 청주대 연극영화학과 명예교수의 모습.     ©충청의오늘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퍼포먼스아티스트요 21세기의 전자무당 백남준은 굿을 예술의 근원지로 그의 예술적 상상력과 창작의 에너지로 믿었다. 그의 예술동반자 독일의 요셉보이스 역시 굿의 원시적인 생명력을 복원하고자 인생과 예술이 구분되지 않은 극적인 삶을 살아왔다. 보이스는 “모든 사람은 예술가이다”라고 확장된 예술 개념을 통해 사회의 치유와 변화를 꿈꾸었던 그는 1960년대 독일 미술계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알리는데 공헌하였다. 백남준은 65세 나이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은 보이스를 위해 자신이 무당이 되어 굿을 하였다. 독일 무당으로 자처하였던 보이스의 혼을 부르기 위해 백남준 역시 스스로 무당이 되었다. 

 

중앙일보 취재기자의 회고에 의하면, 굿을 하는 백남준의 표정과 몸짓은 장엄하면서도 익살스러운 분위기였지만 신들린 무당의 모습 그 이상이었다 한다. 기자 자신도 굿판과 하나가 되어 카메라로 굿판 분위기를 소름끼치게 빨이들이고 있었다고 기억한다. 현장에 참여한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도 무형문화재 <진오귀 굿>의 김석출, 김유선 부부도 굿하는 백남준의 기에 눌러 물러섰다고 할 정도로 백남준의 무당굿은 천지를 회오리쳤다. 실제로 굿이 끝나고 보이스가 백남준과 조우에 회답하듯이 거센바람이 불고 천둥이 치고 벼락이 떨어져 그 일대가 정전이 되었고 굿마당의 큰 느티나무가 벼락을 맞아 뽑혔다는 믿을 수 없는 상황이 전해진다. 한의 정서가 깊은 우리 민족에게 죽은자와 산자가 만나 생전의 불통과 오해를 서로 화해하는 과정은 서로 상생하는 무속의 인류애(몽고말의 탱그리)의 발로이다. 보이스는 공군파일럿으로 2차세계대전때 소련을 폭격하고 독일로 귀환하던 중 비행기가 몽고의 타타르족 지역에 추락하여 생사의 갈림길에서 타타르족의 무속적 치료로 생환하였다. 그렇게 몽고무당과 조우한 보이스는 예술세계에서 생존의 환희를 원시적 생명력의 복원으로 표출하였다. 과학과 합리주의에 빠진 서구인들이 참혹한 전쟁을 일으키고 유태인 대학살을 자행한 과오를 보이스는 예술을 통해 해원의 기도를 하였다. 깊은 참회를 통해 상처입은 상대방의 원한과 독심을 녹이는 해원의 예술굿을 하였다. 광복후 남한사회의 미군정 하에서도 이승만 정부의 친일파들이 정국을 주도해 가면서 제주 4.3사건과 여순사건에서 민간인학살을 자행한 야만의 시대가 있었다. 이 시기에 경찰, 군인, 미군, 우익, 좌익, 인민군 등은 노인, 남자와 여자를 구별하지 않고 민간인 학살을 자행했다. 이러한 한국의 현대사는 현시대에도 여전히 고통을 받고 있는 유족들과 피해자들의 신원이 해원되기를 희망한다. 

 

1960년대 존케이지의 전위적 노이즈음악은 백남준에게 굿의 영감을 주었다. 보이스처럼 우리 민족의 불행한 역사의 해원을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무속으로 풀어 하늘과 인간세계의 소통, 점과 점은 선이 되고 선과 선의 연결은 면이 되어 면과 면의 연결로 된 오브제가 세상을 이루는 신과 인간이 연결되는 무속을 바로 세상의 시작으로 백남준은 믿었다. 그렇게 믿고 천지인사상을 만물이 하나가 되는 우주의 원리로 따른 백남준은 디오니소소축제를 찬양하고 회복하는 동양의 니체로 불리웠다. 

 

예술은 잔치요 굿임을 1980년대 이후 서구인들도 인지하게 되었다. 이런 마당에 현재 한국사회는 무속과 주술도 구분못하는 무지한 정치인들 때문에 무속이 우리의 정체성있는 전통문화임을 말살하고 무속을 폄하하는 정치적 논쟁으로 온나라가 시끄럽다. 정치인의 선동에 중국의 문화혁명이나 중세기 서구의 마녀사냥처럼 천지가 요동치는 벼락맞을 짓을 우리 국민이 벌리고 있는 것이다.

김수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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