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아우성

김헌태 논설고문 | 기사입력 2023/01/09 [13:31]

소리 없는 아우성

김헌태 논설고문 | 입력 : 2023/01/09 [13:31]

  © 충청의오늘


새해 벽두부터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아파트값 폭락에서부터 중국발 코로나 변이종의 등장에 이르기까지 대란이다. 세 대결을 방불케 하는 정치집회는 멈출 줄 모르고 있다. 정치집단들의 권력 암투도 본격화하고 있다. 여당은 여당대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3월 당 대표 선거에 나서는 군웅들이 할거하고 있다. 무슨 꼼수가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지 벌써 작당 정치가 판을 친다. 야당은 야당대로 부패혐의사건으로 검찰과의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검찰에 출석하느니 마느니 정치탄압이니 뭐니 하면서 요란을 떨고 있다. 죄가 없는 사람을 왜 불러대느냐는 식이다. 자기를 위하여 일하던 수하들은 모두 감옥에 들어앉아 있는데도 말이다. 방탄형 임시국회도 또 열고 있다. 모든 것이 난마처럼 얽혀 국민피로감이 극심하다. 새해를 맞이한 지 엊그젠데 마치 몇 달이 지난 듯하다. 오가는 거리의 사람들의 얼굴에서 웃음기를 찾기 힘들다.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지금 전국은 아파트값 폭락에다 미분양 사태로 부동산 시장이 주저앉고 있다. 폭등에 폭등을 거듭하던 아파트값이 추락하면서 벌써 경매물건이 쏟아지고 있다. 반값 아파트와 깡통전세 현상에다 고금리까지 겹치면서 빚으로 아파트를 산 소유주들은 밤잠을 설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해 경기도, 인천, 대전, 세종, 대구, 부산 등 전국 곳곳이 난리다. 유튜브 등 SNS에서도 부동산값 폭락 소식이 넘친다. 실제 현장을 소개하면서 심각성을 전한다. “8억짜리가 3억”, “초역세권 아파트도 경매”, “13억 주고 산 아파트가 1년 만에 5억”,“미분양 위기 청약시장 공포!”, “서울과 경기도에서 가장 많이 하락한 곳”,“ 5억 폭락 급매 속출”, “지금도 반 토막인데 물량 폭탄예정”,“송도 청라 아파트의 눈물”, “세종시 아파트 5억 폭락에도 안 산다.”,“세종시 아파트 –57% 19곳 이자 걱정에 밤에 잠도 못 잡니다”,“세종시 부동산 집값 심각합니다”, “대전 아파트값 –49% 19곳” 등등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뒤늦게 나서서 부동산 규제 완화정책을 제시했지만 이미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어 버렸다. 구제지역 해제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도 해제하고 중도금대출 기준도 폐지했다. 심지어 실거주 의무폐지와 주택 소유자도 무순위 청약가능, 1주택 당첨자 청약 시 기존주택처분조건 폐지 등등 모든 것들을 쏟아 놓았다. 하지만 불 꺼진 아파트의 소리 없는 아우성은 이미 시작됐다.

 

 

새해에도 코로나 19와의 전쟁이 계속될 전망이다. 중국에서는 코로나 19 환자가 급증하고 미국에서는 오미크론 하위변이인 XBB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내 코로나 확진자 수가 폭증하면서 중국발 신종 변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재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세계 각국에서는 중국에 대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을 포함한 총 14개국에서는 중국발 입국자를 대상으로 한 규제 및 방역 조치 강화 방침을 속속 발표한 상태다. 한국 또한 이례적으로 중국에 대해 고강도 방역 조치를 취했다. 5일부터는 입국 전 코로나 19 음성 확인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7일부터는 홍콩과 마카오발 입국자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적용했다. 중국은 끝까지 코로나바이러스로 전 세계를 괴롭히고 있다. 안타깝게도 지긋지긋한 코로나와의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변이종이 이제 새로운 걱정거리다.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중국발 코로나 변이종에 대한 소리 없는 아우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해 정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의 세력 다툼이 치열하다. 오는 3월 당 대표를 선출하는 여당은 출마자들의 기 싸움이 치열하다. 이합집산의 움직임도 보이며 대통령과의 연대감을 과시하면서 새로운 세력 구도를 향한 강력한 행보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다지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도토리 키재기’하고 있지 않은지 모를 일이다. 중량감이나 참신성 등을 고려할 때 그렇다. 야당은 야당대로 부패 의혹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의 부결로 국민 실망을 자초했다.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임시국회를 연이어 소집하며 또다시 같은 수법의 불체포특권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 조사 후 자칫 체포될 수도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참으로 요란한 정치판이다. 자신들의 지지세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참으로 지저분한 처신이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정정당당하게 소명하면 될 일이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민 앞에 서 있는 정치인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어리석은 행태를 보여서는 안 된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아무리 집단 시위를 벌이고 목소리를 높여도 국민의 소리 없는 아우성보다 더 진실할 수 없다.

 

무엇보다 토끼해를 맞아 양순하고 평화로운 사회적 분위기를 모두가 갈망하고 있다. 설날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런 시기에는 긍정적이며 행복한 사회 분위기가 절실하지만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힘든 일들이 겹치면서 새해 벽두부터 난리니 마음이 무거울 뿐이다. 개인이나 국가나 살림살이가 어려우면 웃음이 사라지게 된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난제들이 위정자들의 그릇된 판단에 따른 것인데도 그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비겁함은 용납할 수 없다. 폭등과 폭락의 부동산문제도 그 연장 선상이다. 배임과 횡령, 부패범죄도 죄악일 뿐이다. 권력을 행세하며 도덕 불감증이나 법 불감증으로 이른바 사오정놀이를 하는 정치인들은 이미 국민 앞에 설 자격이 없다. 이제 구태의연한 권모술수의 정치 시대를 종식해야 한다. 부정부패를 멀리하며 정의롭고 진실한 정치를 지향해야 나라의 미래가 있다. 국민주권의 민주주의와 정치는 한 몸이기 때문이다. 위정자들은 새해 전국에서 넘치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 무엇을 말하는지 그 행간의 의미를 잘 파악하고 올바로 대처해야 한다. 자칫 쓰나미로 변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김헌태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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