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을 지켜라

김헌태 논설고문 | 기사입력 2024/04/15 [13:59]

공약을 지켜라

김헌태 논설고문 | 입력 : 2024/04/15 [13:59]

  © 충청의오늘


총선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결과는 ‘ 야당 압승, 여당 참패’다. 이번 선거는 선거기간 내내 혼탁한 양상을 보였다. 후보 자질 문제에서부터 범야권 후보의 편법대출과 막말, 아빠찬스, 전관예우 논란 등과 정부 출범 이후 불거진 각종 악재와 대파 발언, 도피성 출국 논란, 의정 갈등 장기화 등이 성난 민심에 부채질했다. 이런 난투극 속에서 일할 기회를 달라는 호소, 거야를 심판해달라는 호소는 정권 심판론에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한마디로 의회 독재와 민주주의 후퇴 등 이념선거전략이 중도층과 20·30세대 등에 먹혀들지 않았다. 이는 결국 여소야대의 골격을 더욱 강화하는 총선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22대 총선의 성적표는 민주당 175석, 국민의 힘 108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이다. 서울 등 수도권을 석권하고 전통적인 캐스팅 보트였던 충청권의 표심도 민주당을 향했다. 대전은 민주당이 7석 전석을 석권했다. 충남은 민주당이 8석, 국민의 힘 3석, 충북은 민주당 5, 국민의 힘 3석, 세종은 민주당 1석, 새로운 미래가 1석을 각각 가져갔다. 수원, 용인, 평택, 화성 등 경기 남부의 반도체 벨트는 화성을 한곳을 제외하고 모두 민주당이 승리했다. 한강 벨트도 민주당 압승이다. 국민은 우여곡절 속에서도 정권 심판론에 손을 들어줬다. 

 

새로운 여소야대의 정치질서가 만들어졌다. 선거철 각종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후보들도 당선되었다. 법적인 문제 등 각종 문제가 제기되어 있는 후보도 당선되어 22대 국회를 향한다. 과연 앞으로 이런 문제들이 어떻게 해결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후보 자질 문제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선거철 한때 제기된 문제로 치부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이슈로 다시 등장해 논란을 확산할 것인지 아직은 미지수다. 특히 여소야대라는 것은 집권당인 여당은 물론 정부가 국회의 협력 없이는 국정을 이끌기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에 첩첩산중이다. 과거에도 여소야대가 있었지만, 중간에 여대야소로 정계 개편을 시도해 나름대로 난국을 타개해나갔다. 여소야대의 새로운 정치질서가 정권 후반에도 지속된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정국은 안갯속이다. 순탄할 것이라 보면 참으로 순진한 생각이다. 정권 심판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거대 야당에게 국민이 손을 들어준 만큼 강력한 드라이브가 걸릴 것은 자명하다. 이 때문에 협치와 상생의 정치를 위한 자구노력이 수반되지 않는 한 상당한 진통과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민생이다. 선거철 여야를 막론하고 무수한 선거공약을 쏟아냈다. 저출산 대책에서부터 교육, 개발 등등 각종 지역공약과 국가공약을 내놓고 지지를 호소했다. 모두가 국민의 삶을 향상하겠다는 공약이다. 국민의 삶을 더 어렵게 하겠다고 공약을 내놓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정치가 국민의 삶을 향상하고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그릇이라고 한다면 선거 승리자들은 승리에만 마냥 도취해 이제는 내 세상이라는 식의 오만을 벗어나야 한다. 더욱 겸허하고 그릇이 큰 정치지도자상을 보여줘야 한다. 소인배가 아니라 대인의 그릇으로 국민을 위해 일하는 일꾼이 절실하다. 이는 여당이건 야당이건 승리자나 패배자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총선을 통해 선택한 길이 결코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문제다.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하겠다고 한 기본 약속 곧 공약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자신들을 선택한 국민에게 보답하는 길이다. 이를 가볍게 알고 대립과 갈등, 증오와 반복의 정치를 일삼는다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의 몫으로 돌아갈 뿐이다. 그래서 민생을 챙긴다다고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벌써 제22대 국회를 통해 이를 어떻게 실천해 나갈지 시선이 집중되기 시작하고 있다. 

   

승리자인 민주당은 더욱 겸손한 자세로 정국을 새롭게 발전적으로 이끌어나가야 한다. 패배자인 국민의 힘은 그동안 무엇이 잘못되어 국민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는지 성찰해야 한다. 모든 것은 국민 마음을 사로잡았느냐 아니냐에 달렸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이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를 직시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나아갈 바를 국민이 제시했다. 이유가 어떻든 여소야대의 정치 판도가 만들어졌다. 새로운 인물들도 대거 입성하게 됐다. 새롭게 산소가 공급되고 새로운 피가 수혈되었다. 그렇다면 더욱 혈기 왕성한 국회의 모습이 되어야 할 것이다. 교만하거나 입법 독재라는 용어가 등장하거나 민주 질서가 훼손되는 현장이 아닌 선진화한 제22대 국회상을 정립해야 할 절체절명의 시점이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짓는 요체이다. 새롭게 만들어진 여소야대 정치판을 극심한 불안감 속에서 바라보는 국민이 상존한다. 제22대 국회는 이를 불식하고 희망의 정치, 상생의 정치로 대한민국의 추동력을 살리고자 하는 수준이 높은 정치인의 모습과 국민 행복을 향하는 국회 모습이 펼쳐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에게 약속한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노력을 늘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민생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안정과 민생안정은 일심동체다. 2024년 5월 30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제22대 국회의원들이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김헌태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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