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들이 국토를 바라보던 인식체계인 풍수지리는 좌청룡 우백호와 배산임수의 방위를 바탕으로 한 환경적인 요인이 인간의 길흉화복과 관련있다고 믿었다. 바람은 기운을 흩고 물은 기운을 모이게 한다는 생각으로 바람을 가두고 물을 얻게 하는 장소를 구하는 체계적인 방법이 풍수지리설이다. 중국에서 시작되어 신라 말기 도선에 의해 도입되었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반도는 산이 많은 까닭으로 산악과 산신에 대한 숭배사상은 구석기시대부터 전해져 내려 왔던 관계로 중국에 앞서 자생적인 풍수지리설이 존재하였다. 삼국시대 이전에 이미 국도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풍수지리 사상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원래 묏자리는 삶의 터전인 집터 뒷동산에 자리잡았다. 그 이유는 자주 조상의 묘를 찾아 문안인사드리는 동이족의 예이며 매일 조상의 기운을 받는다는 믿음때문이다. 주거지인 양택과 묏자리인 음택의 풍수는 같아서 주거지에 묏자리를 잡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묏자리는 주거지 주변에서 외딴 곳으로 밀려났다. 특히 공동묘지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부정적인데 서양은 물론 일본의 경우마저 공동묘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없다. 그들은 일상생활에서 공동묘지를 자주 마주 보면서 죽음을 앞둔 인생을 생각하게 된다. 도시나 마을에 공동묘지가 있다는 것은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죽음에 대해 생각케하는 인생의 가르침을 주는 곳이다. 명당자리를 찾아 조상의 묘가 삶의 터에서 멀어지면서 조상께 자주 문후를 들이지 못했던 양반들은 집안에 사당을 만들었고 서민들은 뒷마당 장독대에 정한수를 올려 기도하는 것으로 조상을 자주 영접하였다.
풍수지리에 대한 생각을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좋은 자연의 기운이 넘치는 곳에 집터와 묏자리를 잡는 것이다. 풍수지리를 몰라도 뒤가 산으로 둘러싸이고 앞에 강이 흐르거나 훤하게 트여있는 장소이면 명당이 된다. 명당은 앞이 트인 곳에서 기운이 흘러들어 오고 둘러싸인 뒷산 덕에 좋은 기운이 모여 흩어지지 않아 항상 천지 자연의 좋은 기운을 향유할 수 있다. 볕이 잘드는 남향이면 금상첨화이지만 남향이 아니더라도 북향을 피해서 좋은 천지 기운이 흐르는 곳이면 명당이다. 어떤 경우든 좋은 기운을 방해하는 수맥이 있는 곳은 피해야 한다. 풍수지리사상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중시하는 생태학과도 연결되어 현대사회에서는 환경의 중요성을 깨우쳐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연유로 실내 디자인과 같은 실용적인 분야에서 풍수지리의 원리를 적용하는 세상이 되었다.
<저작권자 ⓒ 충청의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수남 논설위원
ksu-n@hanmail.net
|
많이 본 기사
김수남 교수와 차 한잔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