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화합으로 생각합시다 20

<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 낙서한 10대들의 문화재테러>

김수남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3/12/25 [09:30]

국민화합으로 생각합시다 20

<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 낙서한 10대들의 문화재테러>

김수남 논설위원 | 입력 : 2023/12/25 [09:30]

  © 충청의오늘


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낙서하여 문화재를 훼손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낙서는 붉은색과 푸른색 스프레이로 '영화공짜' 등 문구와 함께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를 반복적으로 큼지막하게 낙서하였다. 제 2차 모방범죄 낙서범은 “미스치프‘의 벽화처럼 예술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였다. 문화재관리청은 낙서를 지우는데 최소 일주일이 걸리며 추운 날씨 탓에 완벽히 페인트 흔적을 제거하는 것은 어렵다고 한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범행 사흘 만에 낙서범 A군을 체포했으며 낙서범은 단순 범죄가 아닌 문화유산보호법에 의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의 벌금형에 처하는 중죄임을 밝혔다. 철모르는 10대들의 어처구니없는 문화재테러이지만 그들의 범죄 사연은 황당하다. 1차 낙서범 A군은 550만원을 주겠다는 교사범의 말에 현혹되어 일을 저질렀고 그의 자백에 의하면, 세종대왕 동상에도 낙서할려고 했으나 관리인이 있어 못하였다고 한다. 불법영상 공유사이트를 홍보하기 위해 청소년에게 범행을 사주한 교사범의 발상은 악덕상인의 범죄이지만, 자수한 2차 낙서범은 자신의 범죄를 예술행위로 정당화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미스치프‘는 자본주의 소비문화의 속물적 가식성과 인간의 허영심을 풍자하는 벽화예술그룹으로 뉴욕에서 활동하는 지식인 예술그룹이다. ’미스치프‘가 낙서하는 벽은 허용된 공간(김건희 벽화사건 연상)임을 낙서범이 무시한 것은 무지가 아니라 문화테러이다. 경복궁 담 인근은 폐쇄회로(CCTV) 14대가 작동되고 있었으며 CCTV에 찍힌 낙서범들은 자신의 범행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인증샷을 찍었다고 전해져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문화테러범들의 횡포에 공분하기 전에 먼저 교육부와 문화부가 문화재교육을 부실하게 한 점에 대해 통탄하여야 할 것이다. 

 

경복궁은 조선왕조 제일의 법궁으로 태조 4년(1395년)에 창건하였고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가 고종 2년(18865년)에 대원군이 중건한 고궁으로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대표적인 한국문화재이다. 문화재 가치관에 무지한 탓으로 발생한 문화재테러는 우리 국민 모두가 책임질 일이지 10대들의 철없는 짓으로 매도할 일은 결코 아니다. 문화재의 중요성은 세계 어느 국가나 똑같은 인식을 갖고 있으며,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한 교육과 홍보가 국가의 빈부와 관계없이 이루워지고 있다. 문화재교육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부실한 국가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세계 10대 강국이며 BTS로 문화대국이 된 한국에서 문화테러가 일어났다는 것은 매우 부끄럽고 치욕스러운 일이다. 문화재를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자긍심을 지키는 것으로 특히 식민지국가에서 독립한 국가일수록 문화재에 대한 애착은 크다. 그 이유는 식민치하에서 훼손된 그리고 잊혀진 자국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한국도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되면서 이승만 대통령 때부터 문화재관리정책이 시작되었고 1975년 박정희 대통령의 ‘전통문화진흥책’에 이르러서는 문화재 복원과 무형문화재 발굴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의 문화재에 대한 인식은 문화재가 화석처럼 보존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의 문화재로서 국민들의 인식을 함양하는 문화재 관리정책을 시도하였다. 훼손된 문화재는 복원하고 복원할 수 없는 문화재는 역사의 현장을 보존하기 위해 비석이나 알림표지판을 세워 국민들에게 알렸다. 문화재를 보존하는 박물관을 곳곳에 설립하였고 사설박물관 지원책도 적극적으로 이루워졌다. 박물관을 통한 문화재 교육 뿐만 아니라 방송과 학교교육을 통해서도 문화재교육을 확대실시 하였다. 문화재관리정책은 지금도 꾸준히 실시되고 있으나, 문화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문화재교육은 점점 부실해지는 현실의 그 결과가 10대 청소년의 문화테러로 확인되었다.

 

문화재관리에 대한 국가의 예산은 점차 증액되고 꾸준히 복원사업을 하고 있다지만, 문화재 가치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일상화시키겠다는 문화재관리정책의 초심은 잊혀져 가고 있다. 전국 곳곳의 마을이나 거리, 공원 등에 문화재의 복원 또는 그 흔적들을 남기고 있지만 이를 알리는 안내판이 전부이다. 관광지 외에는 문화재를 해설하는 해설가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학교 선생님들이 문화재교육에 관심을 갖고 학교 주변의 문화재 안내판을 쫓아다니며 학생들에게 현장교육을 할 의지도 없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올바른 교육을 추구한다는 전교조나 진보문화단체들마저 문화재교육에 큰 관심이 없고 예산을 노리는 1회용 문화재행사에만 매달리고 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실천적 개혁의식이 있는 전교조나 진보문화단체 등이 정치적 이념논쟁에서 벗어나 앞장서서 ‘문화재 보존운동’을 정부와 함께 적극적으로 벌려야 할 때이다. 

 

김수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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