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연극이야기 29

한국 현대영화의 효시, 김수용감독 별세하다>

김수남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3/12/12 [16:51]

영화연극이야기 29

한국 현대영화의 효시, 김수용감독 별세하다>

김수남 논설위원 | 입력 : 2023/12/12 [16:51]

▲     ©충청의오늘

 

 

한국 현대영화의 효시작 <안개>(1967)의 영화작가 김수용감독이 3일 노환으로 영면하셨다신상옥유현목김기영이만희 등 1960년대 이후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5인 감독 중 마지막 한국영화작가가 세상을 떠났다한국영화의 대표적인 문예영화 감독이요 최다작(108)감독으로 알려진 김수용감독에게 항상 별칭처럼 따라다녔던 ‘영상의 테크니션’은 장인 감독이라기보다 진부한 한국영화의 영상을 개혁하는 영상미학가요 한국영화의 현대화를 추구하는 선구자의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 1958년 <공처가>로 데뷔한 김수용감독의 작품세계에 대한 평가는 한국전쟁 전후실향민의 아픔을 현실감 있게 묘사한 <혈맥>(1963)에서부터 논의된다그리고 영화작가로서 국제적 평가를 얻은 <갯마을>(1965)은 한국의 향토적 정서가 물씬 풍기는 탐미적 사실주의 작품의 대표작이다작품스타일의 전환을 이룬 <안개>는 현대인의 정신적인 갈등을 심리적 의식의 세계로 풀어보는 영상실험성이 강한 한국 현대영화의 효시작이다김수용의 <자천작 20>에 의한 쟝르별 작품세계를 분류하면첫째리얼리즘적 상황극은 실향민의 애환을 그린 <혈맥>에 이어 <망명의 늪>, <도시로 간 처녀>(1981), <허튼소리>(1984) 등이 있다둘째로컬리티의 향토성을 강조하는 <갯마을>의 줄기는 <만선>, <산불>(1967)과 <물보라>(1980등이고 셋째대서사극 <토지>(1974)는 철저한 고증을 시도한 완성도 높은 대하드라마이다넷째현대인의 심리적 갈등을 다룬 작품은 현대영화의 효시작 <안개>를 필두로 <야행>(1977), <화려한 외출>, <웃음소리그리고 문학적 관념성을 영상화하기 힘들었던 <까치소리>(1967), 윤회관을 영상화한 <극락조>(1975등이 있다다섯째순수 문예영화는 <유정>(1966), <봄봄>(1969)과 국민적 영화로 기억되는 <저 하늘에도 슬픔이>(1965년 흑백, 1984년 색채), <사격장의 아이들등이다. <자천작 20이외에 청렴결백한 공무원의 생활관을 강조하는 새마을 영화 <날개부인>(1965)과 위장탈출 간첩 이수근의 실화를 영화화한 <고발>(1967), <동경특파원등의 반공드라마와 오사카 엑스포 70을 영화화한 <저것이 서울의 하늘이다>(1970등의 국책영화는 군부독재시대에 영화를 만드는 한국영화작가의 고뇌를 엿보게 한다.

 

김수용감독은 안성의 농촌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서울사범학교에 진학하였다광복 후이념대립의 혼란 속에서 문학과 그림과 연극에 향한 호기심은 훗날  영화작가의 예술적 감각을 고양시킨 밑거름이 되었다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향토적인 삶의 바탕과 이념그리고 근대사에 대한 의식은 그의 성장배경에서 비롯된다그의 다양한 재능은 자연스럽게 영화예술의 총체성을 추구하였고 50여 편이라는 문예영화의 연출경력에서 드러났다김수용의 영화작가정신은 리얼리즘 이전 형식적 리얼리티의 영상으로 군상들을 둘러싸고 있는 치열한 현실을 묘사하였다보편적으로 영화작가에게 요구되는 시대정신의 주장은 김수용에게 있어서는 유물론적 현실세계보다 형식적 리얼리티의 영상을 통해 영화적 환경 속에 자연스럽게 융해시켰다김수용의 형식적 리얼리티는 바쟁이 열린 영상을 통해 능동적 관극을 추구하는 것과 같은 목적을 수행하고 있었다그의 영화작가정신은 자연주의이며 평화주의요 일본주의를 추구한다그의 주제의식을 담는 영화형식은 한국적 질감이 짙게 풍기는 보편적인 서술구조를 바탕으로 탐미적 영상의 절제를 추구한 리얼리티넘치는 형식주의적 현대영화를 추구하였다김수용은 “테마에 대한 집착보다 화려한 문법색채적인 아름다운 구도나 분위기가 세련된 영화의 형식미를 존중한다”고 그의 입장을 밝혔다한국 영화비평가들은 작품의 테마가 분명할수록 작가정신이 뚜렷함을 주장하고김수용의 선 테마보다 영화적 형식을 앞세운 그의 작품세계에 대해 무척 아쉬워한다김수용이 활동하던 독재시대에 작가정신의 위축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기도 하지만 혹자는 김수용이 테마보다 영화적인 요소에 집착하는 데에 불만을 갖고 그의 작품세계가 현실비판 의식이 결여되었다고 오해하기도 한다김수용은 영화계에 입문하면서 “영화를 구성하는 절반은 기술이고 나머지 반은 예술이다“ 라는 그의 신념은 영화작가 김수용을 이해할 수 있는 첫 번째 열쇠이다항상 새로운 영화를 추구하며 한국영화예술에 대해 고뇌하였던 그는 아시아영화제대종상청룡상춘사영화제 등에서 다양한 상을 수상하였고 예술원 회장으로서 그리고 한국영화문화를 바로 세우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위원장으로서 바쁜 나날들을 보내기도 하였다한국영화예술의 미래를 염원하던 김수용의 무겁고 힘든 발걸음은 이제 그 짐을 훌훌털어버리고 편안히 영면하시길 빕니다.

김수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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