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연극이야기 32

<현대사를 재조명한 드릴러 서사극 “서울의 봄”>

김수남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4/01/03 [13:39]

영화연극이야기 32

<현대사를 재조명한 드릴러 서사극 “서울의 봄”>

김수남 논설위원 | 입력 : 2024/01/03 [13:39]

 

▲     ©충청의오늘

 

현대사를 재조명한 드릴러 서사극 <서울의 봄>(김성수 감독)은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 보안사령관 겸 계엄사 합동수사본부장(육군 소장)이 이끄는 신군부가 군사쿠테타를 일으킨 9시간의 경과를 영화화하였다. 개봉 33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서울의 봄>은 <범죄도시> 1068만 관객을 추월하여 2023년 한국영화 최고 관람기록을 세울 것이다. 올해 한국영화가 급격히 침체되어 한국영화계를 우울하게 했는데, <서울의 봄>과 함께 ‘한국영화의 봄’을 기대해 본다. 그 조짐은 최근 개봉된 이순신장군 삼부작인 <노량>의 예매율이 <서울의 봄>을 앞서가고 있다는 사실에서 가능성이 보인다. 

 

<서울의 봄>은 일반 서사극과 달리 지속적인 긴장감을 창출한 서사드릴러물로 141분의 런팅타임 동안 지루함을 느낄 수 없었던 잘 만들어진 영화이다. 그리고 이성민, 황정민, 정우성 등의 연기가 돋보여 극적 재미를 배가한 실화 영화이고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허구의 장면도 추가되었다. 역사의 변명이 개입될 여지가 많은 군부쿠테타 9시간 동안을 재조명한 <서울의 봄>은 재해석, 재평가하는 일을 역사가에만 일임할 수 없는 현대사이다. 당시 국군 수뇌부의 무능하고 군인정신이 결여된 한심한 작태를 대한민국 현역 군인들이 되새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역사적 사실의 나열이 아닌, 당사자들의 감정과 사회적 상황을 세밀하게 그려낸 <서울의 봄>은 마침 이순신의 영화, <노량>이 동시 상영되면서 나라를 위한 참 군인이 누구인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동시대를 살아 온 국민들이나 신세대들도 역사적 사건이 개인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체감케 하는 영화이다. 권력욕에 이성을 잃은 ‘하나회’ 집단이 대한민국 국권을 가로채는 9시간의 기록은 현역군인은 물론 온 국민이 되새겨야 할 교훈을 남겼는데, 민주당은 ‘하나회’와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집단’을 동일한 프레임으로 씌우는 국민선동을 시도하고 있다. 그들의 한심한 역사의식을 가늠할 수 있는데, 사극감상의 기본적인 자세는 사실적인 배경과 사건의 경위를 논리적으로 평가할 일이지 특정한 이념으로 프레임화하는 것은 역사의 진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전교조 교사가 윤석열 검찰왕국 운운하며 불법적으로 학생들을 동원하여 <서울의 봄>을 관람시켰다는 뉴스가 그 일례이다. 윤석열정부도 민주당의 왜곡된 프레임화에 정쟁만 할 것이 아니라, ‘하나회’와 ‘검찰집단’을 동일시 하는 주장에 대해 고려할 점도 있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1979년 10월 26일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박정희대통령 저격사건으로 민주화시대의 도래를 열망했던 ‘서울의 봄’은 권력욕에 미친 보안사령관 전두광(전두환소장:황정민분)과 9사단장 노태건(노태우소장:박해준 분)을 따르는 ‘하나회’ 장교들의 구테타로 ‘서울의 겨울’이 찾아 왔다. 전두광은 계엄사령관 정상호(정승화:이성민 분)을 대통령의 재가없이 불법 연행하고 쿠테타를 일으켰다. 쿠테타 반란군에 맞선 진압군은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장태완소장:정우성 분), 특전사령관 공수혁(장병주소장:정만식 분). 헌병감 김준엽(김진기준장:김성균 분) 등으로 실존인물을 생각하면서 영화감상하는 재미가 부가된다. (‘국민맘앤맘’, ‘예술하는 마음’ 인터넷 참조) 특전사령관을 체포하는 4공수여단장(실제로는 3공수) 김창세(최세창:김성오 분)는 수도경비사령관, 제3군사령관, 합참의장, 국방부장관을 역임했고 2공수여단장(실제로는 1공수) 도희철(박희도:최병모 분)은 26사단장, 특전사령관, 제3군사령관, 육참총장을 지냈다. 보안사의 감청으로 진압군을 혼란에 빠뜨린 문일평(허화평:박훈 분)과 계엄사령관을 체포한 허창수(허삼수:홍서준 분)는 허문도와 더불어 5공화국 실세 ‘3허’이다. 전두광이 대통령 최한규(최규하:정동환 분)에게 계엄사령관 체포 재가를 받을 때 동행한 임학주(이학봉:이재윤 분)는 청와대 민정수석, 국가안전기획부 차장을 역임하였다. 전두환의 상사로 쿠테타에 참여한 장성 한영구(황영시:안내상 분)는 12ㆍ12 이후 육군참모차장, 참모총장, 감사원장으로 영전했고, 배송학(유학성:염동헌 분)은 제3군사령관과 중앙정보부장을 거쳐 3선 의원이 됐다. 쿠테타 세력을 진압하기위해 부평에서 서울로 진격한 8공수여단장 박기흥(윤훙기:정형석 분)은 쿠테타 직후 여단장에서 물러난다. 수도경비사령관과 함께 반란을 진압하려든 특전사령관 공수혁은 12ㆍ12 이후 강제 예편된 이후 1989년 변사체로 발견되어 타살의혹이 제기되었으나 자살로 처리됐다. 특전사령관 비서실장 오진호(김오랑:정해인 분)의 아내 백영옥은 남편의 사망 소식을 듣고 실명하여 1991년 실족사했으나 의문사 의혹이 제기됐다. 오진호를 사살한 박수종(이승희 분)은 박종규로 김오랑과 박종규는 관사 위 아래에 살며 부부끼리 절친한 사이였다. 박종규는 육군본부 정보처장을 거쳐 56사단장 자리까지 올랐다. <서울의 봄> 종막에서 전두광이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이태신과 결전을 벌리는 앞뒤 씬은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다.”고 결기를 보여준 이순신장군의 오마쥬로 이태신의 허구장면으로서는 적합치 않았다. 김성수 감독은 “각색할 때 재미를 위해 허구를 더했다.”고 밝혔지만, 수도경비사령관 장태완은 대세가 기운 걸 확인한 후 수도경비사령부로 돌아갔다가 체포됐다. 국방장관 오국상(노재현:김의성 분)과 민성배 육군참모차장(윤성민중장:유성주 분)은 쿠테타 대처에 무능한 주 인물인데, 오국상은 총격전이 있자 가족과 함께 미8군사령부로 도피했다가 국방부로 돌아와 반란군에게 체포됐다. 민성배는 유혈사태를 막겠다는 구실로 전두광 체포의 기회를 놓쳤고, 그 이후 전두광 일당을 진압할 8공수 철수를 전두광과 협상하였다가 역습당해 쿠테타 진압의 기회를 두 번이나 놓쳤다. 민상배는 대한민국 역사를 거꾸로 돌린 데에 일조한 무능한 장군인데, 그 댓가로 전두환의 부당한 권력을 누렸다.

김수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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