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봉이냐

김헌태 논설고문 | 기사입력 2023/02/12 [15:20]

국민이 봉이냐

김헌태 논설고문 | 입력 : 2023/02/12 [15:20]

  © 충청의오늘


정치인들은 툭하면 국민을 앞세운다. 국민이란 용어를 정치인들처럼 많이 쓰는 사람도 없다. 국민 행복이니 민생이니 국민만 바라보고 간다느니 하면서 갖은 수식어를 다 붙이며 국민을 들먹거린다. 국민, 서민, 민생을 말하면서 영혼이 없는 말만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정치인들이라는 비아냥을 듣는다. 선거를 통해 국회의원도 되고 단체장이나 지방의회의원도 된다. 선거 과정에서 국민이나 시민들에게 마치 파라다이스 세상을 안겨줄 듯이 공약을 남발하지 않는 후보들이 없다. 잘하겠다는 것이다. 정당들도 도덕성이나 청렴성, 능력을 검증해 후보를 공천한다며 공천심사에 갖은 요란을 다 떨고 있다. 하지만 나중에 보면 이것이 얼마나 허상인지 심한 자괴감을 느끼는 것이 바로 국민이자 유권자들이다. 2년마다 선거를 치르면서 유권자인 국민은 회한의 심경을 갖게 된다. 국론을 분열하고 대립과 갈등을 촉발하는 자들의 모습을 작금의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국민을 위하는 양 구호는 거창할 뿐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참으로 치졸한 수준 이하의 정치 행각으로 뜻있는 국민의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자화상이다. 

 

요즘 노동개혁이니 연금개혁, 교육개혁 등이 개혁의 이슈가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불합리하고 뿌리 깊은 적폐 덩어리가 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노동현장의 불법성과 비민주성이 건전한 노사문화를 피폐하게 만든 지 오래다, 상상을 초월하는 폭력성과 집단적 이기주의가 우리 사회를 골병들게 해 왔다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에다 정권을 잡고 도대체 무엇을 그렇게 함부로 했기에 국민연금이 고갈되어 가는 처참한 지경에 이르렀는지 참으로 황당하다. 국민의 피 같은 돈을 거둬서 어떻게 관리를 했기에 이 지경인지 국민은 묻고 있다. 교육현장에는 인성교육이 사라지고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대한민국의 과거를 지우고 미래를 향한 비전을 제대로 심어주지 못하는 이념교육이 판을 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지 궁금하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역사를 왜곡하고 부정하고 저항심을 심어주는 교육이 된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교사들의 교권이 땅에 떨어지고 직장인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제대로 된 훈육도 어렵고 방치 교육이 판을 치고 있다. 교육현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저출산으로 학생 수도 급감하고 있다. 시골에 가면 폐교된 학교가 곳곳에서 넘쳐난다. 심지어 매각되기까지 했다. 대학들도 미달학과가 속출하고 있다. 정원에도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입시생 수로는 이제 존립 자체가 위태롭기까지 하다. 실제 문을 닫는 대학도 생겼다. 이런 나라가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정치는 정책을 갖고 국민을 대하는 것이다.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 정치지도자도 있었다. 그런 토양 위에 성장한 대한민국의 경제를 빚더미로 만든 정치지도자들이 매화타령하며 큰소리치고 있는 나라 꼴이 되었으니 통탄할 노릇이다. 탈원전한다고 태양광이니 하면서 에너지 정책을 엉터리로 펼쳐온 결과가 바로 한전의 부실과 전기요금 폭탄이다. 모든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고 있는 꼴이 되었다. 여기에다 가스요금까지 폭등하니 국민은 노상강도를 당한 느낌이다. 한겨울에 난방비가 폭등하여 서민들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잘못된 정책의 책임을 애꿎은 국민이 고스란히 짊어지는 이런 세상이다. 국가 채무 즉 빚이 1,000조를 이미 넘겼다. 줄잡아 국민 1인당 2,000만 원 안팎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이처럼 천문학적인 빚을 후대에 남기고 있는지 억장이 무너지지 않을 수 없다. 정치인들의 포퓰리즘과 무모한 정치 행위가 낳은 비극적인 결과다. 아마 지방정부의 부채까지 포함한다면 더 놀라울 상황을 보게 될 것은 뻔하다.

 

요즘 지하철 무임승차를 65세 이상에서 70세 이상으로 상향하는 움직임이 서울, 대구, 대전 등지에서 펼쳐지고 있다. 서울의 경우 1조원 대의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만지작거리고 있다. 대전시와 대구시의 경우 도시철도의 무임승차기준을 상향하기로 하고 사실상 최종확정단계를 남겨놓고 있다. 아마도 올해 안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자치단체가 주장하는 논리는 하나 같이 적자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들여다보면 책임 전가도 이런 전가가 없다. 마치 적자가 노인 때문이어서 노인들의 무임승차를 줄이면 적자를 크게 줄여 경영이 호전될 듯 요란을 떨고 있지만, 그 결과를 두고 보아야 한다. 당연히 노인계층에서는 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올 6월부터 만 나이가 적용되기 때문에 생일이 돌아오지 않으면 우리 나이로 72세 이상이라는 말이 된다. 마치 무슨 문제가 발생하면 국민에게 전가하듯이 노인들에게 그 책임을 돌리는 행정 처사는 심각한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내년 총선에서 소외계층이 되어버린 노인들의 마음을 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자치 선거에서도 노인 유권자층이 선거의 당락을 좌우하는 중요한 존재감이 증명된 바 있다. 경로우대의 사회적 합의가 축소되는 상황에서 이를 반길 노인들은 없다. 노인들의 역린을 건드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기료, 가스료, 난방비 인상 등 모든 것의 적자보전이 이런 방식이라고 한다면 정책의 허구성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새해 들어 국민의 삶을 어렵게 만드는 일들만 넘쳐난다. 이것은 그동안 위정자들이 정치를 잘못했다는 성적표다. 낙제점이다. 그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이 감당하고 있다. 국민연금 적자로 기금이 고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멀쩡한 원전을 멈추게 하고 한전 적자를 국민에게 떠넘기는 지경에 까지 왔으니 그 책임은 절대 가볍지 않다. 부동산 가격 폭등을 부추기고 1년 만에 폭락 상황을 맞고 있는 데다 금리까지 치솟아 아파트 대란이 시작되고 있다. 벌써 미분양아파트의 속출에다 계약 취소까지 겹쳐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형국이다. 반값 아파트도 나오고 있고 경매아파트도 넘쳐난다. 전세금을 내줘야 하는 집주인은 폭락한 아파트의 전세마저 나가지 않아 금융기관을 전전하며 차액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대출로 아파트를 산 상당수의 아파트소유자는 밤잠을 설치고 있다. 심지어 세종의 눈물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아파트값 폭락은 민생에 치명타를 입히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 대출금에 의존하던 소상공인이나 영세상인들도 고금리 시대 힘겹기는 마찬가지다. 

 

나라 전체 구석구석이 난리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정쟁에만 혈안이 되어 수준 낮은 정치 행각과 국회 발언을 일삼고 있다. 개혁을 말하지만, 정치개혁이나 국회 개혁만큼 시급한 것은 없다. 선출직 공무원들인 정치인들이 만들어 놓은 대한민국의 난장판 상황에 책임지는 정치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후진 정치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국민이 다시 깨어나야 한다.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에서 국민을 고통에 빠트린 자들을 단호하게 심판해야 한다. 국민이 봉이냐는 목소리가 거세다. 국민은 절대 정상모리배들의 봉이 아니다. 코로나 19사태에도 그야말로 열심히 살아온 것뿐이다. 국민저항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다. 주인인 국민을 힘들게 하고 고통을 안겨주는 하인인 수준 이하 정치인들을 척결하기 위해 이제 국민이 정치개혁에 나서야 한다. 이 길이 대한민국을 살리고 국민의 존재감과 단호함을 보여주는 길이다. 그런 마음이 배가되는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오늘날 접하고 있다.

김헌태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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