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세밑을 향한 단상

김헌태 논설고문 | 기사입력 2021/12/13 [09:11]

2021년 세밑을 향한 단상

김헌태 논설고문 | 입력 : 2021/12/13 [09:11]

▲     ©충청의오늘

  2021년 신축년 소의 해가 가고 2022년 임인년 호랑이의 해가 다가오고 있다. 누가 세월을 유수와 같다고 했는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12월의 달력이 세밑을 향하며 아쉬움과 회환을 남긴다. 모두가 참으로 힘든 한 해였다. 코로나 시대 모든 것이 송두리째 바뀌어 버렸다. 일상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 직장과 학교, 종교, 단체, 문화예술, 여행, 모임, 경제활동 등 모든 것이 코로나 이전 상황과 너무 달라졌다. 한마디로 생존의 몸부림이다. 살아남는 자는 남고 죽는 사람들은 죽고 있다. 마치 오징어 게임을 연상시킨다. 아마도 이런 게임의 등장은 시대상황을 표현한 듯싶기도 하다. 

 

 이런 상황이 오기까지 우리는 코로나 시대의 시작을 회고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작은 불행의 씨앗이 지난해와 올해 2년간 온 나라를 혼돈으로 몰고 갔다. 코로나19는 우한폐렴이란 말로부터 시작됐다. 2020년 1월 20일 전날 우한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35세 중국 여성이 시작이다. 국내 코로나 첫 확진자는 한국국적으로 같은 해 1월 24일 우한에서 상하이를 거쳐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55세 남성이다.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누적자 확진자만 51만 명이 넘고 사망자는 4,200명이 넘는다. 요즘도 81%가 넘는 백신접종률에도 불구하고 신규 확진자가 하루 무려 7천명을 넘나들고 있다. 위드코로나가 지난 11월 시작됐지만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위드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는 듯싶다. 백신접종률이 높아지면 집단 면역이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감마저 사라지고 있다. 이제는 3차 접종인 부스터샷까지 이어지고 있는데도 연일 급증하는 신규확진자로 연말 전국이 초비상이다. 

 

 모든 연말 모임들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간소화되고 있다. 그렇게 자랑하던 k방역은 존재감마저 사라졌다. 정부에 대한 국민불신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무기관인 질병청도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다. 국민들은 위드코로나 시대를 맞아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홀가분한 연말연시를 기대했다. 규제가 대폭 풀려 각종 모임 스케쥴을 잡고 제주도 여행도 다녔다. 제주비행기는 만석이 됐고 공항은 인파로 붐벼 마치 코로나가 종식된 듯 했다. 마스크 착용한 것을 제외하면 그랬다. 하지만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모든 것들이 위드코로나 이전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제주비행기도 한산해졌다고 한다. 신규 확진자 발생 상황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 신규확진자는 지난 5일 5,126명에서 6일 4,324명, 7일 4,954명, 8일에 7,174명으로 최고 정점을 찍었고, 9일 7,102명, 10일 7,022명, 11일 6,977명으로 한 주간 하루 평균이 6,097명에 달했다.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문제는 돌파 감염자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남아프리카 발 새로운 코로나 변이바이러스인 오미크론까지 우리나라에도 상륙해 그야말로 위드코로나를 비웃고 있다. 감염속도마저 델타변이보다 5배 빨라 참으로 우려스런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검사소에는 코로나 검사자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불안감의 표현이다. 검사자가 많아져서 신규 발생자들이 급증하고 있는지 아니면 위드코로나로 마치 코로나가 종식된 것처럼 만심을 하다가 빚어진 현상인지 자못 궁금하다. 방역패스도 필수지참물이 되고 있다. 물론 식당가에서는 아직도 느슨한 상황이다. 겁날 정도로 객석이 꽉 찬 상태로 영업을 하는 곳을 보게 된다. 그동안 코로나로 피해를 많이 본 업종이기 때문에 장사가 잘 되는 것은 환영 할 만하지만 그래도 편안한 마음으로 식사하기에는 어딘가 찝찝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차까지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도 돌파감염 소식에 마냥 안심하고 이런 공간에 머물기를 꺼려하고 있다. 폭발적으로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상황 속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이 팽배하다. 한마디로 위드코로나의 실패작이다. 사실상 위드코로나 이전으로 되돌아갔다. 이런 연말의 사회분위기가 삭막함을 더하고 있다. 

 

 누가 뭐래도 12월은 한해를 되돌아보고 정리하면서 새해를 맞이해야 하는 참으로 의미 있는 달이다. 힘들고 혹독했던 2021년 신축년을 떠내 보내야할 시점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온통 세상이 혼란스럽기만 했던 올 한해는 어린이에서부터 어른들에 이르기 까지 모두가 마스크 세상에서 살아갔다. 이제 마스크는 필수품으로 일상화되어 버렸다. 마스크를 사기위해 줄을 섰던 진풍경도 사라졌다.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는 곳마다 체온계가 현관이 비치되어 출입자들의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공포의 코로나와 함께 사는 세상에서 복불복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듯하다. 연말의 푸근함을 주던 눈도 제대로 오지 않고 있다. 날씨마저 겨울답지 않다. 우리 주변의 일상이 모두 흐트러진 12월이다. 그렇다고 비관하고 소모적인 연말을 보낼 수 없다. 

 

 연말을 장식하는 구세군의 자선냄비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연말이웃돕기도 시작됐다.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시기를 보내는 불우한 이웃들을 향한 사랑의 손길이 절실해지는 올 한해의 사회상이다. 모든 일상이 흐트러진 연말이지만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가치관과 참된 인성을 통해 밝고 건강한 사회건설은 지속되어야 한다. 내년 3월 9일 도착하는 대선열차도 달리고 있다. 생각보다 국민들의 열기가 뜨겁지 않다. 하지만 호랑이해에 표효할 새로운 대통령은 틀림이 없이 탄생한다. 올 세밑은 코로나도 종식되고 나라도 안정을 되찾는 2022년 호랑이해를 향한 모두의 기원이 절실한 것 같다. “내일 지구가 종말이 온다 할지라도 나는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네덜란드 철학자 스피노자처럼 요즘 같은 난세에 스스로 긍정의 마음과 희망을 키워봄이 어떨까 싶다.

      

김헌태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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