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

- 생물의 발육이 완전히 이루어짐. 사람의 생각이 자라 어른스럽게 됨

오현주(미경) 소장 | 기사입력 2013/11/14 [21:44]

성숙

- 생물의 발육이 완전히 이루어짐. 사람의 생각이 자라 어른스럽게 됨

오현주(미경) 소장 | 입력 : 2013/11/14 [21:44]
 
▲      © 오미경  충북분석심리연구소 사람과삶 소장

인생을 살다보면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고 그 끝간데길것만 같은 시기는 숨이 턱턱 막혀 이제는 정말 죽겠구나 하는 순간까지 다다르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시기는 사람마다 조금씩 그 강도가 다를 수 있겠지만 경험하는 당사자는 언제나 자신이 가장 최악의 순간을 경험한다고 생각한다.

그 시기에 따라오는 우울은 반드시 죽음 생각을 동반한다.. "죽고싶다!" "오죽하면 죽겠는가"라는 말을 사람들이 한다. 그러면서 또 "죽을 만큼 살아라"라는 말을 한다. 죽음!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또 죽고 있다' 우리는 사는 만큼 죽는 것이다 그것은 생체적 관점뿐이 아니라 정신적 관점에서도 그렇다

우리가 음악이든 운동이든 사업이든 사실 처음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서 잘해보겠노라 결의를 하고 배운대로 용을 쓰지만 일정한 시기가 되면 우리가 원하는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힘의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즉 힘을 잘 빼는 것이 힘을 주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고차원적인 기술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힘만 주던 그 시절을 떠 올리면서 빙그레 웃는다.

인생에도 반드시 이러한 시기를 경험하는 것이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지금도 하루를 사는 우리는 여전히 때때로 죽음을 경험한다. 꼭 그것이 죽음만큼의 강도는 아닐 수 있어도 "아~ 힘들다! 세상이 결코 만만치 않구나! 난 잘 살고 있는 걸까? ..." 길을 가다가 문뜩 하늘아래 혼자 서 있는 느낌을 우리는 지금도 순간 경험한다. 멍~하니, 때로는 막막하게, 모든 걸 버리고 주저앉아 혼 빠진 시체처럼 내 길을 응시할 때도 있다. 그때는 누군가 나를 밀쳐 쓰러뜨리면 쓰러 진 채로, 자신을 마구 때려도 그 고통에 아무런 반응을 하고 싶지도 않고...그래서 모든 것이 곧 끝날 것 같지만 우리는 어느 순간에 또 일어나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어쩌면 그 길이 길인지도 망각한체..

그렇게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산다. 이 말은 오히려 능동적이라기보다는 어쩌면 수동에 가깝다고 느낄 만큼 힘겹게 살아간다. 그래서 우리는 늘 자신에게 삶을 살아갈 용기 혹은 살아야 되는 이유를 줄 만한 그 무엇을 필요로 하고 또 그러한 이유거리를 찾는다. 그것이 가족의 무게든 명예욕이든 권력의 힘이든 봉사를 통해 얻어지는 긍정의 힘이든 ... 우리는 각자가 지금 소중하다는 그 무엇을 만들어 그 끈을 붙잡고 살아가고 있다. 그것이 자신에게는 삶의 이유이며 삶의 조건인 것이다. 누구도 그러한 삶을 욕할 수 없다. 그것이 그 사람을 존재하게 하는 유일한 생명줄이라고 본인이 선택했기 때문이며 또한 그 어떤 생명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그 삶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 있는 것이다.

만약에 우리의 삶에 이러한 고뇌나 힘겨움이 없다면 그야말로 인생은 앙코 없는 찐빵처럼 밍밍할 것이며 고무줄 없는 팬티처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 버릴 것이다. 나는 사람 냄새는 사람을 좋아 한다. 자신과의 투쟁에서 치열하게 살아남아 피를 삼키면서도 오히려 타인을 관용하고 배려하며 수용하는 그런 사람을 좋아한다. 웃음에서 묻어나는 삶의 비린내가 좋고 그윽한 눈빛에서 흘러나오는 진흙속 힛뿌연 오염에 경의를 표한다. 그 사람은 기품이 있고 그 사람은 편안함이 있고 그 사람은 끝없는 관용이 있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서는 때로는 날카로운 칼날이 번뜩이기도 하고 때로는 정의로움의 밝은 빛을 보이기도 한다. 난 그런 냄새나는 사람이 좋다.

대나무가 올곧게  높이 뻗어 그 바름을 자랑 하는데도 반드시 숭고한 고통의 순간을 수차례 경험하고서야 비로소 그 장대함을 자랑하듯이, 우리 인생에도 나무의 옹이와 같은 시기를 수없이 경험하면서 비로소 냄새 나는 멋진 한 인간으로 그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또한 인간의 성숙이며 사람들은 이러한 인간을 존경하고 참된 스승이라고 칭송한다. 고로 인간에게 주어지는 고통은 장대한 나무의 옹이와도 같은 것이니 그 고통이 오고 또 온다고 해도 잘 견뎌낼 일이다. 왜냐하면 살고 죽는 것은 어차피 인간의 몫이 아니기 때문이며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것만이 인간에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권이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을 것이다"


오현주(미경)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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