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x에서 gender로

오현주(미경) 충북분석심리 연구소장 | 기사입력 2013/12/28 [20:20]

sex에서 gender로

오현주(미경) 충북분석심리 연구소장 | 입력 : 2013/12/28 [20:20]
 
▲ 오현주(미경) 충북분석심리 연구소장          © 하은숙 기자

성, sex라고 하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성행위라는 생각에 머문다. 누가 그렇게 가르쳐 주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러한 사고의 고착현상은 우리들이 당연하다고 인식하고 아무거리낌 없이 받아들이는 집단무의식의 결과다. 올 한 해 유독 성과 관련된 사건들이 때로는 창피하게 때로는 섬뜩하게 지겹도록 메스미디어를 장식했고 다만 크게 이슈화 되지 않았을 뿐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이러한 일들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어쩌면 인류가 세상에 존재하면서부터 이 문제는 관념만 없었을 뿐 인류와 함께 공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같이 술자리가 많은 시기에는 자신의 성 의식을 꼼꼼히 점검해 봐야 한다. 좋은 사람들과 한 해를 마무리 하고자 모인 자리에서 자신이 미처 의식하지 못한 습관적인 어떤 행위가 자신이 그동안 쌓아 온 공든 탑을 무너트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하지만, 많은 성폭력, 특히 성희롱과 관련된 가해자들은 자신이 한 행위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다.

사실 과거에 많은 여성들도 직장이나 모임들에서 비일비재하게 경험하던 불쾌한 감정 즉, 성적수치심과 관련된 감정에 대해 단지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나마 소수의 열정적인 페미니스트들의 피나는 노력의 성과로 우리나라도 여성발전기본법 시행령 제 27조의 2⌜남녀고용평등과 일. 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2008.6.5 대통령령 제 20803호⌟에 따라 연 1회 이상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정책적으로 시행 한 결과 많은 직장들이 성 가치관을 새롭게 적립해 나가는 중에 있고 이로서 여성들도 자신의 감정에 조금은 충실한 대응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만들어 지고 있다. 나도 사회참여의 일환으로 성희롱예방교육을 한다. 성교육을 한다고 하면 남성들 가운데 몇몇 사람들은 체위 방법을 가르쳐 주냐고 농담 반 조롱 반으로 대응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런 형태의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성을 단순히 행위로만 이해하며, 나아가 자신의 경험과 사회적 태도로만 성을 바라보려고 하는 경우로 이러한 인식에서 언제나 문제는 발생한다.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남자와 여자는 생물학적 차이도 있지만 인식의 차이도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상대의 성을 하나의 인격으로서 서로의 성이 경험하는 삶의 상황과 사회경제적 지위의 다름을 인정하는 즉, gender적 의미로서 성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인간의 존중이나 인정이라는 것은 비단 성에만 국한 될 수는 없다. 이는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해 가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인간의 기본 소양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힘(돈, 지위, 명예..)을 갖게 되면 보상심리가 발동한다. 그 자리에 위치할 동안 자신이 겪었던 불합리한 상황들이 억울하고 왠지 자신만 불행했던 것 같은 감정들에 대해 보상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러한 결과로 가정 폭력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성폭력가해자로 전자발찌를 부착하게 되며, 직장에서는 지위를 이용한 성희롱행위자가 되기도 한다. 특히 올 해 우리를 너무나 수치스럽고 경악스럽게 했던 사건 중에는 세계8대 굴욕 사건에 명예롭게(?)이름을 올린 윤창중이 그랬고, 천사 같은 한 아이의 인생을 무참히 짓밟아 버린 조두순이 그랬다. 여기에 성매매, 성희롱 문제는 너무나 많아서 언급조차 힘들 지경이다. 이번 박근혜정부가 4대악 근절을 선포한 기간 중에도 장애인과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 범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보더라도 우리사회에 힘의 논리가 얼마나 만연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고 성폭력은 심각한 사회적 범죄행위임에 분명하며 반드시 처벌 되어야 한다.

또 한 가지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사회적 측면과 더불어 심리적 측면에서의 성폭력은 자기분노에 대한 보상적 행위의 문제다. 어린 시절 상처에 대한 분노의 보상이고, 현재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사회에 대한 분노의 보상적 행위인 것이다. 사회적 체계가 불안전하고 경제가 위축 될수록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불안을 느끼고 좌절을 경험한다. 그러한 개인은 어떤 방법으로든 자신의 존재를 확인 받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작용한다. 그래서 자신보다 힘이 약한 어린아이나 노약자나, 정신지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자신의 힘(성적행위)을 확인받고자 하는 심리에서 범죄행위를 일삼는 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심리적 현상이 어떠하든 자신의 문제로 인해 상대에게 피해나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행위들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상대에 대한 배려나 존중이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 사회문제는 너나 나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 우리의 문제다. 다가오는 갑오년에는 우리 모두가 좀 더 행복하기를 빌어본다./ 오현주(미경) 충북분석심리 연구소장    

오현주(미경) 충북분석심리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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