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당신의 가정은 안녕하십니까?

오현주(미경) 충북분석심리 연구소장 | 기사입력 2013/12/12 [06:05]

사랑한다면...

당신의 가정은 안녕하십니까?

오현주(미경) 충북분석심리 연구소장 | 입력 : 2013/12/12 [06:05]
▲ 오미경 충북분석심리 연구소장     © 하은숙 기자

 
 
 
 
 
 
 
 
 
 
 
 
 
 
 
 
 
 
 
 
 
 
 
 
 
 
 
 
 
성인 남자와 성인 여자는 반드시 부부여야 된다는 법은 없지만 사회적 인식으로 성인 남. 여는 부부를 이루어야 된다는 강박증이 있다. 물론 1990년만 해도 총 가구의 9%에 불과했던 1인 가구가 2000년 15.5%, 2010년에는 23.9%로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봐서는 이런 주장도 조금은 설득력을 잃어가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이혼율을 줄이고 부부간의 갈등을 최소화 하기위한 방책으로 조심스럽게 제시되고 결혼 방식에 있어서 '1년 정도 동거 후 결혼'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남성 25.1%, 여성 19.3%가 보이고 있다는 발표도 있지만 사회적 인식이 이를 편하게 수용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로 남아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선택이 해마다 증가하는 이혼율을 줄일 수 있을까? 그렇다면 5~10년씩 서로 사귄 후 결혼한 부부도 이혼하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혼해야하나? 이 질문에 남자와 여자는 각기 조금씩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 현대의 결혼 문화가 남녀 공히 얼굴보고 조건보고 미래가치 따져서 잘 선택한 결혼을 하려고 하고 또한 자신의 선택에 만족하며 웨딩마치를 울리지만 우리는 이혼하며 늘 이혼을 생각한다. 왜일까? ‘2009년 사법연감’에서 대법원은 신혼부부의 이혼율이 2004년 25.2%에서 2007년 27.1%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황혼 부부의 이혼율도 지난 2009년 22.8%를 기록한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 이러한 시점에서 과연 부부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할까? 물론 이론적인 해 답이야 있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고 인정하고 조금씩 피차 희생하며 상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 세상 일이 이렇게 이론대로 살아진다면 이혼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부부들이 늘 이율배반적인 상황에 놓여 있고 언제나 갈등상황에 힘들어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은 왜 매번 반복될까? 나는 이러한 문제의 핵심은 남녀가 본심을 숨긴 가식적 만남을 하고 있는 결과라고 본다.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 만남의 세월의 길고 짧음도 사실 큰 의미가 없이, 결혼이란 목표가 있기에 상대의 환심을 사기위해 서로가 ‘너를 위해서 내가 무엇이든 해 줄게’ 라는 어쩌면 가식적 행태를 보이지만, 웨딩마치를 울리며 나오는 순간 ‘내 배우자가 나를 위해서 무엇을 해 줄 것인가?’ 라는 마음으로 돌아 서는 것이다. 갈등은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흔히 가족을 사랑의 공동체라고 한다. 그런데 그 사랑이라는 것은 지극히 추상적이어서 사람마다 그 기준이 다르다. ‘내가 너를 사랑하니까’ 가 아니라 ‘네가 나를 사랑 한다 면‘이라는 생각의 차이가 갈등을 만든다. 

부부의 해체는 가정의 해체다. 우리는 부부라는 단어를 좀 경솔히 다루는 면이 있다. 부부! 너와나! 사실 같이 살겠다고 마음먹은 두 사람의 집합체지만 그렇게 둘만 살다가 헤어진다면 어쩌면 쉬운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자녀가 있다면 우리의 선택에 책임이 따른다. 자녀가 자신이 살아야 할 이유가 되기도 하고, 때론 자식이 자신의 새로운 선택에 커다란 장애가 되기도 한다. 가정경제가 힘들어지고 부부갈등이 심화되면서 가장 큰 피해자는 자녀들이다. 우리가 알듯이 청소년의 탈선이 사회문제가 된 것은 이미 오래된 현실이다. 나도 과거 1980년도 후반에 청소년감호소라는 곳에서 중형을 구형받은 청소년들을 상담한 일이 있다. 이곳에 구금된 10대 후반 청소년들의 대부분은 최소 살인3범에서 7범의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 이 아이들을 만났을 때는 나에게 험한 말을 하거나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할까봐 내심 두려움이 컸다. 하지만 내가 만난 아이는 너무나 착하고 여린 심성을 갖고 있었고 스스로도 자신의 반복되는 현실에 매우 힘들어 하고 있었다. “이 곳을 나가도 저는 갈 곳이 없어요! 어쩌면 저는 또 이런 일을 반복 할지 몰라요!” 이 아이의 말이 25년여가 지난 지금에도 내 가슴을 아려온다.

청소년 문제는 가족의 문제며 부부의 문제다. 가족 공동체에는 사랑만 있는 곳이 아니고 반드시 책임과 의무도 있다.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노력하는 부부, 노력하는 부모가 있어야 한다. 기업에도 경영컨설팅이 필요하듯이 가정에도 가족컨설팅이 있어야 한다. 세상에는 거저 되는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가정생활과 자녀 양육은 그냥 살다보면 어떻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한다. 돈과 관련된 재무 설계를 위해서는 자문을 구하지만 자녀의 양육을 위해서는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지 않고 자기의 상식선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든다. 그러다보니 시행착오도 겪고 문제점도 발생하지만 막상 그 문제를 깨달은 순간은 이미 늦어버린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가족 갈등으로 인한 해체와 더불어 우리사회의 재혼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데 주목해야 한다. 재혼하면 잘 된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할 지 모르지만 많은 청소년들이 부모의 재혼으로 인한 갈등으로 힘들어 하고 있으며 그 결과 가출로 인한 범죄현장으로 내 몰리고 있고 수가 날마다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해체가정의 수가 증가하는 만큼 재혼가정의 그 수도 해마다 증가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가정은 안녕하신지 마음을 갖고 살펴봐야 한다. 결코 이혼과 재혼만이 가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상적인 해결책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를 갖고 있는 남녀가 해체하고 또 다른 만남의 결합을 한다고 해서 그 문제가 해소 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주어진 갈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최선의 노력이 그 답일 수 있다. 스스로의 힘으로 부족하다면 타인의 힘을 빌어서라도 문제를 해결하거나 최소화 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과연 부모인 나는 지금 내 가정의 구성원들과 얼마나 소통하고 살고 있는지 나는 내 가족들과의 소통에서 나 자신을 얼마나 오픈하고 위로를 받고 있는지 스스로의 가정을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다. 찬바람이 살갗을 파고드는 엄동설한에도 콘크리트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온 몸으로 삼키며 박스 한 자락에 삶의 거죽을 누인 한 가정의 가장들을 나는 본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어찌 살았는지 돌아보면 자신이 대견 하리 만큼 힘겨운 한 해를 잘 견뎌내어 스스로 자족하며 한 해를 정리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때로는 준비하고 애쓴 보람의 결과로 눈에 보이는 성취를 이루고 다가오는 또 한해를 벅찬 가슴으로 기다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어떤 이는 끝간 데 없이 지루한 삶에 지칠 대로 지쳐서 인생무상을 뼈저리게 채득하며 삶의 이유를 묻고 또 물으며 또 한 해의 끝자락에 처절한 눈빛을 매달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어떠한 모습으로 세상을 살든 또 세월의 시계는 흐른다. 일생에 무한히 반복되는 이러한 정리의 시점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가족의 문제를 고민해 보고 내 가정은 정녕 안녕하신지 점검할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 / 충북분석심리 연구소장 오현주(미경)

 


오현주(미경) 충북분석심리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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