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김헌태 논설고문 | 기사입력 2022/09/18 [11:09]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김헌태 논설고문 | 입력 : 2022/09/18 [11:09]

  © 충청의오늘

 

언제부터인가 ‘6.25의 노래’를 잊고 있다. 부르지도 않고 있다. 72년 전 6.25전쟁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노래다. 6.25전쟁은 북한 공산군이 암호명‘폭풍’이란 이름으로 1950년 6월 25일 새벽 불법 남침한 것이다. 부끄럽게도 사흘 만에 서울을 뺏겼다. 물론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으로 서울을 되찾았지만 정전협정이 이뤄진 1953년 7월 27일까지 3년 1개월 무려 1,129일 동안 동족상잔의 비극적인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72년이 지난 지금도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라 휴전 중이다. 다시 말해 아직도 진행형이다. 전쟁이 끝난 것처럼 착각하고 살 뿐이다. 엄연히 38선을 두고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다. 이제는 핵전쟁의 위협까지 받고 사는 험악하고 살벌한 대치 상황이 끝나지 않고 있다. 틈만 나면 위화감을 조장하고 있다. 심지어 오늘날에 이르러 남침을 북침이라고 주장하고 있을 정도이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3일 만에 서울이 함락되고 파죽지세처럼 쳐들어오는 북한군의 기세에 밀려 남한 땅을 다 뺏길 위기에 처했었다. 유엔군이 참전하고 인천상륙작전으로 인해 전세를 뒤집었지만, 6.25전쟁의 악몽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엄연한 역사다. 북을 아군이라고 착각하고 살아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이 모든 것을 ‘6.25의 노래’는 함축하고 있다.

 

 

지난 어느 정권 시절 ‘6.25의 노래’가 국민이 부를 수 없는 금지곡으로 지정된 적이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 10년간 금지곡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 자녀들이 이 노래를 모르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심지어 가사까지 바뀌었다는 사실은 참으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6.25의 노래’ 원곡은 박두진 시, 김동진 곡이다. 내용을 보면 이렇다. 1절은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조국의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 맨주먹 붉은 피로 원수를 막아내어 발을 굴러 땅을 치며 의분에 떤 날을 : 후렴 이제야 갚으리 그날의 원수를 쫓기는 적의 무리 쫓고 또 쫓아 원수의 하나까지 쳐서 무찔러 이제야 빛내리 이 나라 이 겨레. 2절은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불의의 역도들을 멧도적 오랑캐를 하늘의 힘을 빌어 모조리 쳐부수어 흘려온 값진 피의 원한을 풀으리 : 후렴 이제야 갚으리 그날의 원수를 쫓기는 적의 무리 쫓고 또 쫓아 원수의 하나까지 쳐서 무찔러 이제야 빛내리 이 나라 이 겨레. 3절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정의는 이기는 것 이기고야 마는 것 자유를 위해서 싸우고 또 싸워 다시는 이런 날이 다시 오지 않게 하리 : 후렴 이제야 갚으리 그날의 원수를 쫓기는 적의 무리 쫓고 또 쫓아 원수의 하나까지 쳐서 무찔러 이제야 빛내리 이 나라 이 겨레.‘ 이 노래는 기성세대들이라면 어린 시절부터 입이 닿도록 부른 노래다. 6.25전쟁이 북침이라는 황당한 말이 나오는 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세대들이다.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을 부르며 ’상기하자 6.25, 무찌르자 공산당‘이란 표찰도 학창시절 가슴에 달고 살았다.

 

그렇다고 하면 이른바 ’신 6.25의 노래(심재방 지음)‘를 보자. ’1. 아 아 잊으랴 어찌 우리 그날을 조국의 산하가 두 동강 나던 날을 동포의 가슴에다 총칼을 들이대어 핏물 강이 되고 주검 산이 된 날을 2. 아 아 잊으랴 어찌 우리 그날을 동포 형제를 원수로 만든 그들을 겨레의 이름으로 부수고 또 부수어 선열의 흘린 피 헛되지 않게 시리 3. 아 아 잊으랴 어찌 우리 그날을 자유와 민주와 평화와 번영 위해 민족의 공적과 싸우고 또 싸워서 통일의 그날이 기어이 오게 시리 (후렴) 이제야 이루리 그날의 숙원을 동포의 힘 모아 하나의 나라로 피의 원한 풀어 하나의 겨레로 이제야 이루리 한나라 한겨레‘이렇게 되어 있다. 6.25전쟁을 치른 세대들이 이를 보면 소름이 돋고 지하에서 호국영령들이 분통을 터트릴 참으로 황당한 노래다. 6.25전쟁의 민족 최대 비극사를 왜곡하고 전쟁책임이 있는 김일성에게 면죄부를 씌어주는 이런 황당한 ’신 6.25의 노래‘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어떻게 이런 노래가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비난이 거세다. 이는 종북좌파들의 노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1절에는 북괴군이 남침했던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남북한이 총칼을 들이댔다는 정황만 나열했다. 2절에는 6.25전쟁의 책임이 북한이 아니라 ’외세‘에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유엔군의 참전이 누구 때문인지를 왜곡하고 있다. 3절은 민족의 공적과 싸워서 통일을 이루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민족의 공적이 과연 어디를 말하고 있으며 왜 이런 내용을 담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런 왜곡된 가사 내용을 갖고 6.25전쟁을 제대로 설명하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반공정신을 일깨울 수 있는지 짚어보면 불문가지다. 이런 교육이 전교조를 통해 세뇌되고 있다는 사실 앞에서도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할 일인지조차 의아할 정도이다. 역사를 잊는 것을 넘어서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세력들이 과연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를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 이 땅의 공산화인지 말이다. 우리의 비극적인 역사가 담긴 ’6.25의 노래‘를 금지곡으로 만들어놓다가 ’신 6.25의 노래‘라는 황당한 노래로 역사를 왜곡하는 이들이 과연 대한민국의 미래를 논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6·25전쟁의 인명피해는 가히 경악스러운 수준이다. 피해 규모를 보면 군인 17만 927명 전사, 3만 2,585명 실종, 56만 6,434명 부상, 민간인 100만여 명 사상 추정된다. 군인과 민간인이 250여만 명이 사망했다. 좌우 대립이 극심했던 호남지역의 학살피해자는 8만4,003명으로 대한민국 전체 학살피해자 12만8,936명의 65%에 이른다. 무고한 사람들에 대한 일방적 학살을 말한다. 참전국의 피해도 크다. 참여 유엔국가는 프랑스와 영국,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미국, 캐나다, 필리핀, 태국, 뉴질랜드, 호주, 콜롬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에티오피아, 그리스 등 16개국이다. 특히 미국의 참전 규모가 참전국의 80% 정도로 차지할 정도로 매우 컸다. 유엔군 전사자만도 3만3,700여 명에 이른다, 국군 전사자 13만7,900여 명을 생각하면 남의 나라 자유와 평화를 위해 엄청난 유엔군 참전용사들이 산화했다. 수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고 가족을 잃고 헤어져 이산가족의 아픔이 지속되고 있는 비극의 역사가 6.25전쟁이다. 이를 잊는다고 잊을 수 있으며 왜곡한다고 왜곡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착각 중의 착각이고 망상일 뿐이다. 72년이 지난 지금 역사를 왜곡하는 종북좌파들이 날뛸 때 현충원에는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웅들의 묘비가 그날의 비극적인 역사를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요즘 아쉬운 것은 젊은이들이 의식 수준이다. 역사를 잊은 것인지 아니면 외면하는 것인지 참으로 아리송하다. 17일 오전 서울 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형산강 전투의 영웅 연제근상사와 12인의 특공대원 추모식에서는 젊은 세대들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대부분 60대 이상의 고령자 참석자들이었다. 구순은 넘긴 수훈의 참전용사들과 유관 기관단체 원로들이 노구를 이끌고 추모식을 참석해 6,25전쟁을 회상하고 추모하는 모습은 시대적 아픔을 던져주기에 충분했다. 목숨을 바친 호국영웅들과 아직도 살아 계신 90대 영웅들이 오늘의 이 나라를 지킨 진정한 애국자라는 사실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자라나는 세대와 젊은 세대들을 왜곡된 역사로부터 보호할 절박한 시점이다. 이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고 포장하여 살아있는 전쟁 세대들을 우롱하는 역사적 경거망동은 결코 좌시해서는 안 되는 사안이다. 

 

김일성의 간담을 써늘하게 했던 예비역 이진삼대장이 살아계신다. 남침 땅굴까지 찾아내어 엄청난 공적을 이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금도 육탄용사호국정신선양회와 UN한국전참전국친선협회, 대한항일순국열사회 총재로 젊은 세대들과 애국애족 정신을 선양하고 있다. 이진삼 총재와 함께 하는 유법안 스님은 전국에 100여 곳에 달하는 6.25전쟁 관련 기념탑을 사비까지 투자해 건립하고 호국영웅의 참뜻을 기리고 있다. 조만간 미육군 싱그러브장군 공적탑 제막식도 거행한다. 무엇보다 6.25 전쟁사를 정립하고 후손들에게 올바로 알리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유법안 스님은 용산전쟁기념관의 명칭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전쟁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의 비극을 상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참뜻이 담겨야 한다는 의미가 공감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역사는 왜곡이나 오류가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인 듯하다. 역사를 잊지 않도록 오래 간직하고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애국애족의 마음이자 우국충정이다. 6.25전쟁의 격렬했던 전국의 전투 현장에는 유법안 스님의 애국애족 정신이 서린 기념탑이 우뚝 서고 있다. 유법안 스님의 애국애족 정신과 6.25전쟁사의 올바른 기술에 대한 헌신적인 열정이 이 시대에 빛을 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남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유법안 스님의 위대한 행보가 왜곡된 역사관이 판을 치는 오늘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김헌태 논설고문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