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김헌태 논설고문 | 기사입력 2022/08/07 [18:54]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김헌태 논설고문 | 입력 : 2022/08/07 [18:54]

  © 충청의오늘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입추! 모두가 유난히 무덥고 후덥지근한 날씨 탓에 지쳤다. 하지만 자연의 순리는 어김없이 여름은 보내고 있다. 올 여름은 코로나마저 다시 극성을 부려 자유로움을 만끽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둡게 했다. 그래도 예전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졌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도 거리낌 없이 환담을 하고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는 모습들이 마치 코로나가 종식된 듯 느껴지는 요즘이다. 마스크는 습관처럼 쓰고 다니지만 코로나를 잊은 듯하다. 아무튼 엄청난 변화의 시대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되찾기 위해 모두가 안간힘을 다하는 듯하다. 여름휴가도 예전처럼 이어지고 있고 모든 것들이 일상을 되찾아 가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는 물가폭등이란 상처를 남기고 있다. 마음 졸이게 하던 태풍도 일본 쪽을 강타해 많은 피해를 낳았지만 우리나라는 무더위를 식히면서 비켜가고 단비만 내리고 갔으니 참 다행이다. 이제 풍요로운 가을을 맞을 마음만 준비하면 된다.


가을을 향한 마음은 추석과 같이 한다. 다음달 10일이 추석이니까 참 빠른 것 같다. 8월이란 달이 빠르게 지나가는 듯하다. 올해는 지방선거와 대선이란 큰 선거를 치렀다. 정권이 교체되고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 8월이 빠른 것이 아니라 세월이 빠르게 지나고 있다. 자치단체장들이 대거 교체되고 대통령도 교체되어 중앙이나 지방정부도 많은 변화가 이어지고 있지만 가을 향한 풍요로운 마음 같은 여유가 보이질 않는다. 물가는 폭등하고 부동산은 휘청거리고 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지고 있으니 입추를 맞는 마음이 어둡기만 하다. 무엇인가 역동적이고 활기찬 사회상을 기대하고 인내하고 살아왔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으니 답답한 심경이 아닐 수 없다. 서민들의 삶이 그렇다. ’투잡‘, ’쓰리잡‘을 해야 먹고 살수 있다는 하소연이 예사롭지 않은 경제상황을 엿보게 한다.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무슨 일이 나는 것 아닌가 걱정이 앞선다. IMF의 악몽이 떠오른다는 주변의 말들이 단순하게 들리지 않은 이유이다.


이런 나라꼴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정치는 늘 밥그릇 싸움에 혈안이 되어 있다. 집권여당이라는 정당의 꼴을 보면 마치 삼류영화를 보는 듯하다. 퇴출수순을 밟고 있지만 대표라는 작자는 갖은 몽니와 투정을 부리며 노상 꼴불견을 연출하고 있다. 무슨 성상납 의혹이니 증거인멸이니 하면서 추한 모습을 보이더니 이제는 아예 이런 것들은 자신과 전혀 관계없는 듯이 행동을 하고 있다. 아무 문제가 없는데 윤리위가 징계를 하고 아무 문제가 없는데 경찰이 수사를 하고 있다는 말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윤리에는 공소시효가 없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못 궁금하다. 대표라는 인물이 이럴 진데 집권정당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었겠는가는 불문가지이다. 정치세력을 키우기에만 골몰하고 대통령과 맞장 뜨려는 식의 언행을 일삼고 있으니 인성과 품성을 곱게 볼 수만은 없다는 여론이다. 눈만 뜨면 총질만 해대고 있다. 언론은 이를 침소봉대하고 있으니 삼류영화는 끝날 줄 모르고 있다. 비정상의 연속이다.


독일 시인 안톤 슈낙이 1941년 펴낸 젊은 날의 전설에 실린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란 산문이 작금의 우리 주변상황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안타깝게도 경기도 이천병원에서는 화재가 발생해 5명의 환자와 간호사가 목숨을 잃었다. 이 무더운 여름날 참으로 불행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사고다. 경기도 이천에는 물류창고 화재 사건 등 화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참으로 이해가 어려운 대목이다. 해마다 대형 화재사고로 인명피해가 끊이질 않고 있으니 경기도 이천지역에는 별도로 보다 철저한 화재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을 듯싶다. 이를 통해 유비무환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인해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경기도 이천지역의 그동안의 화재참상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힘든 삶을 살아갈 때에는 희망을 주는 그런 인물이 절실하다. 과거에 IMF 경제위기 시절에는 골프선수 박세리가 있었고 메이커 리그의 박찬호, 류현진이 있었고 최근에는 유럽축구의 손홍민이 있다. 2002년에는 월드컵 4강신화의 감동이 있었다. 이런 드라마 같은 감동적인 순간들이 국민들에게 청량제가 되었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특히 정치에 관한한 추악한 모습들만 연속되고 있다. 늘 싸움판이다. 특히 야당의 내로라하는 국회의원의 과거 행적을 둘러싼 의혹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런데도 아직도 ’수사 중‘이다. 다른 사람들이었으면 벌써 수 십 번은 교도소에 갈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감동은커녕 거짓말 퍼레이드를 보고 있다. 과연 법대로 할 것인지 아니면 두루뭉술 끝날 것인지 국민들은 감동 없는 수사드라마를 하염없이 지켜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까운 목숨들이 4명이나 사라졌다. 과연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관련 당사자들이란 점에서 그렇다. 참으로 비극이자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다.


코로나사태와 경제난, 고물가, 고금리, 저출산고령화, 취업난에 무더위까지 극성을 부리고 있는 이 여름은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여기에다 교육개혁이니 뭐니 해서 평지풍파도 일으켰다. 심지어 공무원인력감축이란 명분을 내세워 기존 공무원들의 업무상황이 힘겹게 되어버렸다. 시험을 분비하던 공시생들도 한마디로 뻥 쪄버렸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식의 개혁은 부작용만 낳을 뿐이다. 일선 말단 공무원들의 현업현장을 가보라. 지금의 상황이 결코 정상적이지 않음을 여실히 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은 순리에 의해야 한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입추를 거쳐 가을을 향하는 자연의 섭리와 순리처럼 모든 것들은 변칙과 편법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도 이제 코로나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와의 공존을 택하고 있다. 명심보감에도 역천자(逆天者)는 망하고 순천자(順天者)는 흥하리라 했다.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자는 망하고, 하늘의 뜻을 따르는 자는 흥한다는 말이다. 정치가 됐건 경제가 됐건 모든 것이 순리에 어긋나면 탈이 나게 된다. 법이 있으면 법대로 하면 된다. 권력자이든 일반 국민이든 법은 똑같이 적용된다. 법을 어긴 권력자는 단호한 심판이 뒤따라야 된다. 지금 검찰과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보면  정치권력의 불법행위로 인한 폐해가 엄청나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입추를 지나 가을로 향하는 길목에 서서 국민들을 슬프게 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해소해야 한다. 나라꼴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김헌태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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