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구중회 교수의 K-기악의 세계화

실크로드를 타고 온 한국스타일기악, 찬란하게 탄생

손대환 충청의오늘 편집국장 | 기사입력 2022/11/08 [16:55]

[인터뷰] 구중회 교수의 K-기악의 세계화

실크로드를 타고 온 한국스타일기악, 찬란하게 탄생

손대환 충청의오늘 편집국장 | 입력 : 2022/11/08 [16:55]

  구중회 교수의 모습. © 충청의오늘

 

  나는 무슨 연구를 하든지, 결국 3단계를 통과해야만 한다고 신념처럼 생각합니다. 첫째가 ‘머리로 하는 이해 단계’이고, 둘째가 ‘가슴으로 설명하는 단계’이고, 셋째가 ‘손발로 현장에서 체험하며 공유하는 단계’가 그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마지막 단계가 되어야, 비로소 글을 쓸 준비가 되었다고 믿어옵니다 라며 구중회 교수, 인고의 15여년 연구 끝에 세상에 공개하는 한국 스타일의 ‘K –기악’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손대환(청주대학교 연극학부 교수) 충청의오늘 편집국장과 커피 한잔의 시간을 통해 나누어 본다. 

 

▷교수님께서 그간 심혈을 기울여 집필하신 저서가 학술원에서 우수도서로 선정되는 등 중요 저서가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 10여권의 저서가 있습니다. 그중 ‘경책 문화와 역사’ 등의 저서가 있으며, 학술원에서 우수도서로 선정되었습니다.

 

▷최근에도 15여년 동안 연구하신 저서 ‘K-기악’을 집필하셨다고요. 연구 과정과 집필의도를 알고 싶습니다.

 

-. 지난 2012년 10월5일, 제58회 백제문화제의 국제학술대회 〈백제기악과 미마지〉에 참여한 지 꼭 10년 만에 K-기악(약칭:K-기악과 실크로드)을 세상에 보여드리게 되었습니다. 백제기악 보존회편 <백제기악>(동문선, 2007년 5월10일)의 끝자리에서 필자로 참여한 것으로 치면, 거의 15년이 조금 지났습니다. 그 사이에 <백제기악>의 실질적인 저자인 심우성(沈雨晟,1934~2018) 선생도 떠나가고, 이제 나도 77세가 되었습니다. 또한 일본의 《교훈초》라는 책자에서 <백제 기악>을 발견해, 현대적인 의미로 <백제기악> 연구의 ‘대문’을 만들었던 이혜구(李惠求,1909~2010) 선생도 물론 떠나갔습니다. 이제는 심우성의 자제이며 공주민속극박물관 심하용 관장과 함께 지금 사업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집필 의도는 공주, 부여 등 백제권역의 브랜드 콘텐츠 상품 개발이 꼭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서 지역의 문화와 경제 활성화가 이루어질 수 있고 백제의 한류 문화상품으로 해외에 보급하여 후학 연구자들과 문화예술인들이 그 위상을 떨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K-기악’이란 어떤 의미인지요.

 

-. 나는 현직 교수 재임 시절, ‘기악(伎樂)’을 연구하고자 계획을 세우고 기악 전파로인 육상 실크로드와 해상 실크로드를 몇 차례 다녀왔습니다. 당시 캄보디아 해변에서 만난 공작 공후의 모습과 우주베키스탄 박물관 벽화의 고구려 사신도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K-기악과 실크로드(Sillk Róad ), 즉 여기서 ‘K-’ 란 ‘한국 스타일’을 의미하고 ‘기악’은 대승불교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악기연주와 춤’이 합한 예능을 의미합니다. 

 

▷기악과 대승불교와 관계는 어떤가요,

 

-. 기악은 원래 천축(인도)의 단어입니다. 지금까지 바디아(Vādya)라고 알려졌으나 튜리아(Tūrya)와 건달바(Gandharva)도 주된 개념이었습니다. 이외에도 5개의 단어가 더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당시 선택된 소수의 불교가 중생의 구원을 지향하려 할 때, 당연히 금지 품목이었던 ‘기악’을 끌어들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필연적인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특수 전문 분야의 종교가 일반 대중 분야의 그것으로 나아가기 위함 몸부림이 바로 대승불교인들의 목표였으리라 생각됩니다. 기악이 대승불교의 거점이자 가장 분명한 지원군이었던 것이죠. 이러한 보편성을 확보한 불교가 방편이었던 기악을 실크로드로 실어 날랐던 것이라 믿어집니다. 특히 <백제기악>은 그 중심점에 있었습니다. 

 

▲ 서낭당10집 표지  © 충청의오늘


▷교수님께서 책 제목에 영어로 ‘K-기악’이라고 표기한 특별한 의미가 느껴집니다.

 

-. 백제 악사(Musician), 초고에는 악사(樂師)였습니다. 이 단어는 한자를 공부하던 세대에 대한 소통 방식이므로, 영어를 공부하던 요즘 세대의 문화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한자 대신 영어로 표기했습니다. 최근에 떠오른 생각이므로 K-기악에서 모두 정리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기악(伎樂)’이라는 표기 방식도 ‘기악(Buddhistic musician & dancer)’이라는 표기 방식이 요즘 세대들에게는 훨씬 이해가 빠를 것입니다. 이러한 시대의 글쓰기 표기 방법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가령 한글 표기로 ‘기악’ 하면, ‘한자 공부 세대’들은 ‘기악(伎樂)’, ‘기악(器樂)’등 한자 표기를 달아주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영어 공부 세대’들에게는 솔직하게, 伎樂이나 器樂은 같은 단어에 불과하다. 이들에게는 마땅히 영어 표기를 달아주어야 할 것입니다.

 

▷최근까지 기악 연구의 성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지금까지 기악 연구는 일본에서 비교적 성과를 내왔고 그 이후 한국에서도 이를 따라 아주 소수의 연구자에 의하여 진행해왔습니다. 연구의 주제도 <일기악>에 머문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기악= 연극’이라는 등식 그것도 무대극이 아닌 마당극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비천’과 경변[화]에서의 설법상의 악대 기악 부분 즉, 중요한 영역을 아예 언급조차 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결국은 돈황 벽화 등에 현재까지도 남아 있는 기악을 통째로 빼버린 결과를 낳았다는 점입니다. 한·중·일은 물론이고 동남아나 인도 등 연구 성과를 모두 포함해야 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러므로 본 연구는 이런 점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 연구의 결과는 하나의 성과이기는 하지만 아직 시작의 단계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중국의 기악 연구 성과도 연관성이 있나요.

 

-. 중국의 경우 악기연주와 무용 연기를 모두 ‘기(伎)’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을 일본이나 한국의 경우 ‘악사(樂師, 樂工)라고 하지만 중국의 경우 악기(樂伎)라고 합니다. 춤꾼 즉, 무용수도 중국의 경우 ‘무기’(舞伎)라고 불렀습니다. 중국학자 정여중(鄭汝中,1932~ )는 돈황 벽화를 중심으로 기악을 분류하면서 ‘기악천(伎樂天)’과 ‘기악인(伎樂人)’이라는 용어를 설정하였습니다. 전자를 천상세계(Devaloka)에서 연주되는 것으로 후자를 지상세계(Sahaloka)에서 연주되는 것으로 구별하였습니다. 이러한 중국 연구 성과를 기악 영역에 통합하여 국제적인 작업환경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 여겨집니다. 

 

▷세간에 백제 기악을 ‘방탄소년단’에 비유하던데요. 

 

-. 오늘날 BTS(방탄소년단)의 공연에서 보듯이, 빠른 속도감의 역동성 있는 춤과 여기에 격이 맞는 의상의 화려함과 놀이를 겸한 기묘한 재주 등이 융합된 예능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는 춤도 노래도 놀이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도 춤은 역시 춤이고 노래는 역시 노래이고 놀이는 역시 놀이여서 소위 보편성과 역동성을 동시에 확보한 뮤지션(Musician) 혹은 아트션(Artian)이라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나는 ‘K-기악’(약칭:K-기악과 실크로드)이라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말하자면, ‘K-기악’이 이상적으로 지향하는 꿈이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저서 발행 후 기대효과와 하시고 싶은 말씀을 해주시죠.

 

-. <백제기악>은 공주나 부여 혹은 익산 등에 풍성한 문화콘텐츠를 제공하여 4차 산업에 기여할 수 있기를 빌어봅니다. 특히 기악박물관이 동아시아의 네트워크로 발전되기도 역시 기대해본다. 그리고 충남문화재단(대표이사 김현식)에서 후원 해 주는 학술 심포지엄<K-기악과 실크로드>가 11월 12일 오후 2시, 한국민속극박물관 교육실, 18일 오후 7시 (문의:010-2309-4933), 또한 충복 옥천 안남면에 위치한 예술공간 안남에서 한국문화예술학회에서 주최하고 (주)충청의오늘이 주관하는 2022추계학술대회에서 특강이 실시됩니다. <기악(伎樂)>의 연희적, 어원적 역사와 유래, 그리고 고대 아시아 문화예술의 흐름에 관심이 있으신 모든 분들과 함께 하고자 합니다.

  끝으로 고마움을 전할 분들이 있습니다. 연구에 도움을 주신 중국의 여러 선생님과 작고하신 심우성(沈雨,1934~2018) 선생님께 고마움을 전해드립니다. K-기악은 그분이 없었다면, 존재하였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연구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동대사요록東大寺要錄》등을 비롯한 여러 책들을 ‘도서대체’ 제도를 십분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준 공주대 도서관, 연구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악가록樂家錄》을 우여곡절 끝, 빌릴 수 있었던 청주대학교 도서관에도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여러 분야에서 묵묵히 도움을 주신 분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한편 이 기회에 국립중앙도서관과 서울대학교 도서관에게 ‘전국의 한 도서관 운동’의 동참을 권유하고 싶습니다.

손대환 충청의오늘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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