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차가 밀려 귀가가 늦어집니다. 정상적인 도로라면 40분 걸리는 길이 한 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라 피곤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럴 때 승용차 안에서 유행가를 틀어놓고 따라 부릅니다. 요즘 잘 따라 부르는 노래는 ‘정말 좋았네’ 라는 전형적인 뽕짝입니다. 가사 내용은 이렇습니다. “사랑 그 사랑이 정말 좋았네/ 세월 그 세월이 가는 줄도 모르고/ 불타던 두 가슴에 그 정을 새기면서/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고 그 밤이 좋았네/ 사랑 그 사랑이 정말 좋았네.” 사춘기(思春期) 시절인 고등학생 땐 배호의 노래가 좋았습니다. 저음에 애수가 깃든 ‘안개 낀 장충단 공원’같은 노래도 즐겨 불렀고 남인수의 ‘청춘고백’등도 좋았습니다. 나훈아와 남진의 노래가 히트 치던 대학생 시절 대학가요제 출신 가수들의 노래도 불렀고 송창식의 ‘고래사냥’ 도 신나게 불렀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나이 40이 넘어 대중가요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인생을 아는 것이라네요. 대개 그 나이쯤 되면 인생의 가을인 사추기(思秋期)로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마음이 허전해지더군요. 그 때 허전한 마음을 달래주던 유행가로는 조용필 노래가 적격입니다. ‘허공’, ‘킬리만자로의 표범’, ‘그 겨울의 찻집’, ‘어제 오늘 그리고’ 등의 노래도 많이 불렀습니다. 사람마다 잘 부르는 노래가 있습니다. 이른바 ‘18번’ 이라고 하는 노래 하나씩은 비장의 무기처럼 갖고 있다가 직장 회식자리나 친구들과 노래방에 갈 때 한 곡 뽑아댑니다. 유행가의 가사를 읊조리다 보면 삶의 철학이 그 속에 담겨 있음을 알게 됩니다. ‘도로남’ 이라는 노래의 가사는 인간관계와 돈의 노예가 된 세태를 풍자한 것입니다. “남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지우고 님이 되어 만난 사람도/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도로남이 되는 장난같은 인생사/ 가슴 아픈 사연에 울고 있는 사람도 복에 겨워 웃는 사람도/ 점 하나에 울고 웃는다/ 점 하나에 울고 웃는다 아-아- 인생(1절)”, “돈이라는 글자에 받침하나 바꾸면 돌이 되어버리는 인생사/정을 주던 사람도 그 마음이 변해서 멍을 주고 가는 장난같은 인생사(2절 중략)” 세상살이가 내 마음대로 안 될 때 자신을 가장 잘 위로해주는 이는 역시 자신만한 이가 없습니다. 그 때 긍정적이고 신나는 노래를 불러 기분전환을 하는 게 상책입니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농요를 비롯해 민요, 판소리 등을 신명나게 부르면서 시름을 풀었습니다. 일요일 낮에 전 국민이 좋아하는 ‘전국노래자랑’ TV프로를 즐겨 보고 있습니다. 올해 80대 중반의 송해 선생이 건강한 모습으로 사회를 보는 모습도 정겹습니다. 요즘 시간이 없어 노래방에 가본지 오래 됐지만, 나름대로 달리는 차 속에서 혼자 기분을 내며 유행가를 부르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기분도 좋은 김에 저의 18번을 불러 보겠습니다. 제목은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입니다. “인생이란 더하기다/ 인생이란 빼기다/ 인생은 곱하기다/ 인생은 나누기다/ 산수풀이 같은 것이다/ 이왕에 살 거라면 더하며 살자/ 곱하면서 살아가자/ 빠지는 인생이면 너무나 싫어/ 갈라지는 인생이면 너무나 싫어/ 내가 뭐가 모자라/ 이 풍진 세상에서 낙오자는 되지말자/ 더하며 곱하며 살자.” 직업인 중에서 목청껏 노래를 불러대는 가수들이 장수하는 이유는 그만큼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폐활량도 좋아지기 때문이랍니다. <저작권자 ⓒ 충청의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폴리텍특성화대학 권순태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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