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의 감염병 예방관리와 대응체계

윤형곤 가나병원 병원장 | 기사입력 2020/03/22 [14:59]

<특별기고>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의 감염병 예방관리와 대응체계

윤형곤 가나병원 병원장 | 입력 : 2020/03/22 [14:59]

▲ 윤형곤 가나병원 병원장  © 한국시사저널

우리나라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근 감염을 경험하면서 신종감염병에 대한 예방 및 관리제도를 개정하고, 방역체계에 대한 개편안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대비에도 불구하고 최근 COVID-19 감염사례를 보면 이러한 기준이나 절차 그리고 프로그램들이 효과적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국가나 사회에 있어 감염위기가 전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최선의 대응은 감염위기 시 초동대응을 잘 이루고 병원감염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여 확산되지 않도록 감염병 관리체계를 잘 갖추는 것이다. 이에 중동호흡기증후근 유입 시 초동대처에서 우리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한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감염예방관리와 대응체계를 알아보는 것은 우리 사회에 많은 메시지를 던져줄 것이다.

 

우선 이들 네 나라의 감염병 예방관리와 대응체계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중앙과 지방 보건당국간의 관계가 긴밀하고 감염위기 발생 시 지방정부의 초동관리가 주도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둘째, 감염병 관리기구들이 독립적 예산·인사권을 가지면서 정치와 중앙정부로부터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이다. 셋째, 역학조사관들은 감염병 예방·관리·연구·조사 등에 필요한 과학적 전문성과 경험을 축적하여 왔고, 조사관으로서 정체성을 확보하였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들 국가들에게 있어서 감염병 예방과 관리는 잘 만들어진 법과 제도 외에도 이웃사회와 해외국가에도 피해를 주지 않고 자국민을 감염병으로부터 지키자는 도덕적 결의가 강할 때 최고의 성과를 가져온다는 믿음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면 이들 네 국가의 감염병 예방관리 및 대응체계를 알아보기로 한다.

 

미국_공중보건위기에 주도적으로 대응하는 CDC의 역할

 

미국의 감염병 관리체계의 주요한 특성을 말해주는 것이 CDC(질병통제예방센터,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의 역할과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CDC는 보건인적서비스부 하위 체계로 구성되어 있어 Director는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인사권과 예산권은 Director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공중보건위기가 발생할 때에도 위기관리권한을 CDC 장에게 위임하여 그 전문성을 보장하고 있다.

 

CDC1942년 미국 군인 훈련기지 주변 말라리아를 통제하기 위해 조지아 주 전쟁지역에 말라리아 통제실을 설치하면서 시작한 기구이다. 1946년 조지아주 애틀란타에 본격적으로 The Communicable Disease Center로 설립되었으며, 1947년 샌프란시스코 공중보건서비스 전염병 실험실을 인수하면서 역학기능도 맡게 되었다.

 

1969년에는 CDC 내 감염병 연구 과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생화학적 격리 연구실을 설치하였고, 1970년 질병통제센터(the Center for Disease Control)로 전환되었다. 그 후 이름은 약간의 변화를 가져오면서 현재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으로 정착하였다.

 

1980년대부터 대대적 업무확장이 이루어지면서 감염병 외에도 비감염성질환, 상해 및 환경건강, 보건통계, 직업건강 등에 대한 업무도 시작하였고, 1988년에는 만성질환예방 및 건강증진센터(National Center for Chronic Disease Prevention and Health Promotion)를 설립하였다. 9·11 테러가 발생하면서 2003년에는 위기대응센터(Emergency Operation Center, EOC)를 설립하였다. EOC는 분석한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공중보건위기 시 효과적이고 신속한 대응이 이루어지도록 하였고, 정부 부처와 이해기관간 업무공조가 이루어지도록 물리적 환경을 구축하였다.

 

평상시 CDC는 국제이동 검역과에서 검역 관리를 하면서 국내·외 감염병 관리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2년의 역학조사교육프로그램(Epidemic Inteligence Service) 펠로우쉽을 마친 역학조사관을 채용하여 주요 간부 승진코스로 양성화하고 있다. 감염병이 주를 넘어서 유입된 경우에는 연방규정집 42편 공중보건 part 7071 의거하여 해외로부터 개인을 통제하거나 격리할 권한을 갖고 대응하고 있다.

 

미국에서 공중보건위기의 일차적 대응과 대처권한은 각 주정부에 있으며, 그 내용은 주마다 다르다. 만일 이들의 대응능력이 한계에 달하는 경우 스태포드 법(Stafford Act)에 따라 설립된 연방위기관리처(FEMA)와 국토안보부(DHS)가 총체적으로 재해·재난을 관리하게 된다. 이들의 위기대응에는 사건관리체계와 사건명령체계가 있다. 사건관리체계는 정보를 수집하고, 대응 전략들을 조정하며, 과학적·기술적으로 지원하고, 자원을 공급하기 위한 대응마련에 초점을 둔 체계인 반면, 사건명령체계는 실제 현장에서의 통제권과 의사결정에 관한 명령권에 초점을 둔 체계이다.

 

CDC도 사건관리체계와 사건명령체계를 가지고 있다. CDC의 주요한 역할은 지자체인 주정부를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건명령체계보다는 사건관리체계가 활성화되었다. 그래서 감염사건이 발생하면 명령지휘체계 구축보다는 과학적 연구결과에 기반하여 대응수준과 필요한 지원범위를 정하고, 사건에 대한 전반적 정보를 확보하며, 대응의 우선순위와 목표를 정하는 사건관리 업무를 우선적으로 한다. 에볼라와 같이 감염질환이 크거나 사안이 중대할 때에는 CDC 본부장이 총괄책임자가 되기도 한다.

 

공중보건위기가 발생할 때에는 국민의 공포와 심리적 불안에 대한 대처도 필요하게 된다. 이에 대해 CDC는 위기담당 의사소통 부서를 두었다. 의사소통 부서는 감염위기 초기단계에서 시민의 안정을 유도하고, 시민에게 감염위기에 대해 구체적 설명을 함으로써 신뢰성을 구축하도록 한다. 감염유지단계에선 시민이 감염대응과 복구계획을 이해하도록 하고 이에 대한 지지를 얻음으로써 비상사태에 대해 합리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한다.

 

일본_자연재해를 경험하면서 얻은 감염극복체계

 

일본은 지진, 화산폭발, 태풍 등의 자연재해에 취약한 나라이다. 일본은 이러한 자연재해를 경험하면서 재해로부터 국토 그리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게 되었다. 특히 1959이세만 태풍(伊勢灣台風)’을 겪으면서 약 44,000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고, 이후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재해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재해대책기본법을 제정하였다(1961). 최근에는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자연재해 대책 경험을 토대로 지방공공단체 간의 협력(2012), 주민피난 및 이재민 보호(2013), 긴급차량 통행로 확보(2014) 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개정이 이루어졌다.

 

감염병 재해에 관해서는 감염병 예방 및 감염병 환자에 대한 의료에 관한 법률(1998년 법률 제114)에 명기하고 있다. 본 법에서 감염병 예방계획을 책정하고, 감염증 발생동향 파악과 공표에 관한 사항을 정하며, 감염증 발생 시 적절한 조치와 의료제공사항을 명기하면서 병원체 관리대책 및 결핵대책을 세우도록 하였다. 이렇게 일본의 감염병 대책은 법에 의해 자세히 명기되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본 감염법에 의하면 후생노동성은 감염증의 예방을 종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기본적 지침을 정하고 5년마다 기본지침을 재검토 하고 있다. 도도부현은 기본지침에 따라 지역실정에 맞춰 감염증 예방을 위한 시책시행 계획을 세우고 있다. 본 감염법은 역학조사기관의 법적 지위를 명시하고 있고, 각 지자체가 감염증정보센터를 운영하여 상시 감시체계를 구축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감염증 환자가 의료기관을 이용할 때 감염증의 종류와 중증도(신감염증, 1~5류 감염증, 신형 인플루엔자 감염증, 지정 감염증)에 따라 방문의료기관과 공적이용부담비율을 법으로 지정하여 감염증 확인과정에서 생기는 부담과 불편을 덜어주고 있다.

 

감염병이 발생할 때에는 후생노동성이 주관하여 건강국에서 관계부처 협조를 요청하고 대국민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며, 대책본부에서 현지 대책본부를 지원하면서 긴급대응활동을 한다. 감염병이 대규모로 확대되어 국가적 총력이 필요할 때에는 내각관방이 총괄하여 대책본부를 가동하도록 하였다.

 

한편 2005년 신형 인플루엔자에 대응하기 위해 WHO Global Influenza Preparedness Plan에 준하는 신종 인플루엔자 대책 행동계획을 수립하였다. 그리고 감염병 예방 및 감염병 환자에 대한 의료에 관한 법률, 검역법등을 개정하면서 신규 인플루엔자에 대비했었다. 하지만 20094월 멕시코에서 발생한 신종 인플루엔자(A/H1N1)가 세계적으로 퍼져나갔을 때 일본에 약 2천만 명의 환자가 발생하면서 일시적으로 의료자원이 부족하게 되었다. 이에 더욱 실효성 있는 법을 필요로 하게 되어 2012신종 인플루엔자 등 대책 특별 조치법(2012. 5. 11, 법률 제31, 이하 특조법’)을 제정하였다.

 

일본 각 지자체는 감염증정보센터를 운영하여 상시 감시체계를 구축하였고, 위기대응은 중앙정부 주도로 이루어지기 보다는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위기관리체계 및 활동은 다양한 자연재해를 경험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잊지 않고, 취약점을 보완하면서 구축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_RKI의 주도적 역할과 주정부의 독립적인 감염 대응

 

독일은 연방제 국가이기 때문에 감염병 관리체계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감염병 예방 대책으로 각 주가 하나의 정부 역할을 하도록 하였고, 수직적 대응체계를 마련하여 상위단계에서 주정부 보건부처, 중간단계에서 지방보건청, 하위단계에서 현장 보건소가 감염병을 대응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연방감염방지법 32조에 따라 주정부가 감염병 퇴치를 위한 제안 및 금지에 대한 법규를 제정하도록 하였다.

 

감염병의 전국적 확산이 예상될 경우 질병통제기구인 RKI(Robert Koch Institute)가 주도적으로 질병상황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여 대응하고, 주정부·연방정부·연방정부·이해관계자 간에 생기는 정책적·정치적 의견을 조율하도록 하였다. 감염병 종식선언은 주정부에서 하게 되나, 연방수준의 감염이 발생할 경우에는 보건부에서 학술적 또는 정치적 판단을 하여 종식선언을 하기도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RKI에서 한다.

 

RKI는 연방감염방지법에 따라 감염병 예방·관리·감독을 위해 설립된 연방연구소이다. 궁극적으로 질병의 발생과 건강상의 위해를 관찰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면서 학문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1890년 세균학자인 로버트 코흐가 베를린에서 열린 제10차 세계의학회의에서 감염병기구 설립을 촉구하면서 설립되었고, 정치지도자에게 보건의료에 대한 자문 제공과 과학적 연구에 기반한 자료를 제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RKI는 감염병 및 공중보건위기에 대해 정책결정 또는 실행을 하는 곳이기 보다는 연방정부, 주정부, 지방보건당국 및 의료전문가에게 기술적 지원과 자문을 하는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RKI는 학술적인 전문성을 갖춘 연구소로 정치로부터 독립적인 연구기관이다. 연구 주제는 법적 범위 내에서 선택해야 하지만 연구방법 등은 자유롭게 내부적으로 선택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1,080여명의 직원 중 과학자가 450명이 넘고(2020.3 기준) 여기서 감염병 과학자가 150명이고 이중 80명이 역학조사관이다. 그리고 4개 부서 중 3개 부서(감염병부, 역학 및 건강 모니터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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