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확인된 확진자들의 무방비 활보

김헌태 논설고문 | 입력 : 2020/02/08 [17:55]

  © 한국시사저널

 신종코로나의 불안심리가 날로 고조되고 있다. 23번째 확진자인 57세 중국 여성의 동선을 보면 그야말로 활보이다.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쇼핑을 하고 이마트마포공덕점을 찾았다.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과 서대문구 숙소 등을 오간 것으로 드러났다. 23명을 접촉했다고 질병관리본부는 밝혔다. 관광목적으로 입국한 전수조사 대상자 중에 한명이라고 한다. 매장을 돌아다닌 세부동선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우려하던 장면이다. 롯데백화점 본점과 이마트마포공덕점은 휴점에 들어갔다. 물론 임시휴점이지만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문제는 한번 확진자가 다녀간 곳에는 영화관이건 식당이건 목욕탕이건 손님의 발길이 뚝 끊어진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개점 휴업상태인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국민들이 즉각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방역을 해놓았다고 해도 안 간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손세정제를 써도 불안감은 여전하다. 과도한 불안을 갖지 말라는 말이 오히려 공허하게 들릴 정도이다.


 과거 메르스 때도 감염자가 이곳저곳을 활보하는 사태가 빚어져 난리를 피운 적이 있다. 신종코로나도 마찬가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확진자를 찾고 접촉자들의 추적관리를 강화하고 있지만 이런 허점이 드러나자 자화자찬 자치단체장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을 지경이다. 지금이 어느 시기인데 자화자찬 방역시스템을 논하는지 참으로 한심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역에서 확진자들이 다녀간 곳을 중심으로 심각한 공동화현상을 빚고 있는 것을 보면 더 더욱 만심해서는 안 되는 상황임이 분명하다. 벌써 서울에서는 롯데백화점 본점이 뚫리고 대형마트가 사정권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바로 이런 점을 시사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9번째 확진자가 서울 송파구 거주자로 확인되면서 인근 초등학교 4곳이 휴업을 결정했다. 확진자가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파트 단지 주변에는 두 곳의 초등학교가 있다. 송파구 소재 빵집도 다니고 치킨집도 다니고 칼국수집도 다녔다. 확진자들을 보면 일반인들보다 더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17번째 확진자도 서울역에서 순두부를 먹고 빵집도 다니고 동대구도 다녀오고 KTX도 타고 SRT도 타고 버스도 타고 이마트도 다니고 약국도 다니고 병원도 다니고 본죽도 먹고 정말 확진자 아닌 사람들보다 더 곳곳을 누비며 다녔다. 이런데도 아무 일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가 생각해보라. 국민들은 불안 그 자체이다. 이런데도 방역을 잘하고 관리를 잘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사람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인가 묻고 싶다. 부천시에 거주하는 12번째와 14번째 확진자 부부는  지난 달 22일 가족과 함께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강릉에 가서 한 리조트에 묵은 것으로 확인됐다. 강릉에서도 커피숍 음식점을 들렀고 1박 후 KTX를 타고 서울역으로 이동했다. 뒤늦게 찾아 격리조치를 한다느니 난리를 피우고는 있지만 강릉 리조트는 자체 휴업에 돌입하고 주변 식당들도 개점휴업 상태이다. 특히 12번째 확진 환자는 능동감시를 받지 않았던 12일 동안 서울과 부천, 인천, 강릉, 정동진 등 수많은 지역을 지하철과 택시 등을 타고 돌아다녔다는 충격적인 소식이다. 지난달 19일 이후 30일까지 12일 동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증상을 보였는데도 지역사회를 곳곳을 돌아다녔다는 이야기이다. CGV 부천역점에서 영화도 보았다. 당연히 영화관을 치명타를 입고 있다. 확진자가 다녀간 군산의 한 목욕탕처럼 말이다.


 한 마디로 확진자들이 이렇게 휘젓고 다니고 있는데도 뒤늦게 동선을 공개하고 호들갑을 떨며 사후약방문격이다. 이런데도 방역관리를 과연 “참 잘하고 있다”라며 공치사를 함부로 할 수 있는 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들은 마스크 품귀현상에다 장사가 안되어 생업에 치명타를 입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모든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다중집합장소에는 사람이 없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쓰고도 옆 사람이 기침이라도 하면 다른 칸으로 금방 자리를 떠나버리는 사람도 있다. 주변을 믿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누가 누구를 믿고 감염을 차단하겠느냐는 것이다. 확진자들이 택시, 버스, 지하철, KTX, SRT를 타고 서울역, 수서역, 강릉역 동대구역, 인천, 부천 곳곳을 누비고 다녔는데 과연 아무 일이 없기만을 바란다면 이는 참으로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국민들을 향해 과도한 불안은 금물이라는 말은 던질 수 있는가 말이다.


 중국에서는 벌써 사망자가 하루에 80명을 넘어서고 있다. 전체 사망자가 무려 700명을 넘어서고 확진자도 무려 3만 5천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른바 코로나 공포이다. 이는 정신건강과 맥을 같이 하는 대목이다. 감염자들은 감염자대로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치사율이 사스나 메르스 보다 낮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렇게 축소하려는 시도보다는 근본적인 처방을 위한 노력에 더욱 치중해야 한다. 이미 발생한 것을 놓고 과도한 불안은 금물이라느니 치사율이 낮다느니 하면서 축소 왜곡하는 사태가 빚어져서는 안 된다. 이미 전 세계적인 비상사태가 선포된 상황이다. WHO의 조치이다. 세계 각국에서도 신종코로나를 차단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심지어 유럽에서는 인종차별까지 등장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국민들은 시시각각으로 전달되는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늘은 몇 명이 더 늘었는지 어떤 환자들이 그동안 어디를 활보하고 다녔는지를 꼼꼼히 챙기고 있다. 학부모들의 마음은 더욱 초조하다. 초중고 심지어 대학에 이르기 까지 휴업을 단행하고 있다. 개강도 연기하고 졸업식이나 입학식도 취소하고 있다. 확진자들이 오가거나 발생한 지역은 어김없이 휴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유치원을 포함한 초중고 336곳이 개학 연기나 휴업에 돌입했다. 경기도 수원과 부천, 고양은 휴업명령이 시행돼 휴업이나 개학연기가 189곳으로 가장 많고 수원 99곳, 부천 77곳, 전북 군산 59곳 순으로 유치원 휴업이 많다. 신종코로나 여파가 결코 간단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들은 작금의 상황을 결코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감염염려증이 극심하다. 확진자들이 곳곳을 활보하고 있었다는 소식에 충격이 더욱 크다. 언제 어느 곳에서 덮칠지 모르는 신종코로나의 감염공포는 결코 과도한 것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 국민신뢰를 받으려면 동선 공개 등 정보를 감추지 않는 적극적인 조치가 수반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백번 잘해도 한번 잘못하면 방역은 무너지기 때문이다. 비상시기에 방역당국이나 정부는 보다 겸손하고 성실한 자세로 우리 국민들을 보호하려는 강력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뒤늦게 확인되는 확진자들이 감염상태에서 황당하고 무책임하게 거리를 활보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감염원의 국내유입차단 대책이 새롭게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그렇다. 우리 국민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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