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 속에 빈곤시대

김헌태 논설고문 | 기사입력 2019/12/01 [16:28]

풍요 속에 빈곤시대

김헌태 논설고문 | 입력 : 2019/12/01 [16:28]

▲     © 한국시사저널

 

GDP(국내총생산량)기준으로 한국의 경제순위는 최근 발표에서 1조7,208달러(약 2,000조)로 세계 국가경제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2016년 1조 5,380달러로 11위에 위치해 있다가 한 단계 올라섰다. 한국의 경제규모를 보여주는 수치로 보통 11위 내지 12위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총생산량이란 일정기간 보통 1년 동안 한 나라 안에서 생산된 최종 생산물의 가치를 시장 가격으로 합산하여 나타낸다.

 각 나라별 규모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있다. 1위 미국 20조4,940억 달러(약 23,900조), 2위 중국 13조6,081억 달러(약 15,850조), 3위 일본 4조9,709억 달러(약5800조), 4위 독일 2조9,967억 달러(약 4,600조), 5위 영국 2,8252조(약 2,990조), 6위 프랑스 2조7,775억 달러, 7위 인도 2조 7,263억 달러, 8위 이탈리아 2조 739억 달러, 9위 브라질 1조8,686억 달러, 10위 한국 1조 7,208억 달러, 11위 캐나다 1조 7,093억 달러, 12위 러시아 1조 6,575억 달러, 13위 호주 1조 4,321억 달러, 18위 사우디아라비아 7,824억  달러, 20위 스위스 7,055억 달러 순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3만1,349달러 우리 돈으로 3,500만원을 넘어섰다. 인구 5천만 명에 소득 3만 달러 시대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참으로 커졌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6개 회원국 중 22개국만이 3만 달러를 넘었고 인구 5천만 명 기준으로는 6개국에 불과하다고 한다. 참으로 대단한 대한민국이고 풍요로운 경제, 행복한 사회, 역동성이 넘치는 국가의 모습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보자. 줄었다고는 하지만 10월 실업자 수는 86만 4,000명에 달하고 있다. 지난 1월 기준으로 122만 명이었지만 생각보다 많이 줄었다. 하지만 이는 정부 돈을 풀어 공공일자리형태의 일시적인 복지근로를 확대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노인일자리를 늘린 때문이다. 통계수치상의 감소형태를 노린 듯 한 느낌마저 들고 있다. 지난해부터 23조원을 풀어 공공일자리 13만개를 늘린다는 계획아래 추진된 것이다. 일자리를 늘리려면 기본적으로 일시적 공공근로 말고 시장이 일자리를 늘려야 진정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지적이 거센 이유이다. 민간고용이 살아나지 않으면 헛돈 쓰는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 때문에 저소득층의 소득이 늘어난 것으로도 통계는 이미 발표됐다. 얼핏 보면 경제상황이 참 좋아진 듯 하고 실제 이런 통계에 정부각료의 말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자화자찬으로 쏟아진다. 취업자 수 늘고 실업자 수 줄었다는 말이다. 진정한 취업인 민간고용을 외면한 채 말이다. 국민정서와는 엇박자가 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8월 기준 20대 정규직 일자리는 219만4,000개로 2017년 같은 달 234만1,000개에 비해 크게 줄었다. 특히 2013년과 2015년 각각 223만2,000개, 231만6,000개로 상승 추세에 있던 20대 정규직 일자리는 올해 감소했다. OECD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의 청년(15∼24세) 고용률은 26.2%로 35개 회원국 중 30위에 그쳤다. 이 같은 현실 앞에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16개 대학생들이 소득주도 성장과 청년실업률을 비판하는 집회도 열어 집단행동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오죽 했으면 이렇게 나서겠는가 생각해 볼 때이다. 이들은 정부에 대한 불신이 뿌리가 깊다. 진실을 왜곡하고 바로 알리지 않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공정한 대한민국과 거리가 멀다는 주장이다. 경제정책에 대한 청년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이들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청년실업 100만 시대, 공시생 35만 명 시대의 뼈아픈 자화상이다. 그냥 시간을 보낸다는 이른바 자포자기 청년들마저 등장하고 있는 작금의 실업상황이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9월말 기준 1,572조7,000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요즘 시대에도 굶고 다니는 청년들이 많다는 사실이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하루 800원에서 1,500원대로 끼니를 해결하며 삼각 김밥에 의존하는 청년들이 있다. 끼니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달걀 두 알로 하루를 버티고 1,000원으로 두 끼를 해결하는 청년도 있다고 한다. 하루 한 끼 이상 굶고 산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까 새벽 4시부터 청년들을 위해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는 교회에는 많게는 100명이상이 몰린다는 소식이다. 도시락을 가져와 밥을 싸가는 청년들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과연 이런 모습이 왜 생기는 것일까 참으로 답답하다. 이 같은 식사권의 문제의 원인을 소득부족뿐 아니라 불안정한 노동시장, 스펙경쟁으로 인한 시간부족 등을 이유로 들지만 청년들은 기본적인 행복을 추구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아픔을 토로하고 있을 정도이다. 이게 대한민국 맞는가 싶다. 소득 3만 달러 이상에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라는 말이 공허하기 들린다. 이게 오늘날 우리 청년들이 겪고 있는 뼈아픈 현실이다. 요즘 아르바이트자리도 쉽게 찾기 힘이 든다. 소득주도성장과 주 52시간이라는 장밋빛 경제정책이 우리의 청년들의 배를 곯게  하고 있다. 돈이 아까워서 아니면 돈이 없어 굶고 다니는 청년들의 모습을 보면서 알량한 경제정책으로 호들갑을 떨어온 정부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지난 7월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탈북민 모자사망이 발생했다. 숨진 지 두 달 만에 발견된 사건으로 사회적 충격을 던져주었다. 밥을 먹지 못해 굶어 죽었다는 것이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송파 세 모녀 자살사건 이후 최대 충격파이다.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위기가구에 대한 긴급실태조사에 나서 대책을 수립한다며 요란을 떨었지만 지금은 시들해졌다. 그 때 뿐이다. 세계경제 10위권을 자랑하고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구가하는 나라치고는 너무 모순된 모습이다. 지금도 곳곳에 무료급식소에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람들의 행렬을 보게 된다. 이 대열에 이제는 청년들도 합류하고 있으니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청년은 우리 사회의 내일의 희망이자 동력이다. 젊어 고생은 사서 한다는 말은 옛말이다. 고생은 하더라도 밥은 굶지 말고 고생을 해야지 지금의 이런 모습은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 어쩌다가 이 지경에 처했는지 모를 일이다. 우리의 젊은 세대들은 컴퓨터를 비롯하여 모든 능력이 출중한 세대들이고 창의력이 매우 뛰어난 똑똑한 세대들이다. 못하는 것이 없을 정도로 다재다능하게 성장해 오고 있다. 이런 능력이 있는 젊은이들이 청년실업이라는 고통과 배를 굶는 고통 속에서 일상을 살아간다면 이는 기형적인 사회이자 나라가 아닐 수 없다. 풍요속의 빈곤은 정말 우리가 바라는 사회모습이 아니다. 밥을 굶는 청년, 일이 없는 청년, 갈 곳 없어 헤매는 청년들의 허탈한 눈망울이 우리 사회의 아픔을 말해주고 있다. 풍요 속에 빈곤을 마감하는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청년대책이 시급하다. 16개 주요 대학들의 학생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서고 있음은 이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시발점이라는 사실을 냉철하게 직시해야 한다.
 

김헌태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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