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글부글 끓는 피의 분노

충북분석심리 연구소장 | 기사입력 2014/08/03 [15:51]

부글부글 끓는 피의 분노

충북분석심리 연구소장 | 입력 : 2014/08/03 [15:51]
▲     © 한국in뉴스

로버트 로우는 변호사다. 두 형제 중 맏이로 태어난 그는 어머니의 완고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메리와 결혼했다. 아들 바비는 정상이었지만 크리스는 임신초기 풍진 때문에 시청각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로버트부부는 최선을 다해 두 아이를 양육했고 마흔이 되던 해에 여자아이를 입양했다. 3년 후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임종 전 낙태를 했어야 했다는 잔인한 고백은 로버트부부를 파멸로 이끌었다. 메리는 로버트를 저주했고 무시하며 모욕을 줬다. 상속권까지 빼앗긴 로버트는 어머니가 가족을 다 죽이라고 부추기는 꿈을 반복해서 꾸었다. 심각한 우울증과 환청에 시달리던 로버트는 자신도 모르게 부엌칼을 집어 드는 행동까지 했다. 

정신과를 다니던 로버트는 변호사 일을 그만두고 택시운전을 했다. 택시를 도둑맞으면서 메리가 나가서 돈을 벌고 가정주부로 들어앉았다. 설상가상으로 정상아들 바비까지 선천성 고관절병으로 평생 휠체어 신세를 지자 우울증은 더욱 심해졌다. 약복용을 중단한 로버트는 1978년 2월 세 아이와 아내를 야구방망이로 때려죽였다. 가스를 틀어 놓고 자살을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법무정신병원에 수감됐다. 비극적 사건은 68세로 생을 마감하면서 끝났다. 분노는 정신질환이 아니다. 인간의 기본 감정이다. 반복되는 폭력(신체, 언어, 정신)은 잠자던 감정을 폭발시킨다. 

며칠 전 강남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천만인 서명운동에 서명지기를 했다. 두 번째다. 세월호 참사에 특별히 마음을 두는 이유는 분명하다. 나영이법이 그러하듯 세월호 특별법제정요구는 국민의 잘 살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부패를 척결하고자 하는 의지이며 더는 안 된다는 절박함의 표현이다. 용기가 변화다. 지성은 정의를 향할 때 참되다. 20초의 용기가 세상을 바꾼다. 당신의 권리를 찾아라. 정부는 국민의 분노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귀머거리 정부는 필요 없다. 노자는 말한다. 그 존재 정도만 알려진 지도자가 가장 훌륭한 지도자다. 훌륭한 지도자는 말을 삼가고 아낀다.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지면 사람들은 저절로 된 것이라고 말하게 한다.

대도(大道)가 폐하면 인(仁)이니 의(義)니 하는 것도 나서고, 지략이니 지모니 하는 것이 설치면 엄청난 위선이 만연한다. 가족 관계가 조화롭지 못하면 효(孝)니 자(慈)니 하는 것이 나서고, 나라가 어지러워지면 충신이 생겨난다. 물이 제자리에 스스로 잦아들듯 세상살이는 그렇게 흘러야 옳다. 국민의 억울함이 하늘을 뚫고 위로받지 못한 분노는 식음을 끊었다. 살길을 찾아 우왕좌왕, 국민은 불안하고 불의에 순종하는 것이 지혜라고 배운다. 부모는 자식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자식은 부모를 인정하지 않는다. 정신은 황폐해서 더 이상 쉴 곳을 찾지 못한다. 인성은 없고 근성만 남았다. 인문학은 사라지고 공학만 판친다.

오! 눈먼 탐욕과 어리석은 분노여, 우리를 이 짧은 생에서 몰아붙이더니 영원한 생에서는 간악하게도 우리를 망쳐 버리는 구나!(신곡) 분노는 갑자기 생겨나지 않는다. 분노는 불의라는 자양분을 먹고 자란다.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을 어리석게 만들면 안 된다. 우리 뇌는 수천 개의 뉴런과 1,000조의 연결 조직으로 작동한다. 자동차는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조작하는 대로 움직인다. 우리의 바람, 욕구, 기호, 충동, 혹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동인(動因, drive)은 가속장치다. 브레이크는 동인을 ‘억제’하기 위해 작동시키는 두뇌메커니즘이다. 끝 간 데 없이 치닫는 인간의 분노는 때로 활화산처럼 상상을 초월한다. 개인의 분노가 힘을 얻으면 아무리 강력한 나라도 바람 앞의 등잔이다. 이 사회가 이렇게라도 지탱되는 이유는 인간다운 삶을 동경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이들의 작은 희망을 더는 말살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이 행복을 노래하는 세상, 위정자들이 할 일이 없는 세상, 대통령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세상이 그립다!


충북분석심리 연구소장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손대환의 시각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