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직업은 자존감의 표상(表象)!

[칼럼=오미경 충북분석심리 연구소장] | 입력 : 2014/07/03 [08:13]
▲ 오미경 충북분석심리 연구소장     ©하은숙 기자

사실 주변의 60세 중장년들의 활동상황을 보면 생체나이(New Biological Age)가 과거에 비해 20년은 젊다는 생각이 들만큼 활동적이다. 속된말로 경로당 입구도 못가는 상황이 된 것은 오래전 이야기다. 정신연령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의상을 코디하는 솜씨는 젊은 사람들 뺨칠 정도로 센스 있고 멋스럽다. 거기에 중장년만이 누릴 수 있는 삶의 여유와 전문 지식인으로 살아온 넓은 안목까지 더하면 그 누가 이들의 삶을 부러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이들의 멋진 삶의 횡보를 갈라놓는 것은 ‘정년, 퇴직’이라는 사회적 체계다. 충분히 더 일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사회일선에서 밀려나야 하는 현실과 더불어 “퇴직자 = 실업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 같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더 서글픈 현실이다.

사실 ‘퇴직자’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는 ‘그동안 돈 버느라 고생했으니 이제는 좀 편히 쉬며 노년을 즐기라’는 의미를 지녔지만 그러기에는 아직 돈 들어갈 곳이 많은 상황이다 보니 ‘더하고 싶은 일자리를 뺏겼다’는 생각은 어쩌면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출근할 곳이 없어진 가장들에게 더 할 수 없는 슬픔은 집안에서 자신의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출근하지 않고 집에 있으면 아내나 자식들의 눈치가 보이고, 밖에 나가자니 갈 곳이 없고, 그렇다고 취미생활을 하자니 돈 버느라 만들어 놓은 특별한 취미생활도 없고, 또 있다고 하더라도 수입도 없는 상황에서 돈을 쓰는 것 같아 그것도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퇴직 중장년들 입장에서는 수익도 중요하지만 우선 퇴물취급을 받는 것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 일을 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베이비부머(baby boomer)’들이 경험하는 현실에서의 일자리는 더욱 희소(稀少)하며, 이미 진행되고 있는 ‘고령사회’ 현상과 맞물려 ‘노인일자리 문제’로 확산되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소하고자 여기저기에서 ‘시니어사업’들이 추진되고 있지만 아직 실효성은 없고 현실적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며칠 전에 이와 관련된 포럼(forum)이 있어서 참석했었다. 하지만 모인 사람들의 열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정부의 구체적인 대책마련이나 지원이 못내 아쉬운 현실을 다시 실감하는 자리였다. 현재 정부의 ‘노인 일자리 지원정책’이라는 것이 ‘단순노동과 관련된 것’이 전부이며 그 나마도 부족한 것이 현실인 것이다.

이 포럼에서 논의 된 노인 일자리는 기존의 단순노동과 관련된 것에서 벗어나서 좀 더 창의적이고 다소 고급 두뇌를 활용한 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일반 퇴직자의 경우 타국의 예로, 장애인을 찍어주는 사진관, 청년과 장년이 함께 하는 노숙자 생활정보 집 발간, 자서전 대필이나. 해외 문화제 가이드 등과 같은 기존의 직업체계에서는 생각하지 못하는 창의적인 직업들이 제시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도 최소한(150~200)의 수입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부적절한 직업이다. 제시되는 이러한 일들은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사람들이 대상이라기보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약간의 용돈벌이정도로 시작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들이다.

사람에게 직업이란 생계를 책임진다는 의미도 있지만 심리적인 요인으로 자존감을 갖게 한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한데 특히 ‘퇴직 중장년’의 일자리는 그런 의미가 더하다. 청년 일자리도 부족한 상황에서 ‘퇴직 중장년’의 일자리를 걱정한다고 질타할 수 있겠지만 청년은 청년으로서 ‘퇴직 중장년’은 또한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고, 청년과 퇴직 중장년이 함께 손을 잡고 이루어 낼 수 있는 일들도 우리사회에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들의 우수한 두뇌를 활용하여 좀 더 나은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면 그 또한 훌륭한 사회적 문화생산이 될 것이다. 세상은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인만큼 소외되는 국민이 없도록 정부의 각 부처들의 부지런한 행정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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