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시간을 보낸다’는 청년들의 좌절메시지

김헌태 논설고문 | 기사입력 2019/07/21 [13:57]

‘그냥 시간을 보낸다’는 청년들의 좌절메시지

김헌태 논설고문 | 입력 : 2019/07/21 [13:57]

 

▲     ©한국시사저널

취업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층을 일컬어 이른바 ‘취준생’이라 칭한다. 대상연령을 15세부터 29세까지로 이 연령층을 대상으로 청년층의 경제동향을 분석해 발표한다. 이번에도 통계청이 ‘2019년 5월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청년 취준생이 무려 71만 4천명으로 13년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이들이 준비하는 분야를 보니까 일반직공무원이 약 22만 명인 30.7%로 그동안 늘 회자되어 왔던 대로 역시 가장 많았다. 이는 10명 중 3명이 이른바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이른바 ‘공시생’이었다. 이어 기능분야 자격증 및 기타가 24.8%, 언론사·공영기업체 9.9% 순으로 나타났다. 취업시험 준비생의 규모는 2006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가장 컸다. 문제는 졸업을 하거나 중퇴한 이후 취업을 못한 청년이 무려 154만 1천명으로 이 역시 12년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는 점이다.


 지난 5월 기준 청년층 907만 3천명 중 취업자나 구직활동을 하는 실업자 등 경제활동인구를 제외한 비경제활동인구는 468만 3천명으로 1년 전보다 10만 7천명이 줄었다. 여기에 취업준비자는 앞서 밝힌 대로 71만 4천명으로 비경제활동인구의 15.3%를 차지했다. 그나마 이들은 취업준비라도 하고 있지만 나머지 85.7%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들로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취준생을 제외하면 무려 396만 9천명에 달한다. 이들을 아예 취업을 포기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청년층 중 최종학교 졸업(중퇴)자는 483만 5천명으로 1년 전보다 4만 7천명이 증가했다. 이 가운데 329만 5천명이 취업자였고 나머지 154만 1천명이 미취업자로 2007년 관련 통계발표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취업자의 미취업 기간을 보면 1년 미만이 86만 1천명으로 전체의 55.9%를 차지해 1년 전보다는 1.1%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1년 이상은 68만 명으로 1년 전보다 1.1%포인트 상승한 44.1%를 나타냈다. 3년 이상 장기 미취업자의 비율은 16.9%(26만 명)로 1년 전보다 1.6%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면 미취업 청년들은 무슨 활동을 하고 있을까? 물론 ‘직업교육과 취업시험준비’가 38.8%로 가장 많았지만 ‘그냥 시간을 보낸다’는 청년들이 21.6%로 거의 33만 3천명에 달하고 있다. 나머지 13%인 20만 명이 여전히 구직활동을 벌이고 있다. 안타깝게도 졸업을 하고도 3년 이상이나 장기간 취업을 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26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396만 9천명의 청년들은 과연 무슨 생각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졸업 후 미취업청년들 가운데 33만 3천명이 그냥 시간을 보낸다고 하니까 같은 선상에 있는지 아니면 부모가 재산이 많아 그냥 먹고 살고 있는 지 여러 가지로 궁금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취업활동과 취업, 그리고 구직활동과 구직이 과연 작금의 어려운 경제현실에서 청년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데이터에서 보듯이 무수한 청년들이 경제일선에 나서지도 못한 채 방황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젊음이라는 소중하고 황금 같은 시기에 ‘그냥 시간을 보낸다’는 청년들이 많다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깝다. 한마디로 ‘무위도식(無爲徒食)’을 한다는 말인데 오죽하면 이런 응답이 나올까 싶기도 하다. 어찌 보면 취업전선에 나섰다가 자포자기를 한 것은 아닌지 의아할 뿐이다. 취업준비생 10명 중 3명이 공시생의 길을 걷고 있다. 이런 집중화에 대해 걱정의 눈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어쩌다가 우리의 젊은이들이 이런 형극의 길을 걷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정도이다. ‘그냥 시간을 보낸다’는 젊은이 말고도 400만 명 가까운 젊은이들은 무슨 연유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자로 분류되고 있는지 이 역시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최근 들어 대한민국 유력 정치인의 자살을 접하면서 우울증이나 정신적인 충격이 얼마나 삶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를 보고 있다. 과거부터 유명인사들의 자살사건은 엄청난 사회적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 사회의 자살률이 OECD국가 중 최상위를 달리고 있는 현실은 무엇인가 우리 사회의 숨겨진 암울한 실상들이 자리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삶의 희망을 상실하고 자포자기하며 절망한다면 이는 삶의 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 생활고를 비관하는 일가족 집단자살에서부터 공시생 자살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에 독버섯처럼 번지는 불행한 사태는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 사회의 희망은 무엇이며 우리 사회의 꿈은 무엇인지를 우리 젊은이들은 묻고 있다. 취업을 하지 못하고 결혼도 하지 않고 출산율도 최저이고 초고령 사회로 치닫고 있으니 과연 대한민국이 왜 이렇게 난마처럼 엉클어졌는지를 냉철히 짚어보아야 한다. 비록 전공분야를 찾지 못했지만 공무원 시험에 올인하여 뜻을 이룬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현실 앞에서 자칫 젊은이들의 정신건강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우울증으로 인한 사회유력인사들의 자살사건이 이런 우려를 더하고 있는 요즘이다. 냉혹한 취업전선에 나섰다가 자칫 자포자기하며 좌절하는 취준생들과 무위도식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넘쳐나는 사회는 우리가 바라는 사회가 아니다. 기성세대들과 정치지도층들은 이를 깊이 성찰하고 나라와 국민, 우리 젊은이들을 위한 깊은 고뇌가 있어야 한다. 또한 진정한 눈물이 절실한 시점이다. 13년 만에 가장 많이 증가한 청년 취업준비생들과 ‘그냥 시간을 보낸다’는 취업포기 청년들이 던지는 강렬한 함축 메시지가 담긴 ‘2019년 5월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가 이를 웅변하고 있다.  

김헌태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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