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탈원화정책 이대로 좋은가?

김헌태 논설고문 | 기사입력 2019/04/21 [16:12]

정신질환자 탈원화정책 이대로 좋은가?

김헌태 논설고문 | 입력 : 2019/04/21 [16:12]

▲     © 한국시사저널

준비되지 않은 정부의 갈지(之)자 정신질환자 탈원화 정책의 후폭풍이 참으로 거세다. 이번에는 조현병 정신질환 전력이 있는 42살 안모씨가 지난 17일 새벽 경남 진주시 한 아파트에서 방화 살인사건을 벌였다. 그는 자신의 집에 휘발유를 부어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을 출구에서 기다린 후 흉기를 휘둘러 5명의 무고한 주민을 살해하고 15명에게 중경상을 입혔다. 여기에는 12살, 18살 소녀들도 있다. 잔혹성이 상상을 초월한다. 온 나라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들의 트마우마도 걱정된다. 2017년도 강남역살인사건과 지난해 연말 강북삼성병원에서 벌어진 고 임세원교수의 살인사건이 뇌리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전국 곳곳에서 황당한 사건들이 잊을 만하면 속출하고 있다.

 

 경찰은 안씨에게서는 일종의 망상 증상도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경찰은 안씨의 이런 피해망상 증상이 20세 전후에 심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후 정신질환 치료를 중단한 후 악화되다 폭발했다는 경찰의 분석이다. 안씨는 2010년 공주치료감호소에서 ‘편집형 조현병’ 진단을 받고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새진주정신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 안씨는 사고장애가 중심이 되는 정신질환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밝혔다. 정확한 범행내용을 규명하는데 주력하고 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급기야 경찰은 18일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안씨 이름·나이·얼굴 등을 공개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공개했다. 흉악범죄를 자행한 자의 신상이 낱낱이 드러난 것이다. 이를 접한 유가족들의 심경은 과연 어떻겠는가는 불문가지이다. 충격과 분노에 빠진 국민들도 마찬가지이다. 자칫 정신질환자 모두에게 잠재적 범죄자로 무분별한 낙인이 찍히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진주 방화·살인 사건에서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극악한 범행의 조짐이 사전에 수차례 노출됐는데 이를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신질환자 정보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쉽게 열람할 수도 없었다고는 하지만, 당국이 사건 이후 비로소 안씨 정신병력을 파악한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안씨의 위협적인 행동을 경찰에 수차례 신고했는데도 관계 기관의 합당한 조치가 없었고 관할 동사무소, 임대주택 관리소에도 민원을 제기했지만 묵살 당했다는 것이 바로 유족들의 주장이다. 이번 진주사건 역시 안씨 주변이나 관계기관이 사전에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무고한 이웃이 희생되는 일은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뒷북 행정’과 ‘사후약방문’,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행정’이 여기에서 나오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번에는 ‘진주방화살인방지법’이 나올까 싶다. 경찰은 사건 발생 전 여러 차례 신고에도 제대로 조치가 되지 않았고 사건 발생 이후 현장초동 조치가 미흡했다는 유족 등 피해자들의 의견에 따라 적정한 조치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조사를 착수한다고 18일 설명했다. 진상조사는 과거 신고사건 처리절차와 사건 발생 이후 현장 초동조치 등 모든 과정에 대해 진행된다고 한다. 유가족들은 “이번 사건은 주민들의 수차례 신고에도 국가기관이 방치하면서 벌어진 인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 경찰이 여기에만 매달릴 수 없을 것이다.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으로 정신질환자 강제입원 조건이 엄격해지고 탈원화로 대거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심지어 경기도는 이 마당에 경기도립병원의 폐쇄까지 전격적으로 결정하며 진료환경개선은 커녕 정신의료서비스 환경을 송두리째 부셔버리고 있다. 더 나은 모범적인 의료환경을 구축할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는 심각한 전횡적 행정행위라는 비난이 일각에서는 거세다. 나아가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19대 국회에서 졸속 처리한 누더기법으로 준비가 되지 않은 법과 제도를 시행하면서 계속 유예기간만 늘려 임시방편으로 법을 시행하니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싶다. 대표적인 것이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과 관련한 “서로 다른 의료기관 소속‘, 그 중 한명은 국·공립 정신병원 소속’이어야 한다는 요건을 가진 2인의 교차진단 부분이다. 또다시 2019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연장하여 같은 의료기관 2명이 시행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의료기관들만 정치인들이 던져놓은 누더기법의 뒤치다꺼리에 죽을 맛이다.

 

 이미 19대 국회 말기 개정 현행법이 적법절차를 온전히 지키지 못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 보호의무자제도를 폐지하고 유연한 의학적 판단과 적법한 법원의 판단을 도입하기 위해 윤일규 국회의원 등 14명의 의원들이 대폭 손질한 일부 개정 법률안을 지난 1월 25일 제출했다. 자·타해 위험이나 치료의 필요성을 충족하기 위해 제 47조의 심사기구가 비자의 입원 대신 외래치료명령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외래치료명령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할 수 있도록 법률에 명시하여 외래치료 활성화를 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지난 2월 8일 공청회도 개최하며 야무진 법 개정 절차를 진행했지만 임세원법이라고 명명한 이법은 당초 본질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채 ‘태산명동에 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 되고 말았다.

 

 지난 4월 5일 국회본회의를 통과한 일부 개정법은 간단했다. 그 골자는 정신병적 증상으로 인하여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해를 끼치는 행동으로 입원을 한 사람이 퇴원을 할 때,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가 퇴원 후 치료가 중단되면 증상이 급격히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하는 경우에는, 정신의료기관등의 장은 본인 또는 보호의무자의 동의를 받아 그 퇴원 사실을 관할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장에게 통보하도록 했다. 또한 정신의료기관의 장 또는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장이 환자 발견시 시군구청장에게 외래치료의 지원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시군구청장은 필요한 경우 정신과전문의 진단 및 심사를 거쳐 외래치료지원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 정신질환자 범죄율은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훨씬 낮은 것으로 나와 있다. 대검찰청 '2016 범죄분석' 기준 정신질환자 범죄율은 0.151%에 그치고 있다. 반면 전체 인구의 범죄율은 1.434%로, 정신질환자 범죄율의 9.5배에 달한다. 그러나 문제는 강제입원으로부터의 인권보호, 탈원화를 통한 사회복귀 등 장밋빛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 왜 우려하고 걱정하는 지는 작금의 ‘묻지 마 살인 사건’에서 보여주고 있다. 우려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치료를 다 받지 못한 채 사회로 대거 쏟아져 나와 무슨 부작용과 사회적 파장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이른바 화약고 같은 잠재상황 때문이다. 법무부 법무연수원이 발표한 ‘2016년 범죄백서’가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 통계이다. 이 백서에 따르면 2014년 6천301명이던 정신질환 범죄자가 2015년에는 7천16명으로 전년 대비 1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보면 2011년 5천357명, 2012년 5천378명, 2013년 5천937명이다가 2014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물론 “재범 위험성이 높은 정신질환 범죄자는 앞으로 치료감호가 끝나도 보호관찰을 계속할 수 있게 법이 강화되기는 했다. 무차별로 이뤄지는 정신질환자의 묻지 마 강력범죄의 경우에는 탈원화 정책의 후유증으로 이미 예고되어 있는 부분이라는 지적도 강하다. 우리는 잇따르고 있는 작금의 강력범죄가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잔혹성을 띠고 있다는데 크게 우려한다.

 

 탈원화 문제는 사회적 인프라 구축과 관리시스템이다. 개정된 법이 잘 시행되려면 정신질환자들을 제대로 관리해야 할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하는데 병실에서 나와 갈 곳이 없다는데 문제가 많다. 전국에 정신재활시설은 서울 57, 경기 31, 충남 22, 대전 21, 경북 8, 기타 33개 등 모두 301개소에 불과하고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다. 개정법 시행 당시에도 경기연구원의 '정신보건법 개정으로 인한 정신질환자 탈원화, 지역사회 유입에 대한 대책보고서'에서 전국 중증정신질환자수는 51만5,293명인데 반해 국내 사회복귀시설의 수용정원은 7천여 명으로 1.4%에 불과해 사회복귀시설이 매우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재활서비스가 필요한 중증정신질환자 약 43만여 명 중 실제 지역사회 정신보건기관에 등록⋅관리되는 수는 7만 9천여 명으로 18.4%에 불과해 수많은 정신질환자들이 지역사회에서 아무런 보호 없이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이 퇴원하는 중증정신질환자(조현병·조울증·우울증)를 돌보려면 주거 치료 서비스 시설을 3배 이상 크게 늘려야 한다고 한다.

 

 지난 연말 온 나라를 충격에 몰아넣은 고 임세원교수의 살인 사건에 이어 진주방화살인 사건은 좀 더 체계적인 관리와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정신질환은 치료를 멈추면 악화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도 완치도 되지 않은 환자들을 6개월이라는 상한선을 묶어두고 즉시퇴원을 유도하고 있는 정책은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이고 법인지를 명백하게 가려내야 한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 중심의 관리 체계에서 예방ㆍ보호 중심의 관리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이미 실패했다. 우리는 1960년대 미국의 탈원화 정책이 범죄자를 양산했던 사회적 혼란과 실패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환자관리시스템도 만지작거리면서 유명무실하게 운영하고 있지 않은 지를 차제에 점검해야 한다. 자발적 치료 의지가 없고 병의 인식이 부족한 환자들에 대한 관리 책임이 전적으로 가족들에게 떠넘겨지고 있다.
 
 입원에서 퇴원에 이르는 과정에 불합리한 문제점 해소로 치료와 재활, 사회복귀 내지는 관리체계에 이르는 합리적인 선순환 사이클 정책과 현실적인 법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바로 정신질환 문제해결과 강력범죄를 줄이는 첩경임을 알아야 한다. 정신질환자의 정의도 중증에만 국한해 있다. 참으로 ‘소도 웃을 일’이다. 이것은 강남역 살인 사건에 이어 고 임세원교수 살인사건이나 진주 방화살인 사건처럼 또 다른 부메랑이 되어 ‘묻지마‘란 이름의 강력범죄의 부메랑이 되어 후폭풍을 일으키며 사회적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와 정치권, 당사자 및 가족, 의료기관, 학계 모두가 사심없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모르면 대만과 일본의 사례를 배워라. 그리고 정치적 이념과 사리사욕의 검은 마음을 품으며 정치권은 물론 정부기관과 지자체에 기생하며 탈원화를 명분으로 어쭙잖은 얄팍한 지식을 동원해 정신분야를 재단하고 괴롭히고 있는 정상모리배와 사이비들의 준동을 경계하고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

 

김헌태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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