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건강방송 이대로 좋은가?

김헌태 논설고문 | 기사입력 2019/03/17 [21:29]

종편 건강방송 이대로 좋은가?

김헌태 논설고문 | 입력 : 2019/03/17 [21:29]

▲     ©한국시사저널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10년 종합편성채널 사업자가 선정되었다. 많은 우려 속에 지난 2011년 12월 1일 종합편성 채널이 출범하며 등장했으니까 올해로써 8주년을 맞고 있다. 그동안 지상파중심의 방송계 지평이 확 달라졌다. 기존의 방송 3사가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프로그램 제작으로 많은 시청자들을 확보했다. 뉴스편성에 패널을 등장시켜 생동감을 넘치게 하고 다양한 시각을 시청자들이 접하게 한 것도 사실이다. 최근에는 정치적 편향성의 논란도 불거지고 있음도 숨길 수 없는 대목이다. 그만큼 종편의 영향력이 커졌고 심지어는 정권교체의 단초를 제공할 정도로 그 위력이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지난 8년을 돌아보면 TV조선과 JTBC, 채널A, MBN 등 종편 4사는 지상파 중심의 우리나라 방송지형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주역들로 평가된다. 지상파뉴스 시청률에 치명타를 입히고 있기도 하지만 당연히 긍정과 부정의 양면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이처럼 종편들의 종횡 무진한 방송프로그램의 제작은 기존 지상파의 안이한 프로그램 제작방식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24시간 틀어대는 종편 방송의 시간대의 여유는 기존 지상파의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프로그램 제작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증폭시키는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뉴스전달에 있어서도 다양한 패널들을 등장시켜 뉴스의 맛을 더하며 생동감을 더했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이 채널 저 채널 돌려막기식 패널의 등장이나 편협하고 잡다한 분석이 시청자들에게 식상함을 더하기도 했다. 채널을 돌리면 마치 보따리 장사처럼 다니던 고정패널들의 똑같은 견해를 이 방송 저 방송에서 들어야 했다. 요즘은 새로운 패널들이 등장해 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종편에서 배척을 당하는 패널들도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어쩌면 정치적인 이유가 큰 것이 아닌가 싶다. 이른바 종편들의 눈치전쟁이다.


 하긴 종편 4사 모두는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지난 2017년 조건부 재승인으로 2020년까지 허가연장을 받았다. 특히 TV조선의 경우는 방송프로그램의 기획, 편성, 제작 및 공익성확보계획 점수에서 딱 50% 점수를 받아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50% 미만은 재허가 거부대상이었지만 턱걸이를 했다. 하지만 6개월 단위로 점검하여 재승인 조건을 준수하지 않으면 승인취소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강화된 심사제도에 따른 것이다. 과거 수도권 지상파 경인방송이 재승인을 받지 못해 문을 닫는 사례도 있었다. 어찌 보면 종편들이 시한부 생명을 사는 듯이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막강한 힘도 엿보게 된다. 정치적인 힘이 보이지 않는 손처럼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요즘 종편들이 변해도 많이 변했다는 이야기를 듣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종편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각종 건강방송이다. 채널마다 프로그램명은 다르지만 비만을 비롯해 현대인들이 고질적으로 접하고 있는 각종 질병에 대한 상식과 극복 사례, 건강보조식품 등의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물론 종편을 통하여 국민건강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 종편의 건강방송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방송의 공익성과 신뢰성을 이용한 치졸한 건강방송이 상업주의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소리를 듣는 이유이기도 하다. 종편 4사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똑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비만, 고혈압, 당뇨 등 모든 질병과 관련된 건강방송의 프로그램을 참으로 대단한 열정을 들여 제작방송하고 또 이에 좋은 식품이나 성분, 효능을 널리 소개하고 있다. 노니가 좋다느니, 프리바이오틱스가 좋다느니, 모링가가 좋다느니 등등 마치 치료제나 완벽한 처방처럼 의사나 전문가, 심지어 병원까지 등장시켜가며 이른바 소개하고 있다. 유익한 정보이니까 백세건강을 바라는 사람들 또는 고통 받는 질환자들의 관심을 살 수밖에 없다. 공익적인 정보로 시청자들은 그대로 따라하는 모양새이다. 방송이 나간 뒤에는 재래시장에 관련 식품이 동이 나고 값이 오를 정도이니 그 영향력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있다. 어느 때부터인가 종편들은 이러한 시청자들의 수용심리를 이용하며 상업주의로 흐르고 있다. 종편의 건강방송을 보면서 채널을 홈쇼핑 쪽으로 돌리면 어딘가에서 어김없이 쇼호스트들이 나와 관련 건강보조식품을 침을 튀기며 광고하며 팔고 있다. 다시 말해 종편과 홈쇼핑의 합작품이 되고 있는 것이 바로 종편의 건강방송이다. 이는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서라기보다 홈쇼핑의 제품장사를 위해 종편이 나서고 있다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 그러니 시청자들은 요즘 의아하게 생각하기 시작하고 있다. 종편들이 교묘하게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니가 좋다고 하니 시중의 다른 노니제품들마저 불티나게 팔렸다. 그러나 불량제품 유통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일부 노니제품에 기준치를 초과하는 쇳가루가 나와 시중을 벌꺽 뒤집어 놓았다. 노니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제품생산과정에서 생긴 것이라고 하지만 불신을 자초하는 결과를 낳았다. 요즘에는 어떤 건강보조식품이든 정상적인 제조와 유통과정을 살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는 범람하는 건강정보에 기인한 탓이기도 하다.


 종편이 출범할 때 엄청난 우려의 눈길을 보냈던 사실을 익히 알고 있다. 편협한 보도태도나 지나친 상업주의 등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우려가 사실 알게 모르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 종편이라는 지적도 있다. 방송계의 판도변화를 이끌고 다채널 다매체 시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공익을 위장한 상업주의를 표방한다면 이는 종편 방송프로그램의 공익성 확보라는 측면에 위배되지 않을 수 없다. 종편 4사가 모두 2020년까지 조건부재승인을 받은 이유는 아직도 종편이 “갈지(之)자 걸음을 걷고 있다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채널이 많은 것이 좋다. 그만큼 볼거리도 많고 다양한 정보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시청자들의 심리를 역으로 이용해 장사꾼으로 전락한다면 이는 국민들이 바라는 방향이 아니다. 나아가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여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는 방송도 마찬가지이다. 모름지기 종편이 바로서기 위해서는 바른 생각과 올곧은 자세, 국민을 위한 사명감이 투철해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문을 닫아야 한다. 방송은 공공의 매체이기 때문이다.

 

 

김헌태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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