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연극이야기 18

< 국제영화제 다큐멘타리부분 다 수상작, “38년생 김한옥”>

김수남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3/03/20 [09:30]

영화연극이야기 18

< 국제영화제 다큐멘타리부분 다 수상작, “38년생 김한옥”>

김수남 논설위원 | 입력 : 2023/03/20 [09:30]

  © 충청의오늘

 

영화연극이야기 18 

< 불효자 감독이 그린 어머니 일대기, “38년생 김한옥”>

  청주영상위원회의 <씨네마틱#청주>가 2019년부터 제작 지원한 작품들은 그 동안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되며 출연배우의 연기상 수상 등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지역 영상인력 육성 및 영상문화산업의 균형발전을 위한 제작 지원 사업은 지역영상 창작자들의 높은 호응으로 2022년에는 총 7편의 지원 규모로 확대되었다. <38년생 김한옥>은 장편부분 제작 지원작으로 <인도 뭄바이 국제영화제>, <워싱턴DC 국제 영화 페스티벌>, < 캐나다 영화제상> 등에서 다큐멘터리 최우수 콘텐츠상 등 최고의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청주영상위원회에 최초로 안겼다. 앞으로 <일본 야마가타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핫독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암스테르담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미국 오크스 국제영화제>, <이탈리아 &하프필름 어워드> 등 추가 수상 릴레이를 기대하는 <38년생 김한옥>은 감독 한 사람의 어머니에 대한 기록을 넘어서서 이 시대 모든 어머니들에 대한 헌사이다. 김한옥여사는 평생 고달프게 살았으나 역경에 굴하지 않으며 늘 시대와 가족의 주변부에서 묵묵히 시대와 가족의 모든 순간을 지켜온 한국의 어머니상으로서 그녀의 일생은 12년의 영상기록 속에 담겨졌다. 일반적으로 기록영화는 나레이션을 토대로 연출된 영상을 편집하는 비극영화로 알려져 있다. 요즈음은 티비에서도 드라마보다 서민들의 일상을 담는 다큐가 시청자의 호응을 얻고 있는 추세다. <38년생 김한옥>의 영상에 담긴 어머니의 시간은 문화와 언어의 장벽을 넘어 세계인의 심금을 울린 내용적인 측면과 더불어 기록영화로서 차별화된 제작기법이 영화제에서 수상할 수 있었다고 평가된다. 

 

  불효자 채승훈 감독은 어머니가 쓰러진 이후 뒤늦게 어머니 곁을 지키면서 어머니를 제대로 알고자 어머니의 과거 삶에 대해 인터뷰를 시작한다. 그 인터뷰내용을 기록하여 6남매(2남 4녀)와 두 며느리들이 미리 읽어보면서 전가족이 출연하여 어머니에 대한 기록을 공유하고자 영화를 만들었다 한다. 어머니, 김한옥 여사는 외지로 떠도는 아버지와 새엄마의 혹독한 매질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늘 배고팠던 그녀는 충북 괴산으로 시집와서 시아버지, 시어머니, 시동생, 그리고 시누이까지 13명의 가족들과 함께 살며 인내의 시간을 겪어야 했다. 고달픈 삶과 억척스러운 인생에서 위암 판정까지 받았으나 키워야하는 자식들, 모셔야할  시부모까지 그녀는 놀라운 생명력으로 암을 이겨낼 수 밖에 없었다. 이후 큰아들의 간암 소식, 남편의 뇌경색까지 우리 시대의 어머니가 겪을 수 있었던 평생의 삶을 12년의 기록을 토대로 장례식까지의 모습을 한 편의 완성된 기록영화 <38년생 김한옥>을 완성하였다. 

 

  영화의 프로로그는 만화영상에 덧붙인 막내아들 채승훈 감독의 나레이션으로 “어머니는 굶주린 어린시절을 보냈다. 옆집 아줌마가 몰래 차려준 밥상을 방에서 홀로 울며 허기를 달랬다.......”로 시작하여 감독인 아들이 김한옥일생을 두 버전의 영상으로 완성하였다. 김영철 촬영감독의 버전과 감독 자신이 촬영 기록한 어머니를 중심으로 한 가족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그려 가족의 화목을 탄탄히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남겼다. 영화의 본격적인 스토리전개는 어머니가 죽기 전에 자신의 저축한 현금 1000만과 그 동안 모은 금붙이를 6남매와 며느리에게 골고루 나눠줄려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전국 각지에 사는 딸과 며느리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김한옥여사의 가족(6남매와 며느리)과의 숨겨진 이야기가 적라나하게 들어나기 시작한다. 1960년대 이후 새로운 기록영화 촬영방식은 유물론적인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찍는 영상보다 화자와의 인터뷰 형식(시네마베리떼)으로 감독의 의도보다 화자의 의도를 강조하는 영상으로 담아 냈다. 그리고 몰래카메라 형식(디렉트시네마)은 화자의 진면목을 들어내주는 촬영기법이었다. 

 

  기록영화 <38년생 김한옥>은 새로운 기록영화 형식이면서도 또 다른 차별화된 채승훈감독만의 창조성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영상을 보조 설명하는 나레이션은 삼자나 출연자의 독백으로 전하는 것이 보편화되었지만, <38년생 김한옥>의 나레이션은 감독 자신이 인터뷰해서 기록한 내용을 출연진 가족 모두가 읽어 가면서 오버랩되며 화자로 출연한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의 나레이션 방식은 출연진이 전하는 영상의 리일리티를 더욱 상승시킨다. 일반적인 영상을 보조하는 설명적인 나레이션 역할을 벗어나 채승훈감독의 나레이션은 외연(영상)은 물론 내연(화자의 진심)까지 진솔함이 넘쳐나게 하는 리얼리티를 관객에게 전할 수 있었다. 감독의 욕심 때문에 김한옥여사의 이야기 줄기 속에 돌아가신 형님과 아버지의 이야기가 지나치게 많이 배려된 아쉬움과 아버지의 장례식과 어머니의 장례식이 불필요하게 겹친 것은 지적될 수 밖에 없다. 어머니의 주된 이야기가 흩어지지 않고 주제를 선명하게 전하기 위해서는 새롭게 편집되어야 부분들이다. 감독이 찍은 영상의 화조톤과 촬영도 불안정함이 노출되어 안정된 촬영감독의 영상버전과 이질감이 느껴진다. 가능한 촬영감독의 영상버전 중심으로 재편집된다면 영상 분위기의 안정감으로 관객에게 상승적인 공감효과를 얻을 것이다. <38년생 김한옥>이 세상에 알려지기까지 <거북이필름>(채승훈 대표)과 공동으로 제작 총괄한 영화사 <예술로 통하다>(이소리 대표)의 공헌도 반드시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김수남 논설위원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