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연극이야기 15

<한국 사실주의영화는 문학적 사실주의로 잘못 인식>

김수남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3/01/30 [09:30]

영화연극이야기 15

<한국 사실주의영화는 문학적 사실주의로 잘못 인식>

김수남 논설위원 | 입력 : 2023/01/30 [09:30]

  © 충청의오늘


  영화의 탄생 이후 전통적 영화형식은 현실을 복사하는 유물론적 다큐멘타리영화와 픽션을 영화화한 반다큐멘타리영화가 주류를 이루었다. 최초의 영화제작자로 알려진 프랑스의 뤼미에르형제가 만든 <열차의 도착>(1895)은 플래트폼에 도착하는 열차의 모습을 롱테이크(길게찍기의 한컷트)로 촬영한 사진적 리얼리즘의 단편 기록영화였다. 기록영화가 아닌 극영화는 프랑스의 유명한 마술사 멜리에스가 만든 최초의 공포영화인 <악마의 성>(1896)이 등장하면서 붐을 일으켰다. 멜리에스의 극영화는 세트를 세우고 미니어처를 도입하여 촬영하고 필름을 자르고 이어붙이는 최초의 편집영화(여러 컷트의 영화)였다. 그리고 페이드 인, 페이드 아웃을 도입하는 등 현재 영화에 쓰이는 기술과 개념을 고안하기도 한 반기록영화였다. 초창기 사실주의영화는 기록영화로서 사진적 리얼리즘으로 받아들였고 사진과 같은 정밀한 리얼리티(사실감)를 추구한 영화였다. 1913년 피야드가 “영화는 살아있는 것을 그대로의 상태로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사실주의영화는 인식되었다. 1919년 독일 로베르트 비네의 <갈리가리 박사의 밀실>이 등장하기 전까지 영화는 사실주의 기록영화와 반사실주의 극영화로 나누었다. 비네의 <갈리가리 박사의 밀실>은 인간 내면의 무의식이나 심층심리를 주관적으로 표현한 영화로 표현주의영화로 불리웠다. 이때부터 영화의 형식은 사실주의와 표현주의 두가지 형식으로 분류하였다. 그러나 사실주의영화에서 빈번한 컷트찍기에 의한 촬영과 편집의 몽타주는 기록영화와 극영화 영상의 사실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였다. 감독이나 편집자의 주관에 의해 촬영되고 몽타주된 영상은 관객이 보고자한 권리를 박탈하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하였다. 1945년 이태리 네오리얼리얼리즘(신사실주의)의 최초 영화 로셀리니의 <무방비도시>는 극영화의 사실성을 재현하기 위해 기록영화인지 재현된 영상인지 애매모호한 영상을 연출하였다. 출연배우들도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을 캐스팅하여 등장인물을 실존하는 인물로 인식시켰다. 네오리얼리즘영화는 가능한 몽타주를 거부한 롱테이크(커트하지 않고 길게 찍기)의 극영화로 기존의 극영화와 차별화하였다. 

 

  1960년대 사실주의영화론의 대부 바쟁은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사실주의문학이나 현실을 고발하는 사실주의 극영화를 반몽타주영화와 몽타주영화로 구분하고 반몽타주영화를 사실주의 극영화(realism film)로 몽타주영화를 형식주의 극영화(formalism film)로 규정하였다. 사실 몽타주영화는 감독의 주관성이 개입한 일종의 표현주의영화이지만 독일의 <갈리가리 박사의 밀실>의 표현주의 영화와 구별하여 형식주의영화로 명명하였다. 한마디로 1960년대 이후 서구의 영화비평계는 영화의 형식에서 표현주의영화를 퇴출시키고 형식주의영화와 사실주의영화의 두가지 형식으로 전환하였다. 그러함에도 후진영화국의 영화비평계는 아직도 영화의 형식을 사실주의영화와 표현주의영화로 언급하고 있다. 1960년대 이후 표현주의영화는 형식이 아닌 스타일로서 사실주의영화나 형식주의영화에서 공존하고 있다. 표현주의 스타일은 있는 그대로 촬영한 유물론적인 영상이 아니라 주관적으로 창조된 영상스타일로 이제는 갈리가리즘(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에서 따옴)으로 불리운다.  

 

  “한국의 사실주의영화는 문학적 사실주의영화이다”라는 의미는 한국의 사실주의영화는 반몽타주를 추구하는 롱테이크의 사실주의영화라기보다 현실의 폭로하여 영화화하는 내용적 즉 문학적 사실주의영화로 인식하고 있다. 다시말해 감독이나 편집자의 주관이 자주 개입된 몽타주의 형식주의영화라도 현실적 내용을 영화화하면 사실주의영화라고 인식하고 있다. 사실주의영화에 대한 이러한 오류는 한국영화비평계와 영화학자의 책임이다. 허구의 내용을 다루는 SF영화나 공포영화일지라도 가능한 몽타주를 거부하고 롱테이크 촬영기법을 주로 할용한 영화라면 내용의 현실성과 관계없이 사실주의영화인 것이다. 엄격한 의미에서 대다수의 다큐멘타리영화도 반몽타주를 지향하는 사실주의영화라기보다 미리 구성하고 내용을 삽입하는 몽타주된 형식주의영화의 다큐멘타리가 의외로 많다. 그러한 이유로 다큐멘타리의 사실성을 보존하는 새로운 다큐멘타리, 시네마베리떼나 다이디랙트시네마가 1960년대 이후 등장하였다. 시네마베리떼는 인터뷰 형식의 다큐이고 다이렉트시네마는 몰래카메라형식이다. 독자의 이해를 위해서 몽타주영화와 반몽타주영화의 영상의 구별을 위해 쉬운 예를 제시하겠다. 노동자파업으로 투쟁하는 노동자와 이에 대처하는 경찰진압군의 기록영화를 보면 제작의 주체가 누구나에 따라 내용전달이 편집에 의해 왜곡된다. 보여주는 영상 그 자체는 사실이지만 영화를 만드는 주체가 노동자편이냐 경찰편이냐에 따라 편집에 의해서 내용전달의 사실을 왜곡시키는 것이다. 공산주의가 기록영화를 선동적으로 활용한 이유가 바로 이 점이다. 사실주의영화 기법으로서 롱테이크와 디프포커스(영상화면의 깊이가 모두 선명하도록 촬영)를 기본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시간과 공간을 조작하는 몽타주기법을 거부하기 위해서이다. 기록영화든 극영화든 사실주의영화를 추구한다면 가능한 컷트하지 않고 길게 촬영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사실주의영화는 내용의 사실성보다  현장의 사실성을 보존하는 영화이다. 

  

김수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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