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기악, 비밀의 문 열리다”

(구중해 저)

김수남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2/11/28 [09:30]

“백제기악, 비밀의 문 열리다”

(구중해 저)

김수남 논설위원 | 입력 : 2022/11/28 [09:30]

▲     ©충청의오늘

 

백제 후반부의 기악인 ‘백제기악’은 7세기 백제예인 미마지(味摩之)가 일본에 전해주었다는 미미한 기록이 일본서기에 전해진 것이 전부이다. 백제 기악은 백제시대 탈놀이로 전해 내려오는 연희로 왕권중심에 치우친 역사에 상반하여 서민 중심의 애환과 생활을 엿볼수 있는 귀중한 문화자산이다. 우리민족의 자랑스런 연희유산의 하나인 ‘백제기악'은 그 동안 사료의 부족과 연구자들의 무관심으로 잊혀져가고 있었다. 이에 공주지역예술인들이 뜻을 모아 2003년 <백제기악전승보존회>를 창립하고 백제기악 복원을 위한 방안모색을 하였다. 공주민속극박물관장인 민속학자 고 심우성 선생은 이미 복원된 일본기악의 연구차 수차례 사비를 들여 일본을 방문하여 ’백제기악‘의 복원을 위한 단초를 마련하였다. 길놀이로 시작하는 일본 백제기악은 해악과 풍자를 내포하여 권선징악을 나타내는 불교의식과 지신밟기 순서로 진행하는데, 등장인물과 춤사위, 음악성 등이 백제기악의 잔형인 산대놀이와 매우 흡사한 것이 확인되었다. 이 자료를 토대로 백제기악의 악기, 의상, 춤, 음악, 연희본 등을 복원하여 백제기악을 되살리는 실질적인 작업을 시작하였고 오해균 탈제작 명장에 의해 백제기악탈 15점이 복원됐다.

‘K-기악(korean-기악)’은 오늘날 한류의 춤과 노래의 다이내믹한 흐름과 다를바없는 ‘백제기악’이 백제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장르에 그치지 않고 인도에서 서역과 중국 특히 남경(건강)을 통하여 백제에 이르는 실크로드를 밝혔다. <K-기악과 실크로드>는 공주대 구중회 명예교수가 10여년의 연구 끝에 ‘백제기악’의 새로운 지평을 모색하는 ‘K-기악(korean-기악)’의 비밀의 문을 연 최초의 연구서라 할 수 있다.

 

‘K-기악(korean-기악)’의 생산지는 인도 석굴문화에서 ‘비천기악’과 경전의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한‘경변(經變)’의 보살기악으로 소승불교에서는 하늘에 존재하는 ‘천상기악’으로서 시작된다. ‘백제기악’은 ‘천상기악’을 받아들여 대승불교의 다수 불교신자를 위해 지상의 에술인 ‘지상기악’으로 재생산하였고 이 ‘백제기악’이 일본에 전해졌다. 일본의 앵정사 절에서는 ‘백제기악(지상기악)’을 지속적으로 전수함으로써 일본예술의 기원이 되어 원형보존이 오늘날까지 잘 되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가면문화’라고 구중회교수는 따로 언급하고 있다. 고대 인도사람의 세계관에 네 지역의 다른 얼굴을 소개하고 있다. 동승신주는 반달형, 남섬부주는 반달형, 서우화주는 보름달형, 북구노주는 정사각형으로 이 얼굴들은 가짜얼굴인 가면이 아니고 진면임을 밝혔다. 일본아악(궁중음악)의 가면 가운데 좌방악(중국형) 안마(安摩)와 우방악(한국형) 소리고(蘇利古)의 경우 사각형 얼굴을 하고 있다. 그래서 구중회교수는 ‘백제기악’의 가면을 진면인 ‘무카(가면의 인도어)’로 사용한다. 불교의 믿음은 보살의 33인 또는 35인의 화신을 가면이 아닌 진면으로서 받아들이고 일본의 ‘지상기악(일기악)’은 여러 가지 기악을 한편의 작품으로 엮어서 무언과 무카로 진행되었다. 기악의 최종목표는 도속(道俗) 즉 천상의 ‘도’와 지상인 ‘속’이 하나로 모이는 것이다.

 

<K-기악과 실크로드> 이전의 기악연구는 ‘일기악’을 중심으로 실크로드의 마지막 부문만 치중하고 인도에서 서역-중국-백제의 길은 별도로 연구되어 왔다. 이를 통합하여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확보한 구중회교수의 연구업적인 <K-기악과 실크로드> 저서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는 것이다. 작금의 세계는 미중의 권력다툼 사이에서 유럽은 유로의 새로운 권력으로 미중과 맞서고 있다. 동북공정으로 한국을 압박하는 중국세력에 대해 이 세계 어느 국가도 관심이 없다. 이러한 때에 ‘방탄소년단’의 한류의 저력을 키워나가 문화의 저력으로 영토를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아시아의 소수민들의 문화동맹으로 현실화시켜 중국과 맞서야 할 것이다. <K-기악과 실크로드>의 비밀의 문은 학문적 연구의 영역에서 더 나아가 실크로드의 문화동맹을 추구하는 것이다.

 

김수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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