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

김헌태 논설고문 | 기사입력 2022/11/27 [20:24]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

김헌태 논설고문 | 입력 : 2022/11/27 [20:24]

 

  © 충청의오늘

세계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져온 진통이다. 세계 곡물 가격에서부터 국제유가, 건축자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물가앙등의 영향을 가져왔다. 우리나라 소비자 물가도 벌써 심상치 않다. 소비자 물가지수가 상승곡선을 다시 그리고 있다. 금리도 고금리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달 들어 물가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소비자 물가가 내년 1분기까지 5%대, 개인 서비스물가는 당분간 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 갈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인플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 연간 상승률은 5.7%로, 지난 7월(6.3%) 정점을 찍은 뒤 8월(5.7%)과 9월(5.6%) 낮아졌다가 석 달 만에 다시 반등했다.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성장 둔화와 가계부채 증가, 채권시장의 자금 경색 등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 수요 위축도 현실화하고 있다.

 

11월 기준 한국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5.7%로 전년 대비 0.1%가 상승했다. 지난 7월 6.3%로 정점을 찍었나 싶던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둔화세에서 반전했다. 석 달 만인 지난달 다시 상승 폭을 키우면서 서민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최근 물가 상승 폭 확대는 국제유가나 식료품·곡물 가격 급등보다 하방 경직성이 높은 서비스물가 상승이 주요인이라는 점에서 한국은행이 우려하는 인플레이션 부담이 더 크다. 정부는 본격적인 겨울철을 앞두고 김장을 포함한 계절 수요 품목의 물가 잡기에 안간힘을 쓰지만, 서비스물가의 지속적 상승세는 멈추질 않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서비스물가다. 개인 서비스 물가는 10월은 전월과 같은 6.4%로 1998년 4월의 6.6% 이후 최고점을 유지했다. 개인 서비스 중 외식물가는 8.9% 올랐다. 치킨(10.3%)이나 생선회(9.2%) 물가가 전월과 마찬가지로 높은 상승세를 그렸다. 보험서비스료(14.9%), 공동주택 관리비(5.4%) 등 외식 외 개인 서비스도 4.6% 올랐으며 공공서비스 중에는 국제항공료가 20.0% 뛰었다. 개인 서비스 물가가 올해 들어 심상치 않은 상승세다. 개인 서비스 물가상승률은 작년 10월 2.7%에서 올해 9월 사이 약 2.4배로 올랐다. 외식물가는 같은 기간 3.2%에서 거의 3배가량 뛰었다. 실제 외식 가격은 품목을 가리지 않고 줄줄이 오르고 있다. 관계기관에 따르면 서울 지역 김밥 한 줄 가격은 평균 3046원(9월 기준)으로 올해 들어서만 10%가 뛰었다. 삼계탕 한 그릇은 1만5462원으로 8%, 비빔밥은 9654원으로 5%가 올랐다. 

 

겨울철 수요가 증가하는 전기·가스·수도 요금도 불안 요소다. 10월에는 전기·가스·수도가 23.1% 올라 해당 품목의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0년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도시가스요금이 36.2% 올랐고, 전기료(18.6%)와 지역 난방비(34.0%)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냈다. 국내 전기요금은 지난달부터 1kwh당 7.4원 인상됐다. 정부는 국제유가·곡물가 상승세가 정체된 와중에도 근원물가가 뛰는 현상을 특히 염려한다. 물가가 유가 같은 대외 변수가 없어도 추세적으로 오르는 분위기가 한층 뚜렷해져서다. 물가의 기조 흐름을 나타내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물가지수는 지난달 4.8% 올라 전월(4.5%)보다 상승 폭을 확대했다. 2009년 2월 5.2% 이후 1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6.5% 올라 전월 상승률(6.5%)과 같았고 10월까지 올해 누계 물가상승률은 5.1%로 상승했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물가 급등에 가계 실질구매력이 줄며 소비가 위축될 수가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근로자 급여보다 물가가 오르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상용근로자 1인당 정액 급여는 1년 새 5.0% 오르는 데 그쳐 물가상승률(5.7%)에 따라잡혔다. 그나마 전체 임금에서 초과·특별급여를 뺀 정액 급여분만 놓고 보면 상승률이 4.4%로 더 낮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의 긴축기조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행보가 지나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고금리 행보가 가져오는 시장 상황이 건설경기와 주택시장에 충격적으로 다가서고 있다. 미분양아파트 속출에다 아파트 등 부동산값의 급속한 하락 등 많은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이제 시작이라는 느낌이다. 분양을 기다리는 재개발현장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일부 분양아파트는 돈을 주면서까지 미분양 물량을 처리하는 사태를 빚고 있다. 신규아파트는 입주자들의 기존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30% 이상이 입주를 미루는 곳도 생겼다. 동맥 경화현상이 극심하다. 경제의 순환구조가 비정상적인 흐름도를 보인다. 고금리 고물가에다 소비심리 둔화 현상까지 겹치면서 경기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7%대를 기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스태그플래이션(stagflation)의 공포가 다가서고 있다. 고물가 저성장의 기형구조이다.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물가는 오르는데 화폐가치는 떨어져 시장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붛황에 따른 전반적인 수요감소에다 에너지 대란과 물류대란, 주요 원자재 등 물가 가격 상승이 문제다. 이른바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의 3고 현상까지 겹쳐 한계상황에 노출된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들이 생존의 기로에 섰다. 

 

지금 이처럼 위기상황인데도 정치권은 정쟁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최근 화물연대까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문제로 총파업에 나서 물류대란을 빚고 있다. 이래저래 구석구석의 경제 상황이 말이 아니다. 금융과 세제 지원, 물류 지원, 원자재 공급망 안정화와 인력 수급난 완화, 납품단가 연동제 등 중소기업 경영 어려움 해소를 위한 종합적인 지원책 등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 곳곳에서 벌써 스태그플레이션의 위기감과 불안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서민경제를 위협하는 소비자 물가의 불안정은 경제 현상의 잣대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등 가려운데 발바닥 긁고 있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침체의 늪에 빠진 현실경제에 대한 냉엄한 진단과 대책이 나와야 한다. 자칫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모두의 단합된 노력이 절실하다.

 

김헌태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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