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와 유권자의 힘

김헌태 논설고문 | 기사입력 2022/05/23 [03:49]

선거와 유권자의 힘

김헌태 논설고문 | 입력 : 2022/05/23 [03:49]

  © 충청의오늘

 언제부터인가 선거에 여론조사 방식이 적극 도입되면서 대한민국에는 여론조사업체가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정식 등록된 선거 여론조사 업체는 올 1월 30일 현재 89개 업체로 인구 6천 600만 명인 프랑스보다 6.8배, 1억 3천만 명인 일본보다 4.5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당내경선이나 후보자단일화 등 정치적 결정에 여론조사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유권자의 마음을 읽어보는 예측조사, 선거의 판세를 가늠하는 분석에 이르기까지 여론조사는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러다보니까 언론들도 여론조사분석을 우후죽순처럼 쏟아내 놓고 있다. 난립하고 있지만 실제 15개 안팎의 여론조사업체들이 주목받고 있는 업체들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여론조사결과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지만 조사업체에 따라 하루 만에 그야말로 180도로 달라지는 여론조사결과를 내놓고 있어 유권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도대체 어떤 것을 신뢰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실제 일부 여론조사기관의 작위적인 여론조사 방법에 조롱거리가 된 적도 있다. 이번에도 대구광역시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있어 표본의 대표성을 확보할 수 없는 방법으로 피조사자를 선정해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응답값 결과를 왜곡하여 공표·보도한 혐의가 있는 모 여론조사기관과 그 대표 등을 지난 4월 21일 검찰에 고발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대선 출구조사에서 비교적 정확한 예측결과를 내놓는 것을 보면 여론조사를 마냥 불신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다고 무수한 언론들이 저마다 다른 업체들에게 조사를 의뢰해 같은 시기인데도 결과가 전혀 다르게 나오는 것을 믿으라고 한다면 그것도 어불성설이 다. 여론조작을 통하여 선거 판세를 뒤집거나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그 어떠한 행태도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이는 선거이후에 분명하게 가려지게 되어 있다. 선거이전에도 왜곡해 공표하고 보도하는 부당행위는 들통이 나게 되어 있다. 교묘하게 이용하는 이런 수법과 지능화되어 가는 여론조사조작에 대한 보다 철저한 대책이 절실해지고 있다. 그만큼 선거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의 등록제가 아니라 무엇인가 요건을 강화하는 제도개선 방안과 조사방법이나 기법의 문제를 새롭게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첨단 미디어 시대에 걸맞은 변화가 중요하다. 지금 유권자들이 생소한 조사기관으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면 당연히 조사결과의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선거에 임하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엿보려는 여론조사가 헛다리짚는 식이 되어버리면 여론조사를 하는 의미를 살릴 수 없다. 조롱거리를 떠나 범죄행위에 다름 아니다.

 

 이번 6.1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를 조망하는 여론조사 결과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전국에 7군데에서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미니총선처럼 함께 치러진다. 그만큼 여론의 향배가 주목되고 있다. 정권이 교체되어 지금은 여당과 야당이 뒤바뀌었지만 향후 정치풍향계를 가늠하는 선거로서 큰 의미를 간직하고 있다. 17개 광역단체장이 어느 정당이 석권할 것인지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래서 수시로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일희일비 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교육감까지 최고 7장의 용지를 받아들고 투표를 해야 한다. 국회의원보궐선거 지역인 7군데는 한 장 더 받게 된다. 사전투표는 오는 27일과 28일 이틀간 실시된다. 길거리에는 이미 후보들의 현수막과 선거벽보가 부착되어 선거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생각보다 유권자들의 관심도가 대선만큼은 높지 않은 듯하다. 엄청나게 많은 인물들의 등장에 지역유권자들이 상당히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투표 성향이 궁금해지는 이유이다. 물론 오는 6월 1일 제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본 투표가 끝나면 그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이번 6.1지방선거는 만 18세 이상이 투표를 하게 된다. 대선에 이어 유권자인 국민의 마음이 어디에 와 있는지를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역사적인 의미가 부여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지칠 대로 지친 국민들을 어떻게 위무하고 지방정치의 활력을 되찾느냐하는 점에서 참다운 일꾼을 그 어느 때보다도 갈망하고 있다. 과거처럼 정치적인 이벤트에 부화뇌동하며 표심이 작동하는 그런 현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역의 일꾼을 잘 뽑아야 지방정치도 발전할 수 있다. 주민자치의 성숙된 모습을 찾기 위해서는 다시 시작해 3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지방자치도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4차 산업 혁명시대를 맞아 지방자치도 지방자치4.0시대를 선언해야 한다. 핵심가치는 물론 의식구조도 변화하고 인물들도 더욱 새로워져야 한다.

 

 단순히 4년 임기를 채우거나 입신양명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구태의연한 인물들을 솎아내야 한다. 그것이 유권자의 마음이고 민심이다. 여론조사는 최소한 이러한 마음을 읽어내야 한다. 여론을 조작하여 유권자의 마음을 왜곡하려는 일체의 시도가 있다면 이는 공공의 적으로 지탄을 받을 것이다. 민주주의가 꽃피려면 그 과정과 절차도 민주적이고 정당해야 한다. 선거는 유권자의 결집된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힘을 모으기 위해 후보자들은 여론조사에 자만하거나 실의하지 말고 선거운동이 끝나는 순간까지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해 달려야 한다. 이것이 바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고 진인사대민명(盡人事待民命)이다. 선거는 유권자의 힘이자 국민이 주인임을 확인하게 해준다. 이번 선거도 그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김헌태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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