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모기지 사태가 우려된다

김헌태 논설고문 | 기사입력 2022/01/09 [18:51]

한국형 모기지 사태가 우려된다

김헌태 논설고문 | 입력 : 2022/01/09 [18:51]

  © 충청의오늘

2007년 금융위기를 촉발한 미국서브프라임모기지(subprime mortgage) 사태는 신용등급이 좋지 않은 서브프라임(최고 다음)인 비우량대출자에게 주택담보대출해준 것을 말한다. 모기지론은 은행이 돈을 빌려주고 돈을 빌려준 증서를 다른 금융사에 판매해 은행이 추가대출재원을 마련하는 시스템이다. 2000년대 초 미국에서는 주택가격의 버블이 형성되었고 버블이 있어도 주택을 팔아 담보대출을 갚을 수 있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이는 비극을 불러온다. 2005년 이후 미국에서는 17차례에 걸쳐 금리가 인상되어 2004년 초 1%이던 금리가 2007년 무려 5.25%가 상승되었다. 금리가 인상되자 부동산 상승심리가 꺾이고 모기지 이자를 연체하거나 채무불이행수가 증가했다. 2007년 서브프라임 전문업체들인 뉴센츄리 파이넨셜이 파산했다. 투자자들도 황급히 고위험 상품인 펀드에서 돈을 빼내간다. 2008년 9월 급기야 다량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상품을 판매하던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며 전 세계의 불황을 초래한다. 세계 최대 규모 파산이다. 그 액수만도 700조 상당이었다. 최대의 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했지만 IMF경제위기를 이겨낸 우리나라는 다행히 지혜롭게 비교적 잘 극복했다. 하지만 중국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한마디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이었다.

 

이런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인가? 대한민국의 부동산버블이 심각하다. 혹자는 부동산정책의 잘못이라고 한다. 정부는 부랴부랴 새해에도 추가로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고 나섰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6%대 진입 초읽기에 들어갔고, 가계대출 변동금리 비중은 8년 만에 최대가 됐다. 이른바 ‘영끌·빚투족'이 위험하다는 신호다. 지난 해 11월부터 나타난 거래절벽현상이 새해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영혼까지 끌어 모은다는 ‘영끌‘투자전략이 새해 들어 ’팔자‘로 바뀌면서 아파트값 하락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 해 초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집값 하락으로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정부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결코 조짐이 좋지 않다. 단순하게 부동산시장을 진단하기에는 너무나 복잡다단한 상황이다. 

 

매매한 뒤 전세를 내놓은 ’갭투자‘와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주택당첨이 로또청약으로 불리는 현상이 제동이 걸리는 양상이다. 대출규제에다 금리불안정성 때문이다. 코로나로 경제난은 극심한데도 아파트값이 고공행진을 벌였던 지난해의 기형적인 현상은 결국 집 없는 서민들의 고통과 불건전한 부동산 시장의 파행을 부추겼다. 한마디로 수요공급의 원리가 아닌 투기성향의 시장상황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DSR(총부채원리금 상환비율)은 1년을 기준으로 벌어들인 소득 대비 갚아야할 대출원리금과 이자의 총합을 단계적으로 적용시켰다. LTV(담보인정비율)인 주택가격에 대한 담보인정비율도 크게 떨어뜨렸다. 한마디로 정부의 대출규제다.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벌써 전국에서 아파트값 하락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6일 한국부동산원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176개 시군구 가운데 매매가격이 하락한 곳은 35곳이었으나 계속 늘고 있다. 그것도 서울과 경기, 대전, 대구, 광주, 세종 등지가 그렇다. 2020년 아파트값 상승률 전국 1위였던 세종시 아파트값은 치욕적이다. 주간 기준 0.33% 하락했다. 지난 2014년 7월초 7년 4개월 전의 역대 최대 하락폭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용면적 84㎡인 모 아파트가 2개월 전보다 1억 7500만원이 떨어진 8억 원에 거래됐다. 보통 1∽2억 원 가량이다.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급매 아니면 사실상 거래가 끊어졌다. 입주물량이 증가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른바 버블이 걷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해 엄청난 폭등세를 보인 곳들이 새해 들어 그야말로 심각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전 아파트값이 새해 들어 전격적으로 하락세로 전환했다. 3년 가까이 멈출 줄 모르던 집값 상승의 롤러코스터는 대출규제와 가격고점론 확산 등 하방압력으로 떨어지고 있다. 1월 첫 주(3일 기준) 대전 아파트 매매가격은 0.06% 떨어졌다. 매매가 변동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2019년 4월 셋째 주(-0.03%) 이후 2년 9개월 만이다. 재개발·재건축 이슈 등에 힘입어 상승세를 타온 곳들이 대출규제와 가격고점론 확산에 따른 하방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금리인상, 대출규제, 종합부동산세 폭탄 등 정부의 강력한 부채관리방안이 주효해지고 있다.

 

이런 부동산값 하락은 자칫 미국의 모기지 사태를 우려한 대출규제에서 비롯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엄청난 규모로 주택담보대출을 하던 금융권들이 갑자기 정부의 대출규제로 돈줄을 묶어놓으면서 빚어진 현상으로 본다. 부동산 버블이 걷히고 천정부지로 치솟던 아파트값이 떨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렇다고 순기능만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자칫하면 이른바 과거 서울에 흔하던 깡통아파트, 깡통빌라의 출현도 우려된다. 전세금 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높은 깡통주택을 말한다. 여기에다 우후죽순처럼 추진되고 있는 재개발과 재건축 등 정비사업으로 향후 아파트 과잉공급현상을 빚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수요는 적은데 공급이 많아지는 것이다. 대전의 경우가 이런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대부분 많게는 14년 이상이나 소요되는 정비 사업으로 부작용을 겪고 있는 현장이 한 두 곳이 아니다. 법적 다툼은 흔하게 보게 되는 사업들이다. 지금 같은 아파트값 하방곡선이 지속되고 대출규제가 강화된다면 미분양사태와 사업추진 차질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 대규모 재개발과 재건축 등 재정비사업 추진과정에서 심각한 대란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대전지역에서 팽배하다. 긍정적으로 보기에는 도심 곳곳이 비정상적인 재정비 열풍에 사로잡혀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집 없는 서민들이 손쉽게 집을 장만하는 구조는 아닌 것 같다. 대출규제가 강화되고 세금폭탄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내 집을 마련하기는 그다지 녹록치 않다. 아파트값이 하락한다고 주택마련이 손쉬워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앞으로 재개발과 재건축을 통해 무수한 물량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코로나의 비대면 시기를 거친 2년여에 동안 수요공급의 원리가 아닌 비정상적인 부동산값 폭등 사태가 빚었다는 점이다. 분명 금융권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자기자본으로 집을 마련한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전월세 자금 목적으로 한 갭투자 유형의 주택담보대출규모가 지난해 이미 70조를 넘어서고 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잔액 721조도 지난 2020년에 넘어섰다. 가계대출의 70%를 넘는다. 대한민국이 ’빚 공화국‘이라고 할 정도다. 

 

지금 부동산 시장 문제가 단순규제로 풀어가고 민간공급량을 늘린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의 대란은 부동산값이 폭등해서가 아니라 공급과잉에 따른 폭락과 미분양사태, 버블붕괴 등으로 나타나는 새로운 부작용에 따른 것이다. 부동산 버블의 붕괴로 과다한 가계부채가 견뎌내지 못한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남의 나라 일만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대출규제만으로 해법을 찾기에는 너무나 많은 길을 왔다. 대장동개발 이익과 같은 탐욕스런 개발도 남발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값 폭락시점에서 지금 너무나 많은 재정비사업이 추진되면서 각종 부작용이 우려된다. 부동산값 하락은 연 초부터 도미노현상을 불러오고 있다. 그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향후 그 추이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한국형 모기지 사태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아파트가 있는 사람이든 집 없는 서민이든 개발사업자든 모두가 이래저래 걱정이 아닐 수 없는 형국을 맞고 있다. 

김헌태 논설고문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