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만과 만용이 불러온 코로나19 3차 대유행

김헌태 논설고문 | 기사입력 2020/12/15 [09:02]

자만과 만용이 불러온 코로나19 3차 대유행

김헌태 논설고문 | 입력 : 2020/12/15 [09:02]

▲     ©한국시사저널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K방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 발생은 코로나 신규 환자 950명으로 사상 최다 발생의 기록을 세웠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12일 0시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환자가 950명 발생했다. 전날 689명보다 261명이나 늘었다. 이들 환자들은 국내 지역사회 신규발생 928명, 해외유입 사례는 22명이다. 누적확진자도 4만1천736명이다. 일일 신규 확진자 950명은 지난 1월 20일 코로나19 환자가 국내 첫 발생한 후 하루 확진자 규모로는 역대 최다 규모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매우 크다. 그간 최다 기록은 대구 신천지교회 발 대구·경북 중심의 '1차 대유행'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 2월 29일의 909명이었다. 이후 287일 만에 이를 훌쩍 뛰어 넘었다. 그것도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서의 일이다. 초기에는 방역체계 수립이 미흡한 상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면 이번 사태는 그동안 K방역을 자랑하고 방역체계를 갖춘 상태에서 확산되고 있다는데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마스크만 쓰면 된다는 식으로 불감증에 사로잡혀 자만해온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거세지고 있다.  


 최근 신규 확진자의 발생상황을 보면 지난달 '3차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300명대를 오르내리면서 가파르게 증가하다 최근 사흘간 600명대 후반 규모에서 900명대로 훌쩍 넘어섰다. 12일 지역발생 확진자는 전날 673명보다 255명이나 늘어나면서 지난 3월 2일 최다 규모였던 684명을 넘어서 기록을 경신했다. 지역발생은 최근 9일간은 500∼600명대로 발생했다. 각 지역별로는 서울 359명, 경기 268명, 인천 42명 등 수도권만 669명이다. 수도권 지역발생 확진자는 전날(512명)보다 157명 늘어 600명 선을 넘었다. 특히 서울·경기 모두 연일 최다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발생과 해외유입을 합치면 서울 362명, 경기 272명, 인천 42명 등 수도권이 전체 71%가 넘는 676명이다. 한마디로 수도권이 비상이다.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는 부산이 58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강원 36명, 대구 35명, 울산 23명, 충북 21명, 경북 19명, 대전 18명, 경남 17명, 광주·충남 각 9명, 전남 8명, 전북 5명, 세종 1명이다. 비수도권 지역발생 확진자는 총 259명으로 제주를 제외하고 16개 시·도 모든 지역에서 발생했다. 위중증 환자도 179명이고 사망자도 6명이 늘어 누적 578명(치명률1.38%)이다.


 새로 확인되는 집단 감염 사례를 보면 수도권의 경우 보통 50∼60명을 넘고 있다. 대전· 서산에서도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해 난리를 피웠다. 수도권에서도 교회와 요양병원에서 집단 감염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이 같은 확산세는 소규모 지인 모임이나 식당, 카페, 학교, 학원, 사우나, 종교시설, 군부대, 증권사, 마트, 요양병원, 요양원, 호프집, PC방, 선박, 지하철역사, 노래교실, 김장모임 등 일상 공간을 매개로 한 집단감염이고 전국에서 동시 다발이다. 감염원과 감염경로, 확진자 간 접촉 모두가 깜깜이라는 점에서도 우려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른바 n차 감염사태를 빚고 있다. 언제, 어디서 감염됐는지 알 수 없는 ‘감염경로 불명’ 환자 비율은 20%를 이어가면서 무증상 ‘n차 전파’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 신규 확진자 가운데 감염경로를 조사 중인 사례는 전체의 20.9%라고 한다.


 이제 사회적 거리두기 마지막인 3단계까지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2.5단계에서 조차 이 지경인데 과연 단계만 올린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느냐는 점이다. 그동안 K방역에 대한 자만심에 젖어 만심하고 방심한 것이 그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5단계라고는 하지만 식당과 대중교통 등 일부지역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무색할 정도로 붐비는 곳이 많다. 식당이나 심지어 은행까지도 영업시간을 단축하며 코로나 확산을 막아왔지만 3차 대유행은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n차 전파’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유령도시를 방불케 했지만 마스크착용이 보편화된 지금은 오히려 만성화된 듯이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 많다. 이른바 ‘복불복(福不福) 감염’ 상황이다.


 벌써부터 백신접종 돌입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영국은 이미 접종을 시작했고 미국도 생산되는 백신을 자국민부터 맞게 한다는 행정명령까지 발동할 정도이다. k방역타령이나 하며 마이웨이노래나 부르고 말로만 백신 사오정놀이만 한다면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그동안 어찌된 영문인지 아리송한 백신확보 대책만 내놓고 국민들의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국민들이 싫어하는 중국백신이나 러시아백신을 들이대며 접종하라는 거 아니냐는 것이었다. “자꾸 안전성을 검증하고” 라는 말을 남발해 왔다. 당연히 안전성을 검증해야 하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이다. 당연한 말을 반복하면 그것은 복선을 깔고 있다는 말로 들릴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의심의 눈초리를 의식해서인지 지난 8일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얀센‧모더나 등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4,400만 명분을 선구매한다”고 깜짝 밝혔다. 그동안 다국적 제약사들과 물밑협상을 지속해 선구매한 백신을 내년 1분기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국민반발을 초래했던 중국백신은 도입하지 않는다고 한다. 당연한 일이다. 현재 개발 중인 국산 치료제도 빠르면 내년 초부터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이전까지가 문제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약칭: 감염병예방법 코로나19 )도 만들어 10월13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질병관리본부도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시켜 방역체계도 강화해 왔다. 그런데도 코로나19 환자가 국내 첫 발생한 후 하루 확진자 규모로는 역대 최다 규모라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그동안 K방역의 잘난 체를 엄청나게 해왔다는 점에서도 낯이 뜨겁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물론 국민들의 책임도 크다. 마치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것처럼 행동하는 모습들을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만용(蠻勇)이다. 물론 일부이긴 하지만 장기간에 걸친 피로감에 ‘에라 모르겠다 죽기야 하겠느냐’는 식이 엿보인다. 영업시간만 줄었지 2.5단계, 2단계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식당에서조차 무색할 정도로 붐비는 곳이 많다. 다른 나라의 백신개발 소식에 코로나19 사태가 당장 종료되는 양 안심하기에는 아직도 시기상조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다. 아직도 코로나 팬데믹은 진행형이다. 연말연시에 우려스런 모임이나 행사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물론 비대면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걱정이다. 지금은 3차 대유행이다. 이를 가볍게 생각해서는 결코 안 된다. 백신과 치료제 등장은 내년이다. 그때까지 감염에 따른 불행의 몫은 국민들이다. 방역당국이나 국민이나 그동안 이뤄온 자구노력이 ‘물거품’이나 ‘말짱 도루묵’이 되지 않도록 현실을 냉철히 진단하고 대처해야 한다. 말로만 하는 든든한 방역체계나 조기 종식의 매화타령은 이제 멈추고 당면한 현실에 맞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래저래 가득이나 힘겨운 2020년의 세밑마저도 코로나 19에 시달려야 하는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만(自慢)과 만용(蠻勇)이 불러온 3차 대유행을 하루속히 종식시켜야 하는 과제가 이미 주어졌다는 사실이다. 

 

김헌태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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