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를 바로 세우는 길

김헌태 논설고문 | 기사입력 2019/12/22 [09:52]

국회를 바로 세우는 길

김헌태 논설고문 | 입력 : 2019/12/22 [09:52]

▲     © 한국시사저널


선거법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지만 내년 총선을 향한 경주가 막이 올랐다. 지난 17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면서 현수막이 내걸리며 어딘가 어색하면서도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생소한 사람들이 지역의 새로운 일꾼이 되겠다며 나서는 현상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국회에서는 연동형비례대표제라는 것을 놓고 정당 간에 동상이몽의 셈법을 헤아리고 있는 것도 국민들의 눈에는 비정상적으로 비춰지고 있음도 숨길 수 없는 요즘의 모습이다. 총선이 내년 4월 15일로 12월이 지나면 사실상 얼마 남지 않았다. 이런 데도 갖은 머리를 다 쓰며 오로지 향후 권력쟁탈을 위한 계산만 하고 있으니 국민을 위한 정치보다는 권력을 위한 정치가 되어버렸다는 자조 섞인 푸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자들은 우선 자유민주주의의 기본부터 제대로 갖추고 나와야 한다. 선거 때마다 화려한 정치공약으로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려고 온갖 꼼수를 다 동원하지만 선거 이후에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표변하는 모습이 정치인들의 풍속도라는 조롱도 받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국회의 기능이 정상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2020년도 예산안 처리도 한마디로 주먹구구식으로 졸속처리하여 어영부영 지나고 있다. 나라의 엄청난 예산을 심의 의결하는 처리 절차가 국민들에게 투명하지 못하게 처리될 정도로 엉뚱한 일에만 골몰하니 나라꼴이 제대로 돌아갈리 만무하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선거법이니 공수처법이니 뭐니 하면서 세월만 죽이는 정치를 하니 가득이나 어려운 국민들의 생활은 그야말로 말이 아니다. 광화문과 청와대 앞에서는 집회가 끊이질 않고 있다. 과거 울산시장 선거와 관련 청와대의 선거개입문제도 뜨거운 감자가 되어 세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뒤늦게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늘 그렇듯이 그 연결고리가 교묘하기 때문이다. 검찰의 수사로 그 전모가 밝혀지길 바라지만 국민들은 벌써부터 그 썩은 냄새를 감지하고 있다.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나서는 사람들이 나름대로 유권자들에게 당당할 정도로 자기관리를 잘하고 나온 사람인지는 알 수가 없다. 선거철마다 각 정당들은 마치 흠결이 없고 도덕적인 인물들을 선정하여 공천을 주는 듯 해 왔지만 실상은 그렇게 커다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해 온 것도 사실이다. 함량미달인 자들이 교묘하게 포장되어 국회를 향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에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의 존경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멸시당하는 사태까지 빚고 있다.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자들이 바로 국회의원들이라는 비아냥거림이 거세다. 지금 여의도의 국회가 바로 이런 국민실망의 진원지가 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검증을 받고 선택받은 자들의 행보가 이러할진대 국민들이 과연 신뢰와 존경의 마음을 보낼 수 있다고 보는지 불문가지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볼 수 없는 위험천만한 의식구조와 이념 철학을 가진 자들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있으니 이런 모순이 어디 있는지 국민들의 허탈감과 상실감이 매우 큰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 국회는 선거법이 문제가 아니라 인물선정에서부터 문제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일꾼의 자세는 찾아보기 힘들다. 교만과 오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4년마다 머리를 조아리며 표만 얻으면 된다는 식의 인물들의 모습은 어찌 보면 참으로 추하다. 지금 같은 나라 형국이라면 국회의원 전원이 사퇴하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 해야 할 지경이다. 그만큼 책임이 무겁다는 것이다. 국민대립과 반목을 조장하는 정치 갖고는 대한민국의 올바른 미래가 열릴 수 없다. 연동형비례대표제에 목숨을 걸듯이 나서는 정당들의 모습도 추하긴 마찬가지이다. 300명 국회의원 정원을 슬그머니 그 숫자를 늘리고 싶어 안달을 하지만 국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도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은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차제에 국회의원들을 무보수 명예직으로 바꿔버리는 것도 좋지 않으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9명이나 되는 보좌관들도 모두 없애면 국민혈세도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갖고 있는 특권도 모조리 없애는 혁신이 선거법과 함께 나온다면 이것이야 말로 국민을 위한 국회로 환골탈태하는 진정한 모습이 될 것이다.


 내년 21대 총선의 선거전이 사실상 막이 올랐지만 선거법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만약 선거법이 이렇게 지지부진할 바에는 개정하지 말고 종전의 법을 그대로 적용해 선거를 치르는 것이 더 낫다. 코앞에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도 당리당략에만 눈이 어두워 제 갈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는 어리석음에 국민들만 안타까울 뿐이다. 정치를 하자는 것인지 하지 말자는 것인지 마치 이판사판으로 사사건건 부딪히는 대한민국의 정당정치 행태를 보면 이것이 과연 민주주의를 하는 국가인지 조차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모두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 ‘깜깜이 선거’도 선거지만 예비후보를 등록하고 돌아다니는 인물들의 모습조차 머쓱해 보이는 것은 성숙하지 못한 대한민국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내년 총선은 참으로 중요한 선거이다. 난마처럼 얽힌 대한민국의 분열된 사회를 통합하고 치유해야 하는 거대한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정치 불신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양상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헝클어진 대한민국 사회를 바로 잡고 상처받은 국민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길은 훌륭한 새 인물들이 국회에 많이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지금 같은 인물들로서는 이 난국을 돌파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대폭적인 물갈이로 진부한 정치꾼들을 퇴출시켜 국회의 자정능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그 밥에 그 나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서 맡은바 소임을 묵묵히 다해 나가는 훌륭한 인물들을 발굴하여 국민들을 위한 진정한 국회의원들로 세워야 한다. 정치선진국인 독일,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유럽 국회의원들의 무보수 명예직의 유럽의 국회의원들의 성실한 자세를 타산지적으로 삼아야 한다. 이들처럼 인생의 마지막 삶을 이웃과 나라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은 참된 인물들이 좌고우면하지 않고 많이 나서기를 바란다. 그것만이 나라를 바로 잡고 국회다운 국회를 만드는 길이다. 내년 선거는 국민심판의 선거이자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린 역사적인 선거가 될 것이다. 국민들도 부정부패의 비리정치인이나 선동적인 정치판에 부화뇌동하지 말고 ‘묻지 마 투표’, ‘묻지 마 선거’의 부끄러운 자세를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불행은 국민 스스로가 자초하게 될 것이다. 총선을 통하여 국민들의 손으로 만신창이 된 국회를 바로 세워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올바른 민주의식과 자정능력을 되찾을 시점이다.

김헌태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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