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혼돈의 시대

김헌태논설고문 | 기사입력 2019/02/24 [09:49]

국민혼돈의 시대

김헌태논설고문 | 입력 : 2019/02/24 [09:49]

▲     © 한국시사저널

대한민국의 혼돈상황이 심상치 않다. 서민생활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정치는 그야말로 마이동풍, 아전인수시대이다. 서로가 국민들을 위한다고 하지만 오로지 정권욕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국민들의 피로감과 스트레스가 날로 심화되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노동, 교육, 심지어 언론환경에 이르기 까지 모든 분야에서 갈지자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애꿎은 국민들만 냉가슴 앓고 있다. 정치지도자들의 언행에서도 정제되고 못하고 즉흥적이며 삼류 소설 같은 수준이 자주 돌출되고 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인지 참으로 목불인견이다.


 새해 들어서 국민들은 우리 경제 현실이 조금이나 나아지려나싶어 정부나 정치권들의 동태를 살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갖은 이슈를 갖고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투쟁시대를 열고 있다. 드러나는 사태들도 치졸하지만 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공방전은 그야말로 철천지원수들의 싸움판형국이다. 새우등 터지는 것은 일선 생활현장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는 국민들이다. 등 가려운데 발바닥 긁고 있는 행태에 국민들은 이미 신물이 날 지경이다. 세계 속의 한국이라는 말, 동방의 등불이라는 나라가 눈만 뜨면 쌈판이니 국민들의 삶은 점점 더 피폐해지고 있다. 터져 나오는 모든 지표마다 기록을 갱신하며 매화타령 하는 정치인들을 향한  분노만 증폭되고 있다.

 
 통계청 발 각종 경제지표가 터져 나올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 국민들이다. 툭하면 “최고, 최대, 최악, 최초”이다. 실업자 문제부터 한숨이 절로 나온다. 입학과 졸업 시즌이 겹치는 요즘이 더욱 이런 희비가 엇갈린다. 지난 1월 실업률은 4.5%로 실업자는 지난 1년 전보다 20만 4천명이 늘어난 122만 4천명에 달해 2000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고용부진까지 겹쳐 여하튼 19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여기에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4·4분기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 결과에 따르면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 격차가 5.47배로 나타나 지난 2003년 관련 통계작성 이후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은 123만 8,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7% 감소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지난 2003년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은 월평균 932만 4,000원으로 10.4% 증가해 역시 통계를 낸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소득격차가 사상 최대 폭으로 커졌다. 저소득층의 소득이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임시·일용직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줄면서 근로소득마저 36.8% 감소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좋게 말해 ‘소득양극화’지 한마디로 ‘빈익빈 부익부현상’이다. 중산층이 무너져 내린 나라이다.


 그런가 하면 가계 빚도 가히 천문학적이다. 빚내서 사는 나라이다.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에서부터 주택자금과 생활자금 대출에 이르기 까지 부채공화국이다. 지난 해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치인 1,534조 6000억 원을 돌파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22일 발표한 것이다. 천문학적이다. 증가속도는 둔화됐다고는 하지만 가계소득 대비 가계부채증가율이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득양극화가 사상 최대이자 최악이니 당연한 셈법이 아닐 수 없다. 벌이가 시원찮은 가계들이 빚을 갚을 리가 있겠는가 말이다. 사채까지 감안하면 더욱 심각해 늘 빚더미에서 허덕이는 서민들의 피폐한 삶을 엿볼 수 있다. 고령빈곤도 심화되어 소득하위 20% 가구주가 평균 63세라는 분석도 나와 저소득층의 고령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저임금이니 소득주도성장이니 하다가 경제한파, 경기침체현상이 쓰나미처럼 국민들을 덮치고 있다. 지난해는 연말이라고 하던 말을 “올해는 나아질 것이다“라고 막연히 말하는 가하면 36개국가중 4개국만 집계해서 ”OECD국가 중 성장률 1위이다“라고 뻥튀기하며 뚱딴지같은 소리로 개망신을 자초하는 정치인들까지 등장하고 있다. 나타나는 지표마다 암울한 소식인데도 남의 탓이고 전 정권 탓이고 기다리면 된다는 식이니 정말 국민들은 죽을 맛이 아닐 수 없다. 먹고살기 힘들다는데 괜찮다고 하니 무엇이 괜찮다고 하는지 마이동풍도 도가 넘고 있다. 경제는 교만한 정치인들의 싸움질 대상이나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국민들의 생존권 문제이다. 허리띠를 졸라매도 어려운 국민들의 현실을 외면하며 “달려라 똥 구루마(수레의 일본어)!” 외쳐 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나라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나라이다. 지난 해 무려 25조라는 세금을 더 거둬 이 역시 역대 최대 규모이다. 앞뒤가 맞지 않아도 한참 맞지 않는다. 국민들의 고혈을 빨아대는 나라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은 어렵다는데 세금을 더 거둬들이는 나라모습은 정상적이랄 수 없다. 이율배반의 모순이다.


 국민경제가 날로 꼬이다 보니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조차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다. 온통 난리가 아니다. 인위적인 일자리가 아닌 자연스럽게 경제가 물이 흐르듯이 흘러가야 그것이 정상적인 흐름도이다. 최저임금타령, 소득주도성장 타령에 멍들고 있는 대한민국은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언론에 이르기 까지 곳곳이 곪아터지고 있다는 비난도 존재한다. 좌우 이념논쟁도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하다. 이 시대 가치관과 국가관 자체도 진통이 심하다. 정권욕에만 사로잡혀 국민들을 재단하는 어리석음을 벗어나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너무 오랜 세월 지쳐가고 있다. 마이동풍, 아전인수의 정치가 바로 국민혼돈의 근원이라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때이다. 국민혼돈의 시대가 어디까지 갈지 참으로 우려되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볼라치면 지금이야말로 대오각성하는 국민운동과 정신개혁운동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헌태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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