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公人)의 길

김헌태 논설고문 | 기사입력 2019/01/27 [10:00]

공인(公人)의 길

김헌태 논설고문 | 입력 : 2019/01/27 [10:00]

▲     ©데일리충청

 요즘 대한민국이 시끄럽다. 언론마다 온통 난리가 아니다. 회자되는 인물들은 국회의원과 언론사 사장이다. 연이어 터지는 사건들이 국민적 관심의 표적이 되는 이유는 이들이 이른바 공인(公人)이기 때문이다. 하나는 2017년 3월부터 진행된 손혜원 국회의원의 목포시 부동산투기의혹이고 다른 하나는 2017년 4월 손석희 JTBC사장의 뺑소니의혹과 추후 발생한 기자폭행사건이다.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은 공교롭게도 2017년 3월과 4월 이후에 발생했지만 이달에 연이어 뒤늦게 세상에 드러났다는 것이고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는 점이다. 
 SBS의 폭로로 시작된 손혜원 국회의원 목포부동산 투기의혹이 새해벽두를 뜨거운 쟁점으로 세간을 뒤흔들고 있다. 국회에서 문화체육관광 위원회 소속의 간사로 있으면서 목포구도심을 문화재거리로 만든다는 정보를 손혜원 의원이 입수해서 친족들 및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어 그 지역에 투기를 하게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이다. 손혜원 의원이 2017년 3월부터 2018년 9월까지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에 있는 부동산을 무더기로 매입했다는 내용이다. 지금 계속해서 의혹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나온 정황들만 정리해본다면 손 의원 조카 (손소영/손장훈 등 3명)  총 5채, 손 의원 남편 재단 (크로스포인트문화재단) 총 15채, 손 의원 보좌관 남편 총 1채, 손 의원 친척 (남편재단 이사 채모씨+아들) 총 4채, 손 의원과 목포 부동산 물색한 60대 여성 총 7채 등이라고 한다. 당초 9곳이라고 했지만 20곳 이상을 매입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조카 등의 이름으로 창성장이라는 게스트하우스도 영업 중이다.


 목포시가 근대역사문화공간으로 지정된 이유는 대한제국 개항기(19세기 후반 ~ 20세기 초)에 ‘목포 해관’ 설치에 따른 근대기 통상 항만의 역사와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 이후까지의 생활사적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는 장소로서 근·현대를 관통하는 목포의 역사문화와 생활의 변천사를 알 수 있는 보존과 활용할 가치가 우수한 지역이기에 2018년 8월 6일에 114,038㎡ (602필지) 규모가 문화공간으로 지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등록문화재로 등록이 되면, 수리나 보수비용을 세금으로 전액 또는 일부 지원을 해준다. 이전에 이곳 부동산 평당 거래가가 100만원 ~ 400만 원대였다고 하는데, 문화재로 등록된 후 값이 4배로 뛰었다고 한다. 무엇인가 냄새가 난다. 투기가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마냥 싸늘하다. 수사를 통해 진위가 가려질 일이라고 본다.


 문제는 의원 주변인들의 목포 부동산 집중 매입을 둘러싸고 부동산 투기냐, 문화유산 지키기냐는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손 의원의 행태가 공직자가 지켜야 할 ‘이해충돌 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다는 것 같다. 여기에다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부패방지법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투기냐 선의냐는 문제를 떠나 사익추구냐 공익이냐는 축면에서 볼 때 방법이나 절차에 상당한 괴리가 발견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직접 집과 땅을 사서 문화재거리를 지키고 발전시키겠다는 의욕으로 투기가 아니라고 하지만 이를 공감하기에는 논리가 명쾌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법 이전에 공인으로서의 도덕성이나 국민적 상식에도 결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상당수 국민들의 반응들이다. 이 사건은 그 파장이 매우 크다. 간단하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수사기관에서 명쾌하게 가려질 수 있다면 가려내야 한다. 여러 가지 제기되는 사안들도 결코 공인으로서의 자세에 모범이 되질 못한다는 점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지금 이 문제는 설왕설래할 일이 아니다. 차명은 분명히 확인된 사항이다. 불법여부를 조속히 가려내야 한다. 공인은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만일 국회의원으로서 하지 않아야 할 일을 하고서 마치 이를 선의라고 포장한다면 이는 공인으로서의 도덕성과 품격에 큰 흠결이 아닐 수 없다. 국민들의 눈에는 결코 이를 간단치 않게 보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최근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또 다른 사건은 손석희 JTBC사장의 뺑소니의혹과 기자폭행 사건이다. 참으로 엉뚱하고 정상적이지 못한 냄새가 난다. 차량 옆에 동석한 사람을 둘러싸고도 말꼬리가 이어지고 있다. 모 프리랜서 기자와의 녹음파일에 나타난 내용을 볼라치면 과연 폭행사건인지 쟁점인지 뺑소니사건이 쟁점인지 참으로 아리송하다. 일련의 과정에서 나타난 손석희  JTBC사장의 처신을 볼라치면 공인으로서의 품격과 자세에 여러 가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차량에 동승한 사람문제에 있어서도 일파만파의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과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대한민국에 영향력이 있는 언론인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특히 지난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 보도에 핵심 언론으로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켜 왔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미투방송으로 충남도지사를 중도 하차시키는 위력을 발휘한 언론인이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또한 각종 미투사건의 폭로 전으로 피해당사자들의 반감이 상당한 상황에서 이런 문제가 터지자 그야말로 언론들은 대서특필하고 있다. 정작 본인은 공갈협박을 당했다고 맞고소를 했지만 뭔가 이 문제의 진실이 감춰져 있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많은 추측성 내용들이 난무하지만 일단은 공인으로서 치명타를 입은 것도 사실이다. 만약 여기에서 거짓과 이중성의 또 다른 사안들이 후속으로 이어질 경우 이의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릇 공인들은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한다. ‘군자행(君子行)’에서 나온 말로, 첫머리에 "군자방미연 불처혐의간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君子防未然 不處嫌疑間 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이라는 말이 이를 함축하고 있다. 오이 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말고, 자두나무(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말이다.  이 고사는 적어도 자신이 좋지 않은 행동을 할 마음이 애초에 없는 상태에서라도 타인에게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은 처음부터 삼가하라는 것이다. 선의의 부동산이 됐건 선의의 폭행이나 뺑소니가 됐건 세상의 시선으로 볼 때는 정상성을 상실했기 때문에 논란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선의는 칭찬을 받고 숭상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미담이기 때문이다. 차량의 접촉 사고가 생기면 있는 보험처리를 하던지 현상 그대로 처리하면 끝나는 것이다. 무엇인가 감추고자 하는 일련의 비밀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후속사태가 빚어질 리가 만무하다.
 우리는 그동안 정치인이나 기업가들이나 체육인들이나 연예인 등 사회의 저명인사들이 불법과 탈법으로 개망신을 당하며 우리 사회로부터 퇴출되고 감옥을 가는 숱한 사례들을 접하고 있다. 공인으로서의 자세를 바로 가다듬지 않고 이율배반의 모습이나 표리부동한 행각을 펼친다면 이는 국민배신 행위에 다름이 아니다. 정치인이 정상배(政商輩)가 되어 사리사욕을 챙긴다면 이는 단호히 척결되어야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란 프랑스어로 " 귀족성은 의무를 갖는다!"를 의미로 요즘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 말은 보통 부와 권력, 명성은 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 해야 한다는 함축의미로서 사회지도층에게 사회에 대한 책임이나 국민의 의무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대중 앞에 나서는 공인들은 이 말처럼 모름지기 국민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럴 능력과 자질을 갖추지 못한다면 국민 앞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 시정잡배(市井雜輩) 와 공인(公人)은 엄격히 구분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공인(公人)의 길은 높은 도덕성과 품격 그리고 인성의 바탕이 바로 그 기본이다. 공인의 길을 걷는 자들은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할망정 황당한 실망감과 정신적 충격은 주지 말아야 한다.

 

 

김헌태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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