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없는 정신건강의 날

김헌태 논설고문 | 입력 : 2018/10/14 [22:44]

 

▲     © 데일리충청

매년 10월 10일은 세계 정신건강의 날이다.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세간의 인식과 관심을 높이며, 편견을 없애고 올바른 지식을 보급하기 위해 정해진 국제 기념일이다. 이 날은 과거 정신장애인 가족협회가 매년 전국의 정신장애인들과 함께 전국정신장애인체육대회를 겸해 이런 의미를 갖고 기념식을 가져왔다. 가을 축제였다. 올해 개최했으면 벌써 15회 째이다. 그러나 그동안 가족협회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2년 동안 기념식을 개최하지 못하는 사이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이를 가져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신건강의 날 기념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기념식이라기보다 국립정신병원들의 상잔치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보건복지부장관상이 남발되고 있다. 76개의 각종 상 가운데 무려 63개의 상이 장관 상으로 꾸며졌다. 과거 가족협회가 기념식을 개최할 때는 보통 5명 정도에게 장관상이 수여되었다. 그것도 각 분야에서 정신장애인당사자들을 위해 헌신해온 사람들의 숨은 공로를 찾아서 그 뜻을 담았다. 하지만 국립정신건강센터 이른바 전신이 국립서울병원(국립서울정신병원)이 개최하면서 의료, 요양센터, 관공서 상잔치로 둔갑해 버렸다. 그것도 국립정신병원들의 상잔치로 전락하여 빈축을 사고 있다. ‘갑’들의 잔치인 셈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그동안 방만한 국립정신병원의 운영으로 감사대상기관으로 지목되었던 전력이 있는 사람이자 당사자 가족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사람에게 훈장까지 주어지고 있는 가하면  국립병원 간부와 종사자들의 나눠 먹기식으로 장관상이 남발되어 과연 적절한 시상인지 의구심을 던져주고 있다. 한마디로 국립병원과 정신건강복지센터, 보건소의 공무원, 요양센터들의 상잔치가 되어버린 것이다. 공신력을 떨어뜨리고 ‘정신건강의 날’의 참뜻을 크게 훼손하는 기념식에 가족 당사자들의 원성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연유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전국에 17개 지부를 갖고 있고 매년 기념식과 전국정신건강체육대회를 개최하며 정신건강의 날의 참뜻을 되새기던 정신장애인가족과 당사자 주요 단체에는 아예 연락도 하지 않은 채 입맛에 맞는 일부 가족들만 초청하여 기념식을 개최하고 있어 더욱 빈축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마치 정신건강복지법의 제정 당시에도 당사자 가족들의 대표적인 단체가 배제되어 졸속입법의 선례가 된 것과 같은 모양새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기념식마저 배제시킨 채 정신건강의 날을 자신들만의 상잔치로 전락시켜 버리자 당사자 가족들이 전국적으로 울분을 토로하고 있다.


 사실 국립정신병원들은 막대한 예산을 쓰면서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경영으로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요즘말로 적폐의 덩어리이다. 실제로 지난 2012년부터 2016년 10월까지 분야별로 이뤄진 감사결과에는 불법과 비리의 온상이었다. 동의입원관리부적정, 동의입원 환자에 대한 퇴원 통지 부적정, 처방·조제 약품 절감 장려금 부적정, 의약품구매 비용 할인 규정 적용 미흡, 비급여 항목 및 수가고지 미흡, 외부 수탁연구과제 관리 부적정, 수입대체경비 미편성, 응급의료기금 설치·운영 부적정, 임상연구사업 연구비결산 정산 미흡, 의약품 재고관리 부실, 시험연구비 집행 부적정, 간호직렬 수당 지급업무 소홀(수당 부정지급), 집약근무제 등 유연근무상황 부적정(국립정신건강센터 출퇴근 관리 엉망), 외부강의 미신고 복무관리 미흡, 국외출장관리 부적정(출장비 초과집행, 공무마일리지 전산 미입력) 등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총체적인 문제투성이었다.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는 퇴원했어야 하는 환자를 170일 동안 추가로 불법 입원시킨 혐의로 모 국립정신병원장을 고발하기도 했다. 이는 위법행위의 중대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사실 감사 결과를 보면 정신보건법을 어기고 의료법도 어긴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특히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지급하지 않아야 할 수당을 지급하거나 시험연구비마저 기관 홍보비나 용역비로 부당하게 집행해 오고 출퇴근 관리마저 엉망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겨주었다. 심지어 국립공주병원은 EMR시스템 재고량과 실제 의약품 보유량이 많은 차이가 나고 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부실하게 관리되다 적발되기도 했다. 한마디로 상식이하로 기본이 되지 않는 의약품재고관리 부실을 자행하고 있음이 드러났던 것이다. 더 가관인 것은 계속입원심사청구서 작성 시 전문의 부재중에 전공의가 작성하거나 날짜도 잘못 기재하기도 했다. 환자입원관리가 엉망이었던 것이 드러난 것이다. 이런 곳에 책임자였던 사람이 국민포상을 받고 있으니 참으로 황당하다.


 가족들은 특히 소비자인 당사자를 배제한 기념행사에 이어 연간 200억 원의 정신건강연구용역사업을 추진하려 슬그머니 공청회를 개최하며 추인을 받으려다 ‘미국제도’를 그대로 번역한 수준의 연구용역이 아니냐며 참석한 가족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엄청난 혈세를 투입해 초호화판으로 각종 시설을 꾸며 국내외의 빈축을 사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저런 명분을 붙여 또다시 엄청난 예산으로 정신건강연구사업입네 하며 일부 국립병원 유착자들만의 잔치를 벌이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가득이나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정신질환자 급여환자들이 양질의 치료를 받지 못하고 식대마저 차별받으며 장기간 고통을 겪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이율배반의 모순이 아닐 수 없다며 가족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더욱이 탈원화 시대 주거시설과 생활시설이 턱없이 부족하여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시점에서 엄청난 예산을 연구비란 명목으로 이른바 혈세잔치를 벌이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처사로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들이다.


 정신건강의 날을 기념하는 것은 정신이 바로 서야 사회가 건강하고 나라가 건강해질 수 있다는 의미를 되새기는 날이 분명하다. 정신분야에서 지탄을 받는 사람들이 장관상을 받고 훈장을 받는 그런 날이 아닌 것이다. 더욱이 정치권에 기웃거리면서 정치적 반사이익을 챙기려는 기회주의자까지 수상자들에 포함되어 당사자가족들은 울분을 토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사례를 복사판처럼 만들어 눈 가리고 아웅하며 ‘정신건강연구비’라는 명목으로 이름대면 알만한 자들이 작당하여 혈세를 나눠먹기식으로 좌지우지한다면 이는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임을 분명히 직시해야 할 것이다. 정신분야의 상식을 벗어나 당사자 가족들의 고통과 눈물을 외면하고 속보이는 매화타령을 한다면 정신건강복지법의 졸속입법에 이은 천부당만부당한 제 2의 졸속행정이란 지탄과 함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정신분야에 기생하여 정책이나 제도를 재단하며 가족과 당사자들을 고통에 몰아넣은 반사회적인 몰상식한 일부 학자 내지는 교수라는 자들의 음흉한 행각을 경계해야 할 시점이다. 당사자나 가족들을 외면한 정신건강의 날 기념식은 물론 불합리한 그 어떤 또 다른 정책이나 제도의 추진도 이대로는 안 된다. 공감받지 못하는 자들에 대한 각종 정부의 상의 남발도 멈춰야 한다. 하늘을 우러러 참으로 부끄러운 짓이며 비웃음만 살 뿐이다. 그런 무자격자들을 정신질환 가족들은 너무나 똑똑히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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