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농협인의 독특한 농촌 살리기 ‘북카페’

[인터뷰] 박종설 살맛나는 농촌세상 대표

하은숙 기자 | 기사입력 2018/08/24 [17:21]

전직 농협인의 독특한 농촌 살리기 ‘북카페’

[인터뷰] 박종설 살맛나는 농촌세상 대표

하은숙 기자 | 입력 : 2018/08/24 [17:21]

▲ 박종설 살맛나는 농촌세상 대표가 19일 오후 자신의 ‘샹그릴라’ 북카페에서 숲속의 작은 도서관과 지역농촌 살리기 위한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 세종빅뉴스

(편집자 주) 
“농민이 대접받고 농촌이 살맛나는 세상을 건설하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는 박종설 살맛나는 농촌세상 대표를 만나러 갔다. 첫 인상은 구릿 빛으로 그을린 얼굴에 반짝이는 까만 눈, 힘이 느껴지는 말투에서 강인함과 끈기, 그리고 추진력이 느껴졌다.
그는 직장을 다니며 ‘숲속의 작은 도서관’ 건립을 꿈 꿔왔고, 작지만 ‘샹그릴라’라는 북카페를 통해 그 꿈을 이룰 수 있었다. 현재 그는 농협 37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막상 농사를 짓다보니 농협이라는 직장의 소중함, 농민들의 어려움을 더 잘 알게 됐고, 농민들도 이해하게 됐다며, 오늘도 농촌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그가 농촌을 지키고 있는 한 우리 농촌은 희망을 생각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데일리충청=세종 하은숙 기자) “농업은 토지, 자본, 기술 그리고 노동을 가지고 열심히만 하면 승산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막상 농사를 지어보니 농민은 최선을 다할뿐 성패는 하늘이 해주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박종설(59세) 살맛나는 농촌세상 대표는 약 37년 동안 지역 농협에서 무사고로 근무하다가 명예퇴임을 했다. 그는 농협을 다니면서 ‘숲속에 작은 도서관’을 만들면 좋겠다는 꿈을 꾸었고, 그런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은 세종시가 들어오기 전 부터 였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농촌학생들이 도시어린이들보다 모든 환경이 열약하지만, 특히 도서관이 도시에만 있어 찾아가는 것부터 불편하다는 게 특히 문제였다.

 “만약 쾌적한 산속에 농협에서 도서관을 만들어 농촌 학생들에게 제공한다면 농촌학생들의 학습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도시학생들과의 경쟁력을 크게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농협은 경제‧경영‧교육 사업 등 다양한 복지사업을 하고 있어서 도서관 설립을 하겠다는 결심을 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라도 이 꿈을 이루기 위해 고향인 세종시 금남면 영치안골길 비학산 숲속에 도서관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도서관 건립에는 책이 필요했고, 그 책을 마련하기 위해 농협 5만 동인들에게 감명 깊게 읽은 책 한 권씩을 기증해 줄 것을 요청했다. 농협직원, 출판사, 기업, 연구소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로부터 기증받은 책이 무려 2만5천권이나 됐다.

 기증돼서 오는 책이 얼마나 많은 지는 택배비로 짐작할 수 있다. 도서 기증자들의 택배비 착불 비용은 한번에 20‒30만 원씩 나오기도 했다. 도서를 기증해주신 분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직접 키워 수확한 복숭아 등 농산물을 전달하기도 하였다. 


▲ 박종설 살맛나는 농촌세상 대표가 19일 오후 자신의 ‘샹그릴라’ 북카페 ‘비학산 농업인 방송실’에서 방송하고 있다.)     © 세종빅뉴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작지만 소박한 도서관을 꾸미기에 이르렀다.

“도서관을 하려고 부지를 닦고 하다 보니 돈이 많이 드는 것도 문제지만, 도서관을 운영하려면 인건비 등 운영비도 적잖게 소요되는 것도 알았습니다. 도서관에서 수입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문제에 봉착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고심 끝에 찾아낸 것이 북카페 방식으로운영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의 ‘샹그릴라’ 북카페를 만들게 된 동기였습니다.”

 ‘샹그릴라’ 북카페 착공식은 2016년 3월 8일 마지막 눈이 내리던 날이었다. 그날의 감격은 아직도 생생하다고 한다. 농협을 퇴직해 받은 퇴직금은 농업 시설비 보다는 ‘샹그릴라’ 건축비로 거의 사용했고, 직접 대패질 등을 하면서 공사비를 최대한 절감했다.

 ‘숲속의 도서관’은 농촌과 숲이 조화롭게 잘 지어졌지만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난관에 봉착했다. 겨울에 논이 오면 더욱 그랬다. 눈이 오면 가장 먼저 눈을 치우는 사람은 박 대표라는 소문이 퍼졌다.

 “트렉터는 농업용 기구이지만 눈을 치우는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구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게 해도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북카페와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비학산 농업인 방송실’을 만들었는데, 이는 농민 개인이 만든 방송실로는 전국 최초라는 것이다

 “방송실은 인근 농민이 갖고 있는 독특한 농업기술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 내가 지은 농산물을 홍보하는데도 활용해 일석삼조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런 야심찬 구상은 접근이 불편하다는 단점을 보완하게 되어 많은 동호인들이 유익한 정보를 생동감 있는 라이브 방송을 통해 공유함으로써 카페를 찾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북카페에서는 단순히 책만 보는 게 아니라 농촌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영화도 소개하기 위해 ‘가족 영화관’도 운영하고 있다. ‘작은 영화관’은 가족 단위의 영화 관객이 와서 직접 영화를 검색해 보면서 농촌주민만이 누릴 수 있는 독특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카페의 메뉴 중 하나인 ‘천연 발효 복숭아 아이스티’는 농협에 몸 담았던 사람으로 우리 농산물을 통해 우리만의 카페 특성을 살리자는 취지로 직접 재배한 복숭아를 가지고 개발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의 북카페에서는 여름에는 복숭아 아이스티, 겨울에는 대추차를 만들어 팔고 있다.

직접 재배한 복숭아로 만들어 판매해 맛이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소득도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대추차는 부가가치를 올리지 못하고 있어서 고민 중이라고 한다. 그래서 올해부터 대추 묘목을 농가에 보급해 심도록 하고, 수확이 되면 전량 수매할 계획이란다.

 그는 코믹하게 웃으며 회고한다.

“꽃이 피었는데 된서리가 내려 꽃구경을 못하게 되었습니다. 애써 병충해 방제를 하고 나니 멧돼지, 고라니 같은 짐승들이 나타나 농작물을 먹어치웠습니다.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하늘에서는 까치 등 각종 야생 조류들이 내려와 맛있는 과일만 골라 먹었습니다. 

가뭄이 끝나면 폭염이 계속되고…. 한마디로 농사는 하늘이 짓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농민이 애간장 타는 것을 느끼게 됐고, 농사는 굉장히 어렵지만 국민의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라서 농민이야말로 애국자라는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나 역시 애국자라는 자긍심을 갖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입에서는 쓴 내가 날만큼 어려운 것은 농민만이 느껴야하는 현실입니다”라며 씁쓸히 웃는다.

 정말 어려운 농촌의 현실에 박 대표가 꿈 꾸는 농민이 대접받고 살맛나는 세상을 건설하고 싶다는 꿈이 꼭 이뤄지길 바래본다. 꿈은 반드시 이뤄지며 꿈은 꾸는 자의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박종설 살맛나는 농촌세상 대표= ▲59년생 세종 금남면 출신 ▲한밭대학교 대학원 금융경제 석사 졸업 ▲남세종농협 용포지점장 퇴직 ▲현재 금남지역사회보장협의체 사무국 위원

하은숙 hes2028@naver.com





하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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