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오늘

생각하며 늙어간다는 것 6

<노년의 건강, 몸 이야기>

김수남 청주대 명예교수 | 기사입력 2026/05/09 [16:03]

생각하며 늙어간다는 것 6

<노년의 건강, 몸 이야기>
김수남 청주대 명예교수 | 입력 : 2026/05/0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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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몸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다.

젊을 때의 몸은

웬만한 무례를 참아주었다.

밤을 새워도, 

무리하게 걷고 뛰어도,

짜고 매운 음식을 먹어도 

몸은 그저 참고 견디며 

“다음엔 조심하라”고 속삭이는 정도였다. 

 

그러나 

노년의 몸은 다르다.

몸은 이제 생각보다 앞서 반응한다.

혈압은 숫자로 경고하고,

혈당은 그래프로 말하며,

관절은 날씨보다 먼저 계절을 안다.

나는 비로소 깨닫는다. 

몸은 나의 소유물이 아니라 

나의 동반자였다는 것을 

노년의 건강은

단순히 오래 사는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다. 

 

젊을 때 

나는 정신의 힘을 믿었다. 

생각하면 해결될 것이라 믿었고, 

의지로 버틸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몸은 내 사상과 철학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무리 올곧은 생각을 해도 

잠이 부족하면 무너지고, 

아무리 고매한 이상을 품어도

혈관은 콜레스테롤을 따진다. 

몸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토론하지 않는다. 

결과로만 말한다.

 

노년의 건강은

절제가 아니라 균형에 가깝다. 

과식하지 않되 굶지 말고, 

운동하되 무리하지 말며,

걱정하되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요즘

몸의 신호를 읽는 법을 배운다.

가벼운 기침 하나,

조금의 부종,

이유 없는 피로감,

한쪽만 흐르는 콧물,

사소해 보이는 증상들이

몸이 보내는 짧은 편지임을 

이제야 이해한다. 

 

젊은 날의 나는 그 편지를 뜯어보지도 않았다. 

지금은 읽는다. 

천천히, 정직하게.

노년의 건강은

두려움과의 싸움이 아니다. 

수용과의 대화다. 

몸이 약해진다는 것은 

존재가 사라진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삶이 더 구체적으로 다가온다는 의미다. 걷는 속도가 느려질수록 길가의 나무가 더 보이고, 

계단을 오르며 숨이 차오를수록 내 폐가 얼마나 성실히 일해왔는지 알게 된다.

 

나는 요즘

건강을 관리한다기보다 

몸과 화해하고 있다. 

노년의 몸은 

나를 겸손하게 만든다.

“나는 아직 할 수 있다”는 오기가 아니라,

“오늘도 이렇게 숨 쉬고 있다”는 감사로

하루를 시작하게 한다.

건강은 완벽한 상태가 아니다.

균형을 잃지 않으려는 

매일의 작은 노력이다. 

 

생각하며 늙어간다는 것은 

몸을 무시하지 않는 것이다. 

몸을 이기려 하지 않는 것이다. 

몸을 이해하려 애쓰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몸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끝까지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배우는 노년의 건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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