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단상

김헌태 논설고문 | 기사입력 2024/05/09 [22:19]

2024년 5월 단상

김헌태 논설고문 | 입력 : 2024/05/09 [22:19]

  © 충청의오늘


신록의 계절인 5월이다. 5월은 참으로 아름다운 계절이다. 사랑과 평화의 기운도 넘친다. 만물이 약동하고 푸르름을 더하는 산하의 모습이 계절의 여왕이란 말을 실감케 한다. 무엇보다 어린이날이 있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이 이 5월과 함께 한다. 그래서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하는 것 같다. 각종 축제가 곳곳에서 펼쳐져 사회적 분위기도 흥겹다. 부모들과 손을 맞잡고 다니는 어린이들의 해맑은 모습이 참으로 행복하고 평화롭다. 아무리 사회가 혼탁하고 힘겹다 하지만 5월만큼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긍정의 의미를 던져준다. 어린이들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어버이의 은혜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5월은 올해 더욱 정겹게 다가서는 것 같다. 사실 코로나 19로 인해 5월이 실종되었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다. 그래서 그런지 올 5월은 더욱 자유로움이 배가되는 듯하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어린이들의 얼굴도 사라졌다. 그동안 얼마나 답답하게 지냈는지 환한 얼굴에서 엿볼 수 있다. 저출산 나라여서 그런지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면 합계출산율 0.7이라는 안타까운 현실이 겹친다. 곳곳에 차고 넘쳐야 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예전 같지 않으니 저출산의 위기의식을 느끼게 한다. 요즘 미래의 희망이자 나라의 추동력인 어린이를 접하면 세계 최고의 저출산 국가의 탈피를 위해 더 큰 노력이 필요함을 절감하게 된다.

 

급속한 저출산 고령사회는 우리 사회의 풍속도를 바꾸어 놓고 있다. 1명당 1억 원을 현금으로 주는 방안에 대한 정부의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 약 63%가 '출산 동기 부여가 된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권익위원회는 1일 온라인 정책 소통 플랫폼 '국민생각함'을 통해 지난달 17∼26일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에는 1만3,640명이 참여했다. 여성이 57.2%, 남성이 42.8%였고 기혼자가 58.8%, 미혼자는 41.2%였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60.5%)가 가장 많았고, 40대(14.4%), 20대(13.7%), 50대(5.4%), 60대 이상(5.7%), 10대 이하(0.2%) 순이었다. '최근 사기업의 출산지원금 1억 원 지원 사례와 같이 정부도 출산한 산모나 출생아에게 파격적 현금을 직접 지원한다면 아이를 적극적으로 낳게 하는 동기 부여가 되겠느냐'고 물은 결과 '된다'라는 응답이 62.6%, '되지 않는다'라는 응답이 37.4%였다. 이런 설문 조사까지 하는 시대가 됐다. 이미 부영그룹에서는 올해 직원 1인당 출산장려금 1억 원을 지급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과거 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는 산아제한 정책을 벌인 나라가 이제는 저출산으로 돈을 주면서 출산을 독려하는 나라가 됐으니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합계출산율 0.7명대라고 하지만 지난해 4분기에는 이미 0.65명까지 떨어졌다. 평생 한 명도 낳지 않는다는 말이다. 참으로 심각하다. 그러다 보니까 이제는 다자녀 가정도 예전에는 아이 3명에서 2명으로 줄었다. 주택공급이나 대출 등에도 혜택을 주며 출산을 독려하고 있지만 좀처럼 나아지질 않고 있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앞으로 다가올 문제가 간단치 않다. 벌써 농촌인력이 부족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의존하고 군대 병력 감소 현상이 심화하여 각종 병역특혜도 철폐할 움직임을 보인다. "한국이 지구상에서 인구소멸로 사라지는 첫 국가가 될 것"이라는 영국의 한 석학이 내놓은 섬뜩한 경고도 나와 있다. 한마디로 대비하지 않으면 닥칠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경고등이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서도 위기의 대한민국 현주소가 분석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50년 뒤의 현실은 더 충격적이다. 지난해 5,167만 명이었던 인구가 2041년엔 5천만 명 이하로 떨어지고, 50년 뒤엔 3,600만 명대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저출산과 초고령화가 지속하면서 65세 이상 인구는 지금의 두 배 수준인 1,727만 명까지 늘어난다. 전체 인구의 절반에 육박한다. 하지만 생산연령인 15살에서 64살까지 인구는 반 토막 나면서, 전체 인구의 절반을 밑돌 것으로(45.8%) 예측됐다. 이대로 가다간 대한민국이 지구상에서 소멸하는 첫 국가가 될 것이라는 경고가 현실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여기에다 초고령사회로 치달으면서 1인 가구도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가구(2,177만4,000가구) 가운데 34.5%(750만2,000가구)가 1인 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 비중은 2019년 30.2%로 처음 30%를 넘어서며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젊은 세대들은 물론 독거노인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그러다 보니까 지방자치단체들은 고독사를 막기 위한 지원조례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사실 건전한 가정을 중심으로 한 사회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위험신호가 아닐 수 없다.

 

5월을 가정의 달이다.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달이다. 저출산·초고령사회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달이 아니라 행복하고 평화로운 가정의 모습이 곳곳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사회 모습을 그리는 달이다. 1억 원을 준다고 아이를 낳는 나라가 아니라 삶의 가장 기초질서가 되는 안락한 가정을 꾸리며 나라의 기틀을 다져가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양육과 주거, 경제적인 안정을 기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16년간 저출산 예산을 280조라 쏟아붓고도 합계출산율 0.7명대 국가란 오명을 쓰고 있다. 이 돈 다 어디에 썼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천문학적인 돈을 쓰고도 인구절벽에서 허덕이는 나라가 됐으니 어불성설이 따로 없다.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라는 어린이날 노래가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5월의 정취는 변함이 없다. 역마리미드의 인구형태를 갖는 기형적인 나라의 모습으로는 미래가 없다. 어린이날 노래도 힘차게 부르고 가이없는 어버이 은혜를 노래하는 달의 기본이 무너지지 않는 대한민국 사회를 다시금 가꾸어야 할 시점이다. 위정자들은 당리당략에만 몰입해 정쟁만 일삼을 일이 아니라 나라의 근본과 기초질서를 재정립하기 위해 모든 지혜와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하며 위험천만한 외줄 타기식 정치로 비생산적이며 소모적인 행태를 지속해서는 안 된다. 나라의 앞날과 국민을 위해 보다 겸손하고 성실한 모습이 절실하다. 그래서 올 5월은 좀 더 우리 사회 구석구석을 살피고 외롭고 고독한 이웃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관심이 일깨우며 어린이와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는 달이 되었으면 한다.   

 

김헌태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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