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연극이야기 17

<출산장려 홍보연극, “사랑은 아름다워”>

김수남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3/03/13 [09:30]

영화연극이야기 17

<출산장려 홍보연극, “사랑은 아름다워”>

김수남 논설위원 | 입력 : 2023/03/13 [09:30]

  © 충청의오늘


  극단 <제의와 놀이>가 주최한 <사랑은 아름다워>는 인천지역 극단 <집현>과 코티(KOTTI)의 주관으로 대학로 후암씨어터에서 성공리에 공연하고 있다. 세계최저 출산율에 처한 한국, 출산을 기피하며 빚어지는 수많은 낙태들, 이로 인한 가족해체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시점에 이르렀다. 출산장려 홍보극이라 할 수 있는 <사랑은 아름다워>(김지훤 작)는 가족과 생명을 지키는 사랑의 메시지로 사랑의 회복을 통해 출산를 장려하는 연극이다. 한국의 급격한 고령화사회에서 야기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도 제시하고 인간이 추구해야 할 근원적인 인생가치관을 강조하는 <사랑은 아름다워>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그러나 관객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의미있는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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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퍼리얼리즘적(초사실주의) 무대미술(윤세민)은 관객에게 현장 리얼리티를 실감있게 전해 주었고, 삼신할미(최경희 분)와 그녀의 책사(김은채 분)가 한가롭게 일상을 즐기는 오프닝씬 모습은 <사랑은 아름다워> 연극이 놀이성이 강한 공연임을 예고한다. 남신(무대미술, 윤세민 분)이 나타나 남녀의 결혼을 많이 성사시켰는데, 삼신할미의 직무유기로 결혼한 남녀들이 아기를 출산하지 않고 세상을 즐기는 풍토에 대해 책임을 묻는다. 책사는 낙태수술을 빈번하게 하고 있는 산부인과가 문제라고 판단하고 지상으로 내려가 문제해결을 시도하자고 제안한다. 극단 <제의와 놀이> 대표인 이상희의 연출, <사랑은 아름다워>는 극단 이름이 상징하듯 그들이 추구하는 공연활동의 방향을 짐작케 한다. 그리이스비극은 신들을 찬양하는 연극으로 고상한 직위의 인간들이 신탁에 의해 운명적인 고난의 길을 겪는다. 그리이스희극은 평범한 인간들의 어리석음을 교화하는 연극이다. 극단 <제의와 놀이>는 그리이스 술의 신인 박카스 주신 페스티발을 추구하여 신들을 즐겁게 하고 인간들이 난장판을 즐기는 축제를 모색하고 있다. 극적 갈등을 코믹하게 풀어가며 사랑소동을 세미뮤지컬 방식으로 발랄하고 풍만하게 이끌어간다. 산부인과 의사(이상희 분)와 간호사(석호진 분)는 낙태에 대한 일말의 양심도 없는 그저 돈만 생각하는 인간들이다. 간호사는 혼기를 놓친 여자로 그저 소개팅에 목걸고 있다. 의사 딸(임나경 분)은 독신주의자로 컴퓨터게임에 빠져 인생을 낭비하는 철부지로 그녀의 남친(신동환)은 의사딸에게 구애하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사는 컴퓨터게임계의 재원이다. 의사아들(이동근 분)과 며느리(정다운 분)는 아기를 갖지못하는 부부로 부부사이에 대화도 거의 없고 강아지를 딸로 여기고 산다. 이런 아들과 딸을 둔 의사는 돈만 보고 살아온 지난 세월을 후회한다. 가정이 붕괴된 의사집안을 회복시킬 희망은 극중 어디에도 없다. 병원에 불시에 침입한 산고에 시달리는 산모(책사의 현생)는 애를 낳고 흔적없이 사라지고 의사는 버려진 유아 때문에 고민한다. 옹알거리는 천진한 유아의 얼굴을 보고 자신의 지난 세월을 신세타령하는 의사 앞에 삼신할미가 현생하여 의사의 벌거벗은 마음을 위로해 주며 낙태수술을 중단할 것을 권한다. 극의 반전은 독신주의 딸과 남친의 연애가 성사되고 각본대로 도망간 산모인 책사가 갑자기 나타나  태어난 생명의 소중함을 설득시키는데 성공한다. 의사아들 내외는 감동받아 둘의 사랑이 회복된다. 딸과 며느리의 출산 그리고 강아지의 출산까지 산부인과는 또 한번 소동을 치르고나서 낙태를 거절하고 출산만 하는 병원으로 거듭난다. 삼신할미와 책사는 사랑의 메시지로 하트를 관객에게 나눠주면서 관객과 더불어 경쾌한 뮤지컬로 막을 내린다.

 

  한국에서 세미 뮤지컬의 원조는 광복후 여성들로 이루워진 <여성국극>에서 시작되었고 일제시대 창극의 분창도 있다. 현대뮤지컬의 시작은 전통의 현대화와 세계화를 추구한 극단 <예그린>(1961년)의 세미뮤지컬이다. 1920년대 뉴욕 브로드웨이 연극은 모두 뮤지컬연극으로 발성영화가 등장하면서 화술이 안되는 스타들이 사라지고 뮤지컬 스타들이 할리우드에 대거 입성한다. 1960년대의 브로드웨이 상업성 뮤지컬에 대응해서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세미뮤지컬과 정극을 시작하였다. 1970년대 이르러서는 오프 브로드웨이 연극이 브로드웨이처럼 상업화되는 것에 반기를 들고 오프오프브로드웨이의 실험극이 등장한다. 2000년대 이후 브로드웨이는 뮤지컬 뿐만아니라 정극을 공연하기 시작하였다. 한국은 1980년대 극단<현대극장>을 중심으로 몇몇 극단들이 완전 뮤지컬은 아니지만 뮤지컬 장면이 더 많은 세미뮤지컬의 붐을 일으켰고 그동안 쌓아 온 뮤지컬제작 노하우로 2000년대에 이르러 서구 못지않은 완벽한 뮤지컬을 공연할 수 있게 되었다. 세미뮤지컬 <사랑은 아름다워>는 우리 나름대로 오프오프브로드웨이의 뮤지컬을 상기시킨다. 즐기기만 하는 뮤지컬이 아니라 관객과 우리 사회에 의미를 주는 공연으로서 가치관을 인식시켜 주는 공연이다는 점에서 그렇다. 아쉬운 점은 소극장에서 사용된 무선마이크의 음량조절이 안되어 공연의 리얼한 분위기를 망쳤다. 음악(신영길)은 높은 음량의 뮤지컬반주로 노래를 전달하고자 마이크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겠지만 소극장의 특색을 감안한다면, 연출은 피아노 반주 정도로 마이크없이 쇼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났다면 극적 리얼한 분위가 상승했을 것이다. 의사딸의 발랄하고 재치있는 연기는 누구보다 돗보였지만 극적 분위기를 가볍게 끌고가더라도 본인의 연기에 임하는 자세는 진지한 절제가 필요했다. 의사(이상희 분)역은 극의 중심을 잡아가는 중요한 역할로서 공헌해야 하는데 가벼운 극적 분위기에 함몰되었다.

 

<보사부>가 출산장려를 위해 낭비하는 예산으로 남녀노소할 것없이 즐길 수 있는 연극, 주제적 의미가 잘 전달된 <사랑은 아름다워>를 출산홍보 연극으로 전국 순회공연할 수 있도록 적극 후원했으면 좋겠다.

 

김수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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