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싸고 매화타령

김헌태 논설고문 | 기사입력 2023/02/26 [16:26]

똥 싸고 매화타령

김헌태 논설고문 | 입력 : 2023/02/26 [16:26]

  © 충청의오늘

 

우리 말 속담에는 똥을 빙자해 표현하는 말이 많다. 그중에 백미는 이른바 ‘똥 싸고 매화타령’이다. 참 재미있는 표현으로 해학적이다. 이런 표현은 바로 요즘 세태가 왜 표리부동한 지를 함축하고 있다. 특히 정치권이 국민의 현실이나 생각과 너무나 동떨어진 행태를 보이는 데서 이를 엿볼 수 있다. 정치의 광장인 국회가 자기들끼리 작당하여 무려 300석이라는 의석까지 확대해 국민의 빈축을 산지가 바로 엊그제인데 비례대표를 50석을 더 늘리자는 황당한 주장을 국회의장이라는 사람이 들고 나왔다. 가뜩이나 국회 개혁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뜬금없이 이런 말을 던지면서 국민의 간을 보고 있다. 국회에 관한 한 국민불신이 매우 커 현행 300석의 의석을 100석으로 줄여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 지 오래다. 작금에는 국회를 열었다 하면 다수당을 점한 야당이 방탄 국회용으로 임시회를 열어 개점휴업 상태를 지속하는 행태가 고작이다. 국민이 필요하고 국정을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법안은 뒷전에 있고 오직 당리당략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국민은 새해 들어 난방비와 전기료, 물가폭등,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죽을 맛인데 고작 비례대표 50석을 늘리려는 애드벌룬을 띄우면서 그야말로 ‘똥 싸고 매화타령‘을 하고 있다.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고 자칫 심각한 저항마저 우려된다.

 

새해 들어 서민들은 폭탄 소리를 너무 많이 듣고 산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들려오는 폭탄이 아니라 국내에서 들려오는 폭탄을 말한다. 난방비 폭탄에다 전기료 폭탄, 택시요금 폭탄, 고금리 폭탄, 고금리 폭탄 등 모두가 서민 생활과 관련된 내용이다. 심지어 서민들이 즐겨 마시는 소줏값마저 폭탄을 안고 있다. 그러니 서민들은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봉급이나 벌이는 뻔한데 각종 물가가 폭등하고 있으니 앉은 자리에서 마이너스 통장을 받아든 기분들이다. 시장의 장바구니조차 간단치 않다. 자장면 가격을 보면 물가가 어떻게 오르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모든 물가가 슬금슬금 오르면서 새해 두 달이 지나가는 시점에서 서민들의 얼굴은 근심 걱정으로 가득하다. 여기에다 부동산값 폭락과 미분양 사태, 전세 사기 등 모든 악재가 총동원되는 나라의 형국이니 위정자들의 달콤한 말이 제대로 들릴 리 없다. 푼수 없이 쏟아내는 제안이나 말들이 그야말로 ’똥 싸고 매화타령‘하는 것으로 들린다.

 

야권에서 제기하는 법안 내용을 보면 현행 소선거구제를 축소·유지하되 지역구 의원(현 253명)은 줄이고 비례대표(현 47명)를 대폭 늘리는 내용이다. 중·대선거구제보다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을 강화하는 방안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내놓은 안을 보면 또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크게 네 개로 나누고 복수 안을 추린다고 한다. 네 가지 안은 21대 총선 전 시행했던 ‘소선거구제+병립형 비례대표제’, 21대 총선 방식인 ‘소선거구제+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시지역에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지역구 의석도 권역별로 정당 득표율에 따라 선출하는 ‘전면적 비례대표제’이다. 얼핏 보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셈법이 다 들여다보이는 것들이다. 국민도 어려운 셈법이다. 정치개혁은 국회부터 개혁해야 하는데 이들의 셈법에서는 늘 의석수를 줄이는 것은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 부문에 관한 한 여야가 한통속이다. 그래서 ‘똥 싸고 매화타령’한다는 말을 듣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정치개혁은 국회의석 수를 대폭 줄이고 불체포 특권 등 비민주적인 특권을 모두 내려놓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국민의 목소리가 매우 크다는 걸 알아야 한다.

 

대한민국 정치사에 지금처럼 국회를 열고 불체포 특권을 방패 삼아 논쟁을 벌인 적이 있는가 싶다.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나라에 마치 독재정권이라도 탄생한 양 깡패 검찰이 등장하고 공권력이 남용되고 있는 듯이 야당을 침을 튀기고 있지만, 국민의 시각을 다른 것 같다. 모든 사건에는 원인과 결과가 뒤따르게 마련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까?’라는 시각이다. 문제의 사건은 터졌는데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모두가 ‘나는 결백하다’고 하니 도대체 누구의 말이 옳다는 것인지 헷갈린다. 결백을 주장하는 방법이나 언행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검찰이 야당 대표에 대해 체포동의안을 내놓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드러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법대로 하면 되는데 법의 집행을 가로막는 불체포 특권 뒤에 숨는다면 이는 어찌 보면 비겁한 것이고 죄를 인정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결백을 주장한다 해도 공허한 것이고 ‘똥 싸고 매화타령’하는 것으로 들릴 뿐이다. 국민은 모두가 법 앞에 평등하므로 정치지도자들도 당당하게 법대로 유죄나 무죄냐를 가리면 된다. 지금 국회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있다면 그것도 이상한 것이다. 허구한 날 부정부패와 비리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도 이제는 지겨울 정도이다. 한술 더 떠 전국의 도심 곳곳에 나붙는 현수막들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민생을 걱정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당리당략과 인신공격이 주를 이루는 참담한 거리풍경이 대한민국의 정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정치인들의 싸움은 거의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여당은 당 대표 선거에서 내홍을 겪고 있다. 후보자 간 케케묵은 사건까지 등장시켜 비난하며 난타전이다. 마치 같은 당의 정당인인지조차 의구심이 든다. 이러다간 당 대표를 뽑고 나면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자칫 만신창이 되어 상처뿐인 영광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야당은 야당대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염두에 둔 줄서기 행태가 엿보인다. 아마도 야당 대표의 법적 처리 문제와 여당 대표 선출문제가 종료되면 내년 총선 정국이 본격화될 것은 분명하다. 공천을 둘러싸고 이전투구가 벌써 벌어지고 있다. 물밑 작업이 치열하다. 지역구의 터줏대감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비례대표들이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구당 위원장으로 나서 벌써 얼굴 알리기에 분주하다. 국민은 민생고에 시달리며 죽을 맛인데 벌써 배부른 게임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나라 경제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표를 달라고 할 기득권 정치세력들의 언행이 주목된다. 분명 “똥 싸고 매화타령‘이 등장할 것은 뻔하다. 귀추가 주목된다.

 

지금 정치인들의 행각을 보면 민생은 거의 구호뿐이다. 정상적인 모습보다는 어디 나사가 하나 빠진 듯 1인치가 부족하다. 사오정이나 돈키호테 같은 정치인에서부터 위장 애국자들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이상한 정치인들이 너무나 많다. 여기에다 ”고무신도 짚신이 있다“는 식의 언행을 일삼는 수준 미달의 행태도 보인다. 한술 더 떠 ”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책임 떠넘기기 급급하다. 지난 정권에서 싸놓은 똥을 치는 현 정권의 모습이 딱하기 그지없다. 전기료, 가스료 등 모든 것이 그렇다.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는지 민생이 고달픈 나라 모습이다. 한전과 가스공사가 한마디로 파탄지경이다. 그 책임이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되는 한심한 나라 꼴이다. “똥 싸고 매화타령”하는 정치인들의 위선이 역겹기만 하다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김헌태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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