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 - 해프닝, 이벤트5

<퍼포먼스적 시낭송회>

김수남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2/08/08 [09:30]

퍼포먼스 - 해프닝, 이벤트5

<퍼포먼스적 시낭송회>

김수남 논설위원 | 입력 : 2022/08/08 [09:30]

  © 충청의오늘


요즈음 시낭송회는 시만 낭독하는 경우가 드물다. 시와 음악, 시와 연주, 시와 행위 및 연기 등 퍼포먼스형식으로 시낭송하는 것이 대세가 되었다. 시낭송회는 시인들이 직접 시낭송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오래 전부터 시를 좋아하는 일반 독자가 자연스럽게 일상화된 시낭송회를 시동호회를 통해 수시로 개최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아마추어 시인들이 전문적인 퍼포먼스적 시낭송회를 개최하는 동호회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전문예술인도 제대로 총체예술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예술계 현실에서 총체예술적 퍼포먼스형식의 시낭송회를 시를 사랑하는 일반인 독자가 다양한 이벤트로 보여주고 있다. 퍼포먼스적 형식의 시낭송회의 원조는 그리이스 비극을 탄생시킨 2500여년전(B.C6세기)의 아이스킬로스 시인에서 시작되었다.


연극예술의 출발로 알려진 그리이스 비극의 출발은 바로 시인들의 시 경연대회에서 시작되었다. 최초의 비극시인으로 알려진 아이스킬로스는 원형극장의 대광장에서 몇 명으로 구성된 합창과 시낭송만으로 그리이스 시민을 열광케하였다. 아이스킬로스 시대의 시낭송회가 완전한 형태의 오늘의 비극이 된 것은 시인이 시낭송 뿐만아니라 배우로서의 역할을 시작한 이후이다. 합창과  시낭송대신 시인이 배우가 되어 시낭독 대신 대사와 노래하는 연기를 하였고 배우도 1인에서 2인 이상으로 추가하면서 무용단의 춤까지 어울러진 형태의 극예술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리이스시대의 시낭송회가 21세기 한국에서 다시 부활하는 것은 그 과정의 설명이 없이 갑자기 일반화되었기 때문에 불가사의한 아마츄어 시인들의 예술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아리스토틀)의 「시학」에서는 모방의 매재에 대해 언어, 율동, 가락의 세 가지 요소를 제시하였다. 아리스토틀은 각 요소가 의미하는 예술과 둘 이상의 요소가 결합한 예술을 정리하였는데, 언어는 시요 율동은 무용, 율동+가락은 기악, 언어+가락은 서사시. 그리고 언어+율동+가락은 비극으로 명명하였다. 원시적 연희 속에 묻혀 있는 미분화된 예술적 요소의 실체는 언어와 율동 그리고 가락이었다. 언어+율동+가락으로 구성된 비극이 갖는 종합 내지 총체의 의미는 시와 무용, 그리고 기악과 서사시의 결합임을 알 수 있다. 각 예술분야는 비극이 진행되는 동안 적절히 삽입되어야 한다는 예술적 기능은 극적 최대 효과를 완성하고자 하는 것이 오늘의 총체예술이 추구하는 목표였다. 그리이스 시대의 총체예술을 부활한 사람은 오페라를 창시한 독일의 바그너였다. 그가 제창한 종합예술은 19세기 중반 이후 20세기 중반까지 100여년 동안 공연예술계를 지배하였고 1950년대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실험예술로서 새로운 총체예술(Total Art)이 등장하면서 종합예술과 총체예술은 그 뿌리와 형식이 같지만 스타일면에서 차이성을 보여 주었다. 종합예술은 모든 예술의 참여를 원칙적으로 하지만 총체예술은 모든 예술의 참여 뿐만아니라 두 가지 이상의 예술이 만나도 총체예술로 인정된다. 바그너 이후 종합예술이 세월이 흐르면서 모든 예술이 짬뽕으로 종합되어지는 왜곡된 종합예술로 인식되었지만 토탈아트의 총체예술이 등장하면서 종합예술의 진면목이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우리가 자주 보아 왔던 일반연극은 연기자와 대사(문학)가 돋보이고 나머지 예술은 보조역할을 하는 형식을 보여주지만 뮤지컬은 연기, 노래와 춤은 물론 조명과 무대장치(미술)가 서로 어울리면서 상승하는 총체적예술을 추구한다. 아직 그리이스시대의 이리스토틀 시학이 언급한 총체예술의 완성은 이루워지지 않았지만 바그너의 종합예술 이후 미래예술로서 완벽한 총체예술의 추구는 지속되고 있다.


오늘의 퍼포먼스적 시낭송회는 종합예술과 스타일 면에서 차이가 있는 총체예술의 한 형식으로서 해프닝과 이벤트와 더불어 새로운 연희형식으로서 내세울 수 있다. 앞으로 전문가적 시낭송회 연출로 본격적인 퍼포먼스의 한 형식으로서 자리잡아 가길 기대한다.

김수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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