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있는가!

오미경 충북분석심리 연구소장 | 기사입력 2014/10/29 [19:57]

사랑은 있는가!

오미경 충북분석심리 연구소장 | 입력 : 2014/10/29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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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국회에서 난데없는 사랑타령으로 적잖은 웃음을 자아낸 일이 있었다. 사랑의 대상을 무엇으로 할 것이냐는 문제였다. 나 참! 빙긋이 웃음이 나왔다. 사랑은 있는가! 라는 주제를 잡고 생각해 보니 생각이 복잡하다. 사랑은 있는가! 독일 철학자 에리히프롬 Erich Pinchas Fromm, 1900~1980)은 사랑이라는 사물은 없다. 사랑하는 행위가 있을 뿐이라고 한 말이 생각난다. 사춘기 때는 사랑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오글거리고 가슴이 콩닥거려서 괜스레 얼굴이 붉어졌었다. 누가 볼까봐 머리를 숙이고 한 참을 있었다.

지금도 초등학교 3학년만 되면 1/3은 이런 반응을 보인다. 여학생이거나 마음이 여린 남학생들이다. 예쁘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기다렸다는 듯 친구를 놀려먹는 애들은 예나 지금이나 꼭 있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왜 이런 현상을 만들어 낼까? 사랑이라고 하면 아이들은 무엇을 연상하는 걸까?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고 사랑은 행복한 것이고 사랑을 위해서 인간이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최소한 이런 반응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얼굴을 숙이지 않는 아이들은 이런 인식이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왜 그럴까? 사랑이 이런 대우받는 데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사랑을 드러내 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외설스러운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요 신경과 의사며 정신 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트(Freud, Sigmund, 1856~1939)의 주장에 따르면 성욕은 태어날 때부터 시작된다. 출생 후 1년 동안 영아의 성애는 입에 집중되어 엄지손가락을 빨면서 성적인 즐거움을 느낀다. 자위를 하는 것이다. 이 쾌락은 1~3세의 항문기를 거쳐 3~5세가 되면서부터 자신의 성기에 흥미를 보인다. 6세에 조금 주춤하다가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성교性交에 관심을 갖게 된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심리현상이다. 몸의 변화에 아이들은 그저 놀랍고 신기하고 흥미로울 뿐이다. 자신의 성기를 자꾸만 만지고 싶고 만지면 기분이 이상하지만 싫지는 않다.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고 보고 싶다. 내 것과 다르게 생긴 이성의 것에 대한 호기심은 당연하다.

문제는 부모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기억할 수 없는 부모는 아이의 행동이 너무나 낯설고 당혹스럽다.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혼내고 윽박지르고 손을 뿌리친다. 그저 호기심에 시작한 놀이였는데 엄마의 반응이 놀랍고 무섭다. 그때부터 아이는 자연스러운 몸의 움직임을 숨기기 시작한다. 혼나지 않으려면 그래야 했다. 엄마는 앉혀놓고 잘 가르친다. 이건 만지는 게 아니야! 이건 부끄러운 짓이고 나쁜 짓이야! 알았지? 유아는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움직임들이 즐거움이 아니라 두려움으로 인식하고 내면화 한다. 본능적인 움직임, 쾌락을 거부하고 무시하고 죄악시하면서 성장한다.

나이가 들면서 교육을 통해 배운다. 그런 몸의 변화나 호기심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하지만 이미 내재된 두려움은 없어지지 않는다. 지식으로 배운 두려움은 부끄러움으로 대체된다. 성은 부끄러운 것이다. 사랑하는 감정, 좋아하는 감정은 들키면 안 되는 일이다. 느껴지는 대로 반응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그렇게 가르쳤고 그렇게 배웠다. 성인이 되어도 성적인 욕구는 부끄러운 일이다. 여전히 부자연스럽고 당혹스러운 감정이다.

요즘 책을 쓰고 있다. 이런 사랑의 관념에 대한 인식전환이 요점이다. 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고 그렇게 들었던 사랑을 이제는 원래의 가치 기준으로 돌리자는 것이다. 사랑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인식으로의 전환이다.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올바른 인식은 탄생과 함께 형성되어야 한다. 사랑은 나누어야 할 아름다운 감정이라는 것을. 그런 의미에서 사랑의 의미는 남녀로 국한 될 것이 아니라 상대로 의미가 확대 되어야 옳다는 생각이다.




오미경 충북분석심리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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